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수도·도시철도 손실만 3.83조···전체 순손실 3.52조보다 많아
도시개발공사 부채 53조·부채비율 182.9%···부채감축 28곳 중 의료원 14곳
[예결신문=김민준 기자] 정부와 지자체의 공공요금 동결 및 인상 최소화 기조가 이어지면서 작년 전국 지방공기업의 경영 성과가 대폭 악화됐다. 상하수도와 도시철도 등 주민 생활과 직결된 필수 공공서비스 부문의 손실이 눈덩이처럼 커진 탓이다.
3일 행정안전부 '2025년도 지방공기업 결산' 자료에 따르면 전국 421개 지방공기업의 지난 1년간 당기순손실은 총 3조5216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도(2조6813억원) 대비 손실 폭이 8403억원(31.3%)이나 늘어난 수치다.
전체 자산은 255조8000억원으로 5년 연속 늘었고 부채비율도 41.4%로 8년째 40% 안팎을 유지했다. 행안부 관계자는 "개발 사업으로 인한 차입 부담이 커졌으나 자본 확충이 병행되면서 전반적인 재무 안정성이 흔들림 없이 유지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부채는 빠르게 증가해 1년 새 5조2000억원 증가한 75조원에 달했다.
핵심은 적자가 발생하는 공공서비스와 부채가 집중된 개발 부문의 구조다. 상하수도·도시철도는 정책적으로 요금을 원가만큼 올리기 어렵고 도시개발공사는 신도시와 주택 공급을 위해 차입을 확대할 수밖에 없는 탓이다. 지방공기업의 재무 부담이 '방만경영'의 문제만은 아닌 이유다.
자산 3.5% 늘 때 부채 7.5%…외형 성장보다 두 배 빠른 차입
작년 지방공기업의 자산은 전년 247조1000억원에서 255조8000억원으로 8조7000억원, 3.5% 증가했다. 자본은 177조3000억원에서 180조8000억원으로 2.0% 늘었다. 반면 부채는 69조8000억원에서 75조원으로 7.5% 증가했다. 부채 증가 속도가 자산 증가율의 두 배를 넘고 자본 증가율의 세 배를 웃돈 셈이다.
행정안전부는 수도권 지역 개발공사의 신도시 건설에 따른 차입금과 장기임대보증금 증가를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자산 재평가와 내부유보 확대로 자본도 늘면서 전체 부채비율은 41.4% 수준에서 방어됐지만, 재무제표의 외형 확대가 이전보다 차입에 더 의존하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하수도 48.1%·도시철도 52.4%…필수서비스 손실 3.83조, 전체 적자 웃돌아
손익 악화는 상하수도와 도시철도에 집중됐다. 상수도 요금현실화율은 74.7%로 당기순손실 4907억원, 하수도는 48.1%로 1조8487억원의 손실을 냈다. 도시철도 역시 평균 요금현실화율이 52.4%에 그치며 1조4875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세 부문의 손실을 합하면 3조8269억원이다. 지방공기업 전체 순손실 3조5216억원보다 오히려 3053억원 많다. 다른 사업에서 발생한 이익이 필수 공공서비스 적자를 일부 메워 전체 손실이 이보다 작아진 모습이다.
특히 공공요금 인상 억제가 당장엔 주민 부담을 줄이지만 원가-요금 차이는 지방공기업 손실에 그대로 반영된다. 손실이 누적되면서 지자체 출자·보조나 차입 확대를 통해 다시 재정 부담으로 전환되는 악순환에 빠졌다. 물가 안정 비용을 공기업이 대신 떠안은 셈이다.
도시개발 부채 53조·부채비율 182.9%…전체 평균의 4.5배
전체 부채비율만 보면 지방공기업의 재무상태는 비교적 안정적으로 보인다. 그러나 유형별로 보면 차이가 크다. 2025년 도시개발공사의 자산은 82조원, 부채는 53조원으로 집계됐다. 전체 지방공기업 부채 75조원의 70.7%가 도시개발공사에 집중돼 있다. 도시개발공사의 부채비율도 182.9%로 전체 지방공기업 평균을 크게 웃돈다.
문제는 부채만 늘어난 것이 아니라 수익성도 약화됐다는 점이다. 도시개발공사 순이익은 2024년 8091억원에서 2025년 4674억원으로 3417억원 감소했다. 공영개발 부문도 186억원 적자에서 2858억원 적자로 손실이 급증했다. 부동산 경기와 용지 판매 실적에 따라 현금 흐름이 흔들리는 개발사업 특성상 차입 부담과 사업수익 변동성이 동시에 커지고 있다.
부채감축 28곳 중 의료원 14곳…개발사업·공공의료 부문, 재무위험 양대 축
정부도 총량 지표보다 기관별 위험 관리로 무게중심을 옮기고 있다. 행안부는 최근 3개년 결산 자료를 토대로 102개 기관(공사 22개, 출자 30개, 출연 50개)을 부채중점관리기관으로 지정했다. 이들 기관은 5개년 재무부채관리계획을 수립·공시해야 하며 이 가운데 위험도가 높은 28곳은 부채감축대상기관으로 별도 관리된다.
대상기관 중엔 서울의료원·부산의료원과 강원 4개 의료원, 충북 2개 의료원, 충남 3개 의료원, 강진의료원, 제주 2개 의료원 등이 14곳으로 절반을 차지한다. 나머지는 경기주택도시공사와 광주광역시도시공사, 강원중도개발공사, 양주역세권개발PFV, 각종 산업단지·관광 개발법인 등 사업형 기관이 중심이다.
송경주 행안부 지방재정경제실장은 "녹록지 않은 재정 여건 속에서도 내실 있는 경영 관리를 통해 재정건전성을 제고하겠다"며 "주민에게 양질의 공공서비스가 안정적으로 제공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예결신문 / 김민준 기자 livekmi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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