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잉여금 3조4359억 제외에 따른 재원 조달의 적정성 논란
GDP 성장률 0.29%p 제고 전망과 공급망 리스크에 따른 변동성 확대
[예결신문=김민준 기자] 정부가 중동 분쟁에 따른 글로벌 고유가 위기와 민생 경제 위축에 대응하기 위해 26조 2,000억 원 규모의 2026년도 제1회 추가경정예산안을 편성했다.
10일 국회예산정책처가 발간한 '2026년도 제1회 추가경정예산안 분석' 자료에 따르면 이번 추경은 외형상 적자국채 발행 없는 재정 운용을 표방하고 있으나, 그 이면에는 '불확실한 세수 재추계에 대한 과도한 의존'과 '확정 재원 배제'라는 전략적 선택이 깔려 있다.
이에 본지는 재정 투명성과 향후 세수 결손 리스크를 중심으로 이번 추경안의 재원 구조와 거시경제적 영향을 정밀 분석했다.
낙관적 세수 재추계와 대외 변수 리스크
정부는 이번 추경안을 통해 총지출을 본예산 대비 25조1722억원 증액했다. 재원의 핵심은 25조2000억원 규모의 세입증액경정이다. 이는 반도체 업황 회복에 따른 법인세 증가와 주식 거래 활성화로 인한 증권거래세 수입이 당초 예상을 크게 상회할 것이라는 낙관적 판단에 근거했다. 정부는 이를 통해 적자국채 발행 없이도 대규모 재정 투입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제시한 25조2000억원의 세입증액경정은 국가재정법 제정 이후 역대 최대 수준의 증액이다. 세부적으로는 법인세와 증권거래세가 세입 증액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다만 이번 추계는 올 초 수출 호조세가 연말까지 일정한 수준을 유지한다는 전제하에 도출된 결과다. 현재 중동 지역의 군사적 긴장 고조로 국제유가가 배럴당 110달러를 돌파하고 원·달러 환율이 1500원 선에 근접하는 등 거시경제 지표는 급격한 변동성을 보이고 있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정부의 세수 재추계가 3월 시점의 데이터에 국한돼 하반기 경기 둔화 가능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다고 우려했다. 유가 상승은 기업의 생산 비용을 높여 영업이익을 감소시키고, 이는 법인세 수입의 하락과 이어진다. 또한 고금리 기조가 예상보다 장기화될 경우 자산시장 위축으로 증권거래세 수입 역시 목표치에 미달할 가능성이 크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정부의 세입증액경정이 현재의 수출 호조세가 연말까지 유지된다는 낙관적 시나리오에 편중돼 있다고 본다"며 "만약 하반기 경기 둔화로 세수 결손이 발생할 경우, 적자국채 발행 없이 편성된 이번 추경은 오히려 재정 운용의 경직성을 초래하고 차기 연도 예산 편성에도 부담을 줄 수 있다"고 밝혔다.
확정 재원인 한국은행 잉여금 배제 논란
이번 추경의 재원 조달 방식에서 가장 큰 쟁점은 3조4359억원 규모의 한국은행 잉여금 초과수납분 배제다. 한국은행 잉여금은 이미 국가 결산 과정을 거쳐 국고 납입이 완료된 '확정된 재원'이다. 그럼에도 정부는 이를 재원으로 활용해 세입경정 규모를 낮추거나 국가채무 상환 폭을 넓히는 대신, 추정치에 불과한 초과세수를 우선적으로 활용했다.
이러한 재원 배분 방식은 정부가 세입 규모를 부풀려 재정 여력을 과시하려는 의도로 해석될 소지가 다분하다. 이미 확보된 확정 재원을 두고 불확실한 미래 수입에 의존하는 것은 국가재정법이 추구하는 재정 운용의 건전성과 효율성 원칙에 배치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특히 세수 결손이 발생할 경우에 대비한 안전판으로서 한은 잉여금을 남겨두었다는 정부의 설명은, 반대로 말하면 세수 추계의 불안정성을 자인하는 셈이다.
국가채무 관리의 실효성과 성장률 제고 효과
정부는 이번 추경 재원 중 1조원을 적자국채 조기 상환에 투입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2026년 말 국가채무 전망치는 본예산 기준 1413조8000억원에서 1412조8000억원으로 미세하게 감소한다.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 역시 0.1%p 내외의 하락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25조원이 넘는 대규모 추경 규모와 비교할 때 1조원의 채무 상환은 재정 건전성 회복이라는 명분에 부합하는 실질적 성과로 보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거시경제적 측면에서 이번 추경안은 2026년 경제성장률을 최소 0.21%p에서 최대 0.29%p 정도 상승시킬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고유가 피해지원금이 2분기에 집중 집행될 경우 민간 소비를 촉진하는 마중물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이러한 성장률 제고 효과 역시 예산의 적기 집행과 현장에서의 실질적인 전달 경로가 확보되지 않는다면 수치상의 전망에 그칠 위험이 있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정부가 계획한 지출 사업들이 연내에 온전히 집행될 수 있는지에 대한 철저한 점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추경은 대외 위기 속에서 추가적인 국가 채무를 발생시키지 않고 재정을 운용하려는 정부의 의지를 보여준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다. 그러나 그 근간이 되는 초과세수의 실현 가능성이 대외 변수에 매우 취약하다는 점은 재정 당국이 간과해서는 안 될 대목이다.
국회 심의 과정에서 세수 재추계의 적정성을 엄밀히 검토하고 배제된 한국은행 잉여금을 활용해 재정 구조의 안정성을 확보하는 방향으로의 조정이 절실한 시점이다.
예결신문 / 김민준 기자 livekmi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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