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급 이하 캐피탈 이자비용 증분 순익의 27%···대손부담 '회수의문' 가정 땐 81%
카드 즉시가용유동성 143.3%···"이번 금리상승기 핵심은 건전성"
[예결신문=김용대 칼럼니스트] 다시 시작된 금리상승이 카드·캐피탈사의 조달비용을 끌어올리는 가운데 2022~24년과 같은 수준의 조달 충격이 재현될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낮다는 분석이 나왔다. 과거 저금리 부채 상당 부분이 이미 차환된 데다 자본과 유동성 완충력도 높아져서다.
하지만 문제는 건전성이다. 기존 부실이 완전히 정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신규 연체가 늘 경우 특히 A급 이하 캐피탈사를 중심으로 대손비용이 이익을 빠르게 잠식할 수 있다는 진단이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작년 5월 2.25%에서 올해 7월 3.75%까지 1.50%포인트 올랐다. 여신전문금융채권(여전채)도 올해부터 신규 발행금리가 기존 만기도래 채권 금리를 웃돌면서 평균 조달비용이 다시 상승하는 구간에 진입했다.
다만 이번에는 출발점이 다르다. 2022년 금리상승기에는 2%대 저금리로 조달한 부채가 급격히 높은 금리로 교체됐지만 현재 만기를 맞는 채권 상당수는 이미 2023년 이후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로 조달된 물량이다. '신규금리-기존금리' 격차 자체가 과거보다 좁다는 의미다.
조달비용 상승폭 과거의 40~60%···A급 이하 순익 영향은 27%
이런 가운데 한국신용평가는 시장금리가 내년 말까지 반기마다 25bp씩 추가 상승하고 만기도래 회사채를 같은 금액으로 전액 차환하는 스트레스 테스트를 진행했다. 그 결과 회사채 가중평균금리는 카드사가 3.5%에서 4.0%로 0.5%포인트, AA급 캐피탈사가 3.6%에서 4.2%로 0.6%포인트, A급 이하 캐피탈사가 4.4%에서 5.2%로 0.8%포인트 각각 상승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과거 금리상승기 상승폭은 각각 1.0%포인트, 1.0%포인트, 1.9%포인트였다. 이번 스트레스 상황의 상승폭이 과거의 약 40~60% 수준이라는 계산이다. 업권 전체로 보면 재조달 충격은 완화됐다는 의미다.
그러나 수익에 미치는 충격은 신용등급별로 달랐다. 차환에 따른 이자비용 증분은 추정 당기순이익 대비 카드사 12.8%, AA급 캐피탈사 17.5%, A급 이하 27.0%로 나타났다. A급 이하 업체는 조달금리 상승폭이 더 큰 데다 기본적인 이익창출력이 상대적으로 낮아 같은 금리충격에도 손익 영향이 크게 나타났다.
상반기 실적이 좋아졌다는 점도 그대로 연장해 보기 어렵다. 카드사 ROA는 지난해 1.2%에서 올해 상반기 1.3%, AA급 캐피탈사는 같은 기간 1.4%에서 1.7%로 각각 개선됐다. 하지만 이는 과거 고금리 채권의 차환효과로 조달비용이 낮아진 영향이 포함돼 있다. 신규 발행금리가 만기도래채 금리를 웃도는 상황이 이어지면 이 효과는 점차 약해진다.
A급 이하 부실비용이 핵심…'회수의문' 가정 땐 순익 81% 소진
더 큰 변수는 자산건전성이다. 올해 6월 말 카드사의 1개월 이상 실질연체율은 1.5%로 2023년 이후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캐피탈사의 연체율은 AA급 1.4%, A급 이하 4.1%로 2.7%포인트 차이가 났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비중과 위험자산 구성의 차이가 등급별 격차로 이어진 것이다.
과거 사례도 건전성 위험을 보여준다. A급 이하 캐피탈사의 요주의이하여신비율은 2022년 말 5.1%에서 2024년 말 12.9%까지 상승했다. 카드사는 부실채권 상·매각 규모를 2022년 2조9000억원에서 작년 6조8000억원까지 확대하면서 연체율을 관리했다. 표면적인 연체율만으로 실제 부실 부담을 판단하기 어려운 이유다.
대손비용 스트레스 테스트에서는 차이가 더 벌어졌다. 신규 연체채권에 '고정' 수준의 20% 적립률을 적용한 S1 시나리오에서 추가 대손상각비는 추정 순이익 대비 AA급 캐피탈사 21%, A급 이하 33%였다. '회수의문' 수준인 50%를 적용한 S2에서는 각각 52%, 81%까지 높아졌다.
다만 81%는 실제 발생을 예상한 기본 전망이 아니라 부실 강도가 커진 스트레스 상황을 가정한 수치다. 그럼에도 기존 연체율이 높은 업체에서는 금리상승 자체보다 손실 인식 규모가 신용도와 수익성을 좌우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연체채권을 상·매각해 연체율을 낮춰도 매각손실과 대손비용이 늘면 결국 손익계산서에서 부담이 나타나는 구조다.
유동성은 버틸 여력…'금리'보다 신용사건이 변수
유동성은 과거보다 안정적이다. 카드사의 올해 6월 말 90일 즉시가용유동성비율은 143.3%로 단기 유동성 대응력이 충분한 수준으로 평가됐다. 3분기 신규 회사채 평균만기는 2.7년으로 짧아졌지만 발행 자체에 큰 제약은 나타나지 않았다.
캐피탈사 역시 현재 자본시장 접근성은 비교적 양호하다. 일부 업체에서 단기조달 비중이 다시 높아졌지만 장기채 발행이 막혀 단기차입으로 밀려났던 과거와 달리 단기금리가 장기금리보다 낮은 시장구조를 활용한 비용관리 성격이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유동성 위험은 금리보다 시장 신뢰에 더 민감하다. 지난 금리상승기에도 레고랜드 사태와 태영건설 워크아웃처럼 신용사건이 발생했을 때 여전채 투자수요가 빠르게 위축됐다. 현재 조달여건이 안정적이더라도 새로운 신용사건과 투자심리 악화가 발생하면 차환 부담은 단기간에 커질 수 있다.
결국 이번 금리상승기에는 '조달금리가 얼마나 오르는가'보다 '기존 부실을 얼마나 정리했고 새로 발생하는 위험자산을 얼마나 통제할 수 있는가'가 핵심이다. 카드사는 가맹점수수료율 인하와 카드대출 성장 제약 등으로 과거처럼 수익성을 방어할 수 있는 선택지가 줄었다.
캐피탈사는 PF 익스포저를 줄이는 대신 기업대출과 투자금융을 확대하면서 위험의 형태가 바뀌었다. 조달 충격은 과거보다 낮아졌지만 건전성 관리능력에 따라 업체별 실적과 신용도 격차는 오히려 더 벌어질 수 있는 구조다.
예결신문 / 김용대 칼럼니스트 yong66012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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