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2027년 단계적 도입···국내 시장 10조 규모 잠재력
[예결신문=김용대 칼럼니스트] 디지털자산 시장의 중심축이 거대하게 이동하고 있다. 그동안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 같은 크립토자산 중심에 머물던 디지털 자산 시장이 채권, 펀드, 주식 등 전통 금융상품을 분산원장 기반 환경에서 발행·거래·결제하는 '금융자산 토큰화'로 급격히 확장되는 양상이다.
금융당국의 가이드라인과 제도 정비 속에서 국내외 토큰화 시장은 기존 자본시장 인프라 전체를 바꾸는 대전환 단계로 진입했다는 평가다.
전통 금융자산의 온체인화…시장 대변혁 견인
11일 한국신용평가 집계에 따르면 글로벌 토큰화 금융자산 시장은 여전히 전체 디지털자산 시장(약 2조3000억 달러) 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 내외(약 340억 달러)에 불과하지만 성장세는 압도적이다. 2023년 초 약 10억 달러에 불과했던 시장 규모는 올 상반기 기준 34배 이상 급증했다.
이러한 급성장을 주도하는 것은 미국 국채와 MMF(명목화폐펀드)다. 미국 국채 기반 토큰화 자산은 약 155억 달러 규모로 전체 토큰화 금융자산 시장의 절반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기존 전통 금융 시장에서 MMF 상환에 1영업일 이상 소요되는 반면, 분산원장 기반 환경에서는 당일정산이 가능한 데다 단순 가이즈 역할을 하는 스테이블코인과 달리 기초자산의 수익까지 투자자에게 제공할 수 있다는 점이 온체인 유동성 자금을 대거 흡수한 결과다.
여기에 국제기구와 정책금융기관 중심으로 이루어지던 디지털본드 발행도 금융기관과 일반 기업 공모로 확장되는 추세다. 최근 홍콩모기지공사(HKMC)의 대규모 공모 디지털본드 발행 성공은 실질적인 자금조달 수단으로서의 가능성을 여실히 입증했다.
인프라 효율화가 본질…'온체인 결제'와 '상호운용성'이 열쇠
전문가들은 토큰화의 본질을 단순히 신규 금융상품의 출현이 아닌 금융 인프라 운영 방식의 효율화로 정의한다. 전통 금융시장은 예탁결제원, 수탁기관, 은행 결제망 등 여러 기관의 장부를 거치며 중복 대사와 시차가 발생하지만 분산원장 구조에서는 권리 변동과 결제가 스마트계약 기반으로 일원화된다.
세계경제포럼(WEF)은 분산원장 기반 담보관리를 통해 연간 1000억 달러 이상의 자본 효율성 개선이 가능할 것으로 추산했다. 국제증권감독기구(IOSCO) 역시 거래상대방 위험 감소와 결제 지연 축소를 핵심 장점으로 꼽았다.
다만 자산(Asset Leg)만 토큰화되고 대금 결제(Cash Leg)가 기존 오프체인망에 남게 될 경우 실시간 정산 등 토큰화의 핵심 효익을 누릴 수 없다. 이 때문에 주요국은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토큰화예금, 스테이블코인 등 온체인 결제 수단의 도입을 서두르고 있다. 한국은행 역시 도매 CBDC와 예금토큰을 연계한 '프로젝트 한강'을 통해 실증 테스트를 진행 중이다.
2027년 전자증권법 개정…국내 토큰증권 10조원 시장 열린다
국내 자본시장도 본격적인 제도권 편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최근 금융당국이 선포한 '토큰증권 정책방향'에 따라 개정 전자증권법이 시행되는 내년 2월부터 기관투자자 전용 사모 MMF, 사모사채, 비상장주식 등이 1단계 토큰화 대상으로 지정돼 우선 추진된다.
이후 안전성과 효율성 검증을 거쳐 공모증권 토큰화와 온체인 결제 인프라 연계로 이어지는 2·3단계 로드맵이 차례로 적용될 예정이다. 신한자산운용, 한국투자증권, 미래에셋자산운용 등 주요 금융사들도 펀드 토큰화 및 온체인 결제 시스템 구축에 앞다퉈 나서는 중이다.
시장에서는 1단계 도입 시 침투율 0.6% 적용 시 약 6000억원 규모의 시장이 형성되고 국채·공모사채·공모주식이 포함되는 2단계 확장 시 시장 규모가 약 10조원 수준으로 껑충 뛸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 역시 2030년까지 수조 달러 규모로 급팽창할 것으로 예상된다.
자본시장의 유례없는 인프라 혁신이 진행되는 가운데 시장 참여자들에게는 새로운 과제도 남겨졌다. 동일한 기초자산이라 하더라도 토큰의 법적 권리구조, 스마트계약의 안전성, 수탁 및 결제 인프라에 따라 투자자 부담 위험이 완전히 달라질 수 있어서다.
금융시장이 새로운 디지털 파이낸스 시대로 진입함에 따라 전통적 신용·유동성 위험 외에 기술적·구조적 리스크를 정밀하게 파악하는 식견이 필수가 됐다.
예결신문 / 김용대 칼럼니스트 yong66012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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