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성 불일치·불투명한 평가·다층 레버리지·완화된 약정·산업 집중 위험
AI 데이터센터가 새 성장축···GPU 잔존가치와 순환금융 논란까지 부상
[예결신문=김용대 칼럼니스트] 글로벌 프라이빗 크레딧(사모신용) 시장이 약 2조달러, 원화로 2800조원 규모까지 커지면서 금융시장의 새로운 위험지대로 떠오르고 있다. 미국 은행권 전체 금융자산 약 26조달러의 8%, 미국 회사채 발행잔액 약 12조달러의 17%에 해당한다. 약 1조4000억달러 규모인 미국 하이일드 채권시장보다도 크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은행 자본규제가 강화되면서 중견·투기등급 기업 대출이 비은행권으로 이동했고 보험사와 연기금의 대체투자 수요가 맞물리며 시장이 빠르게 성장했다. 최근에는 개인투자자의 접근경로까지 확대되면서 기관 중심이던 시장의 투자자 기반도 넓어지고 있다.
2조달러 사모신용 시장…은행 밖으로 이동한 기업대출
프라이빗 크레딧은 비은행 금융기관과 투자자의 자금을 모아 기업에 사모 형태로 대출하는 시장이다. 프라이빗 크레딧 펀드와 BDC 등이 투자자와 차주를 연결하며 차주는 주로 은행이나 회사채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기 어려운 중견기업과 투기등급 기업이다.
시장 성장 자체가 곧 위기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문제는 자산구조와 평가 방식이다. 사모신용의 기초자산은 통상 만기 5년 안팎의 장기 기업대출인 반면 최근 성장한 준유동성 펀드는 투자자에게 분기 단위로 환매 기회를 준다. 자산은 장기로 묶여 있지만 투자자는 상대적으로 짧은 주기로 돈을 회수할 수 있는 구조다.
시장 불안으로 환매가 집중되면 펀드는 현금 확보를 위해 자산을 매각해야 한다. 그러나 사모대출은 주식이나 회사채처럼 활발하게 거래되는 시장이 없어 적정 가격에 곧바로 처분하기 어렵다.
유동성·평가·레버리지…사모신용 '3중 취약성'
가치평가 문제도 유동성 위험과 맞물린다. 시장가격이 없는 사모대출은 운용사가 차주의 현금흐름과 유사 대출금리 등을 활용해 공정가치를 산정한다. 시장 충격이 발생해도 장부가격에 즉각 반영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레버리지도 여러 단계에서 쌓인다. 기업이 대출을 받은 뒤 해당 대출을 보유한 펀드가 서브스크립션 라인이나 NAV 론을 통해 추가로 돈을 빌릴 수 있다. 특히 NAV 론은 펀드가 보유한 자산을 담보로 다시 차입하는 구조여서 기존 투자자산 위에 또 다른 부채가 얹힌다.
1일 한국기업평가 조사에 따르면 프라이빗 크레딧 펀드의 평균 레버리지가 약 1.9배, 중간값은 1.04배로 나타났다. 반면 상위 5% 펀드는 약 3.5배 수준까지 높아졌다. 대다수 펀드가 고레버리지 상태는 아니지만 상위 고위험 펀드가 전체 시장에서 차지하는 자산 비중이 명확히 드러나지 않는다는 점은 변수다.
AI 데이터센터로 번진 사모신용···GPU 가치가 새 신용변수
사모신용의 다음 성장축은 AI 데이터센터다. AI 인프라는 대규모 초기 투자와 긴 자금 회수기간이 필요한 만큼 은행 대출과 회사채 이외의 자금조달 수단으로 프라이빗 크레딧이 활용되고 있다. 2025년 전체 프라이빗 크레딧 거래의 약 10%가 AI 관련 딜로 파악된다.
특수목적기구가 자금을 조달해 GPU를 구입하고 이를 AI 개발사나 하이퍼스케일러에 임대한 뒤 리스료로 원리금을 상환하는 방식이다. 문제는 AI 수요가 꺾이거나 GPU가 예상보다 빠르게 진부화될 경우다. 리스료 감소와 담보가치 하락이 동시에 나타날 수 있다.
엔비디아나 브로드컴 등 칩 업체가 잔존가치 보증이나 신용보강에 나서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칩 공급자가 구매자의 자금조달에 관여하고 그 자금이 다시 자사 제품 구매로 연결될 경우 순환금융 논란도 발생한다.
프라이빗 크레딧의 위험은 장기자산과 환매구조의 불일치, 내부모형에 의존하는 평가, 펀드 단계의 추가 차입, AI 분야로의 자금 집중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는 데 핵심이 있다.
예결신문 / 김용대 칼럼니스트 yong66012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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