시스템반도체 역내 공동출원 비중 17% 그쳐···수도권 의존 심화
바이오헬스케어 종사자 비중 5.7%로 임계규모 미달···미성숙형 분류
[예결신문=신하연 기자] 정부의 '5극3특' 국가균형성장 전략에서 대구·경북권(이하 '대경권') 성장엔진으로 제시된 미래모빌리티·첨단로봇·바이오헬스케어·시스템반도체·이차전지가 동일한 성장단계에 있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22일 한국은행 대구경북본부가 2019~2023년 전국 229개 시군구와 대구·경북 31개 시군구 산업현황을 분석한 결과 해당 권역의 미래모빌리티는 광역성숙형, 이차전지는 광역연계형, 시스템반도체와 첨단로봇은 지역확산형, 바이오헬스케어는 미성숙형으로 분류됐다. 산업별 집적 수준과 인접지역 파급 정도가 달라 권역 단위의 일률적인 지원보다 성장단계에 맞춘 정책 설계가 필요한 구조다.
미래모빌리티·이차전지, 광역연계 수준 차이
미래모빌리티는 대경권에서 가장 뚜렷한 광역 클러스터를 형성했다. 공간적 자기상관계수는 0.491로 경주·달성·영천을 잇는 벨트에서 사업체 집적과 인력 파급이 함께 확인됐다. 공간적 자기상관계수는 한 지역의 산업 집적이나 고용이 인접 지역과 얼마나 연동돼 움직이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로, 산업 효과가 행정구역을 넘어 주변으로 확산되는지 분석할 때 사용한다.
경주 LQ는 9.61, 달성 8.01, 영천 7.09였고 성주 5.62, 경산 4.44, 고령 3.61, 칠곡 3.51도 특화지역으로 나타났다. LQ(입지계수·Location Quotient)는 특정 지역에서 해당 산업의 비중이 전국 평균보다 얼마나 높은지를 나타내는 지표로, 일반적으로 1을 넘으면 해당 산업이 지역에 상대적으로 특화됐다고 판단할 때 사용한다.
다만 전동화 전환의 핵심인 전동기제어(H02P)는 역내뿐 아니라 수도권과의 협력도 확인되지 않았다. 기존 자동차 부품 기반은 광역화됐지만 전동화 핵심기술과의 연결은 별도 과제로 남았다.
이차전지는 공간적 자기상관계수가 0.359로 광역연계형에 해당했다. 구미·달성의 내륙 셀·모듈 축과 포항의 소재 축이 약 100km 떨어져 있어 산업 집적은 확인되지만 밸류체인 연결은 충분하지 않았다. 포항의 화학촉매(B01J)와 이차전지 핵심기술의 평균 근접도는 0.180으로 분석대상 기술쌍 가운데 가장 높았지만 대구·경북 소재 주체 간 공동출원은 없었다. 내륙과 동해안의 생산·연구 기능을 잇는 문제가 핵심으로 제시됐다.
반도체·로봇·바이오, 집적과 사업화 간 격차
시스템반도체는 구미 중심의 단핵형(산업이나 기술 역량이 여러 지역에 분산되지 않고 특정 한 지역을 중심으로 집중된 구조) 현상이 뚜렷했다. 공간적 자기상관계수는 0.201로 인접지역까지 초기 확산이 나타났지만 광역 다각화는 제한적이었다.
포항의 표면코팅(C23C)은 RTA 4.63으로 높은 특화도를 보였고 구미 반도체 공정과 기술적 근접도도 0.083이었지만 공동출원 실적은 없었다. 포토리소그래피(G03F)도 근접도 0.082에도 협력 실적이 확인되지 않았다.
첨단로봇은 사업체 차원의 광역 파급은 통계적으로 뚜렷하지 않았지만 영상인식과 영상처리 분야에서는 권역 내 공동출원이 확인됐다. 연구개발 단계의 협력을 기업 생산과 사업화로 연결하는 문제가 과제로 남았다.
바이오헬스케어는 5대 산업 가운데 기반이 가장 약했다. 대구·경북 종사자가 전국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7%로 산업적 임계규모에 미치지 못했고 공간적 파급효과도 유의하지 않았다. 식품과 화장품에서는 협력이 확인됐지만 신약 후보물질 합성에 해당하는 유기화학(C07D)은 기술적 근접도 0.190에도 미개척 영역으로 남았다.
공동출원 65.5% 역외…수도권 의존 뚜렷
기술협력 구조에서는 권역 내부보다 역외 연결이 더 강했다. 2018~24년 5대 성장엔진 관련 공동출원 5380건 가운데 대경권 내부는 1890건, 국내 타권역은 3586건이었다. 국내 타권역 비중은 65.5%였고 그 가운데 수도권 의존도는 66.6%였다.
이차전지만 내부 공동출원 462건으로 절반 수준을 유지했다. 시스템반도체의 대경권 내부 공동출원은 96건으로 전체의 17.4%에 그쳤고 미래모빌리티는 국내 타권역 협력 가운데 수도권 의존도가 79.6%로 가장 높았다.
정책 방향도 산업별로 달랐다. 미래모빌리티는 기존 광역 벨트의 통합 운영과 전동기제어 역량 확충, 이차전지는 포항과 구미·달성을 잇는 거점 연결, 시스템반도체는 구미 단핵구조를 보완할 구미-포항 R&D 연계가 제시됐다.
첨단로봇은 연구성과의 사업화 전환, 바이오헬스케어는 거점별 전문성 심화와 산업적 임계규모 확보가 과제로 꼽혔다. 권역 단위 R&D 예산 통합 운영과 산업·기술 데이터 공유, 기술이전 중개기관의 역할 정립도 초광역 협력을 위한 제도적 기반으로 제시됐다.
한국은행은 "이 같은 결과는 권역 단위의 일률적 지원에서 벗어나 클러스터 발전단계별 차별화 전략이 필요하다는 걸 의미한다"며 "성숙 분야는 광역 거버넌스 구축과 기존 기반 통합에 집중하고 성장 분야는 거점 간 연결과 부족 역량 보완에 주력해야 하고 초기 분야는 거점별 전문성 심화에 우선순위를 두어야 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권역 단위 R&D 예산 통합 운영과 산업·기술 데이터 공유 등 초광역 협력의 제도적 기반 마련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예결신문 / 신하연 기자 beliga2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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