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순차입금/EBITDA 6.5배···지표 개선에도 상대적 열위
부채성 자본조달 1년 새 10조원 증가···상환·정산 조건이 변수
[예결신문=김민준 기자] 주요 그룹의 재무역량이 반도체·조선·방산 등 주력 업종의 실적에 따라 갈리고 있다. SK는 순차입금이 2023년 말 84조원에서 올해 6월 말 -12조원으로 줄었지만, 롯데는 현금창출력 대비 차입 부담이 여전히 높았다. 실적 개선과 별개로 SK·LG·롯데·한화·HD현대의 부채성 자본조달은 31조6000억원으로 1년 새 10조원 증가했다.
21일 한국기업평가의 '2026년, 주요 그룹의 사업포트폴리오 및 재무역량 분석' 자료에 따르면 금융계열사를 제외한 10개 그룹은 반도체·조선 호황 영향에 그룹별로 재무 체력의 희비가 엇갈렸다. 사업환경 평가는 올해 6월 산업 전망을, 재무 비교는 올해 상반기까지의 실적과 차입지표 등을 토대로 했다.
반도체·조선이 차입 부담 낮춰
삼성과 SK는 반도체, 한화는 조선·방산, HD현대는 조선·전력기기가 수익성 개선을 이끌었다. 특히 SK는 반도체 호조가 석유화학·이차전지 부진을 상쇄했고 사업 재편과 자구계획이 더해지면서 순차입금이 마이너스로 전환했다. 현금성 자산이 차입금보다 많은 상태로 바뀐 것이다.
SK의 순차입금/EBITDA는 2023년 4.1배에서 올해 상반기 -0.1배로 낮아졌다. HD현대도 같은 기간 3.6배에서 0.0배로 개선됐다. EBITDA는 이자·법인세·감가상각비 등을 차감하기 전 이익으로, 순차입금과 비교해 영업이익 창출 규모 대비 차입 부담을 가늠하는 지표다.
한화는 차입금 증가보다 이익 확대 효과가 컸다. 한화오션 인수와 태양광 설비 투자 등으로 순차입금은 2023년 말 20조원에서 올해 6월 말 34조원으로 늘었지만, 순차입금/EBITDA는 6.1배에서 3.9배로 하락했다. 차입금 규모가 늘었다는 사실만으로 상환능력이 약해졌다고 평가하기 어려운 사례다.
롯데, 지표 개선에도 현금창출력 대비 차입 부담
롯데는 순차입금/EBITDA가 지난해 9.2배에서 올해 상반기 6.5배로 낮아졌다. 롯데케미칼의 원재료 투입 시차에 따른 긍정적 효과와 유통부문 마진 회복, 자구계획 등이 반영됐다. 그러나 주력 사업 부진과 투자 성과 가시화·자구계획 지연 등에 재무안정성이 비교 그룹 중 상대적으로 낮았다.
그룹별 사업환경에서도 롯데·포스코·현대차·LG는 비우호적 영역에 속했다. 롯데는 석유화학·건설, 포스코는 철강 공급과잉, 현대차는 자동차 관세 위험과 경쟁 심화, LG는 이차전지·석유화학의 중국발 공급과잉 등이 원인으로 보인다.
다만 업황과 재무상태는 구분된다. 현대차는 비우호적인 사업환경에도 삼성과 함께 순현금을 유지하며 높은 재무안정성을 보였다. 신세계와 CJ는 안정적인 현금창출에도 투자자금 지출로 차입 부담을 낮출 여력이 제한적인 것으로 분석됐다.
부채성 자본조달 46.3% 증가···SK가 61.7%
실적 회복과 함께 확인할 변수는 부채성 자본조달이다. 5개 그룹의 조달 규모는 지난해 6월 말 21조6000억원에서 올해 6월 말 31조6000억원으로 늘었다. 증가율은 약 46.3%다.
SK가 19조5000억원으로 전체의 약 61.7%를 차지했다. 한화 5조1000억원, 롯데 4조2000억원, LG 2조원, HD현대 약 8000억원 순이다. SK의 증가액은 5조2000억원으로 5개 그룹 전체 증가분의 52%였다.
조달 방식은 주가수익스와프(PRS) 등 차액정산계약, 신종자본증권, 상환전환우선주(RCPS) 등이다. 일반 차입 외에 자본 인정이나 지분 활용을 통해 자금을 마련하지만, 계약에 따라 정산금 지급이나 상환 의무가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조달액 전체가 즉시 갚아야 할 빚은 아니며, 반대로 상환 부담이 없는 자본으로도 볼 순 없다.
SK는 그룹 전체 재무지표가 개선됐지만 SK이노베이션과 관련 자회사를 중심으로 비차입 조달을 확대했다. 그룹의 순현금 전환과 개별 계열사의 자금조달 부담이 동시에 존재하는 셈이다. 영업현금창출력과 만기 연장 조건, 차환 이력을 감안하면 단기간에 상환 부담이 현실화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상장 지연 땐 투자자 회수 조건이 자금 유출로
기업공개(IPO)를 전제로 유치한 투자금도 계약 조건에 따라 현금 유출로 이어질 수 있다. 자회사 상장 제약이 커지면 재무적투자자의 투자금 회수 권리 행사로 해당 회사나 모회사의 자금 부담이 확대될 수 있다.
대표적으로 SK에코플랜트는 올해 IPO 약정기한을 지키기 어려울 것으로 추정되자 4월과 6월 SK㈜와 SK에코플랜트가 투자자 보유 주식을 취득, 유출 자금이 1조원을 넘었다다. HD현대로보틱스의 상환전환우선주에도 IPO 약정과 투자자의 매도청구권이 포함돼 있다.
결국 재무역량을 비교할 땐 주력 사업이 벌어들이는 이익, 실제 차입금 감소, 자본조달 계약의 상환·정산 조건을 함께 반영해야 한다. SK의 순차입금 감소와 부채성 자본조달 확대, 한화의 순차입금 증가와 상환능력 지표 개선은 같은 그룹 안에서도 지표별 방향이 달라질 수 있음을 보여줬다.
예결신문 / 김민준 기자 livekmi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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