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결신문=백도현 기자] 부동산 시장에 '초양극화'의 그늘이 짙게 드리우고 있다. 서울 강남권은 수백 대 일의 경쟁률로 '로또 청약' 열풍이 부는 반면, 지방은 청약자가 '0명'에 수렴하는 단지가 속출하고 있다.
고금리 장기화와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분양가가 치솟자 확실한 시세 차익이 보장된 '안전 자산'인 서울로만 수요가 쏠리는 탓이다. 문제는 이러한 쏠림 현상이 지방 중소 건설사들의 연쇄 부도로 이어져 실물 경제 전반의 뇌관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
■ "집 지어놓고 곡소리"⸱⸱⸱지방 분양시장 '처참한 성적표'
5일 건설업계와 한국부동산원 청약홈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전국에서 분양된 327개 단지 중 46%에 달하는 150개 단지가 1순위 청약에서 경쟁률 1대 1을 채우지 못했다. 분양 단지 두 곳 중 한 곳은 미달 사태를 빚은 셈이다.
미달 단지는 경기도가 41곳으로 가장 많았고, 부산(15곳), 강원(14곳), 울산(10곳) 등이 뒤를 이었다. 단순한 경쟁률 저조를 넘어 '청약 제로'에 가까운 단지들도 속출했다. 충남 홍성의 '홍성2차 승원팰리체 시그니처'는 292세대 모집에 단 2건만이 접수되는 굴욕을 겪었다.
올해 들어서도 상황은 악화일로다. 남울산 '노르웨이숲'은 328세대 모집에 9건, 광주광역시 '한양립스 에듀포레'는 111세대 모집에 9건이 접수되는 등 참패가 이어졌다. 지방 거점 도시인 대구와 부산 에코델타시티에서조차 미달 사태가 발생하며 지방 분양 시장은 사실상 '뇌사 상태'에 빠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 "강남은 전쟁터"⸱⸱⸱서울 쏠림, '안전 자산' 심리의 방증
반면 서울 분양 시장은 딴세상이다. 올해 서초구에서 분양한 '래미안 원페를라'는 268세대 모집에 4만 635건의 청약 통장이 몰리며 평균 경쟁률 151대 1을 기록했다. 지난해 서울 지역 1순위 평균 경쟁률은 102대 1이었으며,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로 좁히면 무려 289대 1에 달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극심한 양극화의 원인으로 '옥석 가리기' 심화와 '공급 부족 우려'를 꼽는다. 공사비 급등으로 향후 아파트 공급이 줄어들 것이라는 공포감이 확산하자, 수요자들이 "지금 아니면 서울에 집을 못 산다"는 심리로 '똘똘한 한 채'에 집중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방 아파트는 입주 후에도 시세가 분양가를 밑도는 '마이너스 프리미엄' 우려가 커지며 외면받고 있다.
■ 미분양의 나비효과⸱⸱⸱건설사 줄도산, 금융권 위기로 전이
지방발 미분양 적체는 건설사들의 자금줄을 마르게 하고 있다. 분양 대금으로 공사비를 충당해야 하는 구조에서 미분양은 곧 유동성 위기로 직결된다.
실제로 지난해 부도를 낸 건설사는 총 27곳으로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신태양건설(부산), 제일건설(익산) 등 지역 기반의 중견 건설사들이 쓰러졌고, 시공능력평가 50위권인 신동아건설마저 어음을 막지 못해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이는 단순한 개별 기업의 파산을 넘어, 이들에게 자금을 빌려준 저축은행과 상호금융 등 제2금융권의 부실로 전이될 위험을 높이고 있다.
주택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달 아파트 입주전망지수는 68.4로 2023년 1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집을 다 지어놓고도 입주자가 없어 잔금을 회수하지 못하는 '입주 리스크'까지 겹치며 건설사들의 숨통을 조이고 있다.
■ 전문가 "양극화는 상수⸱⸱⸱PF 구조조정 골든타임 놓치지 말아야"
전문가들은 현재의 시장 양극화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며 정부의 정교한 정책 대응을 주문했다. 무리한 대출 규제 완화보다는 부실 사업장의 신속한 정리와 우량 사업장에 대한 유동성 지원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지금의 양극화는 고금리와 고물가라는 거시경제 환경 속에서 수요자들이 철저하게 '안전 자산'을 선호하게 된 결과"라며 "지방 미분양 해소는 단기간에 해결되기 어려운 구조적 문제"라고 진단했다.
이 위원은 이어 "무리하게 빚을 내서 사업을 벌인 한계 기업들은 시장 원리에 따라 정리되도록 두되, 건실하지만 일시적 유동성 위기를 겪는 건설사에 대해서는 PF(프로젝트 파이낸싱) 보증 확대 등 핀셋 지원을 통해 연쇄 도산이 금융 시스템 위기로 번지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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