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기획: 정유업계 실적쇼크 下] 에너지 전환의 ‘옥석 가리기’⸱⸱⸱SAF와 배터리의 수익성 증명 '숙제'

백도현 기자 / 2025-04-05 20:13:23
위기 극복 카드 '신사업', 재무적 구원투수 될까
지속가능항공유(SAF)에 6조 투입⸱⸱⸱2027년 의무화 앞두고 '수익성 골든타임' 확보 사활
전문가 "SK온 등 배터리 '캐즘' 장기화와 IRA 정책 변동성, 정유사 신용도의 최후 보루 흔들 수도"
현재 국내 정유업계는 전통적인 석유 사업의 쇠퇴와 신사업의 불확실성이 교차하는 변곡점을 지나고 있다. 이를 극복할 열쇄는 결국 지속가능항공유(SAF)와 차세대 배터리 등 '비정유 신사업'의 조기 수익화다. (일러스트=AI)

[예결신문=백도현 기자] 현재 국내 정유업계는 전통적인 석유 사업의 쇠퇴와 신사업의 불확실성이 교차하는 변곡점을 지나고 있다. 앞서 1편에서 살펴본 50조원의 막대한 부채와 2편에서 분석한 미국 25% 관세 쇼크를 돌파할 탈출구는 결국 지속가능항공유(SAF)와 차세대 배터리 등 '비정유 신사업'의 조기 수익화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 신사업들이 빚을 갚아줄 구원투수가 될지, 아니면 재무 구조를 더 악화시킬 독이 될지는 아직 안갯속이라고 입을 모은다. 정유사들이 사활을 걸고 추진 중인 대규모 자산 투자가 실제 현금 흐름으로 연결되지 않을 경우, 현재의 신용등급 유지는 불가능하다는 경고다.

■ SAF(지속가능항공유), 막연한 기대 보다 '현금 창출' 결과 내야
작년 8월 산업통상자원부와 국토교통부는 'SAF 확산 전략'을 공동 발표한 바 있다. 이 자리에서 국내 정유업계는 오는 2030년까지 SAF 생산 및 친환경 원료 확보를 위해 수조원 단위의 투자를 진행하겠다는 로드맵을 정부에 제출했다.

SAF는 화석연료 기반 항공유 대비 탄소 배출을 최대 80% 줄일 수 있어 탄소중립 시대의 핵심 병기로 꼽힌다. 하지만 높은 생산 단가와 원료 확보의 어려움은 여전히 숙제다. 현재 유럽연합(EU)의 ‘리퓨엘EU’ 정책이 가시화되면서 SAF 수요는 급증하고 있지만, 이를 뒷받침할 국내 생산 기반은 이제 막 걸음마를 뗀 수준이다.

에너지업계 한 전문가는 "2027년부터 본격화될 국제선 SAF 혼합 사용 의무화는 정유사들에게 거대한 기회지만, 핀란드의 네스테(Neste) 같은 글로벌 선두 주자조차 최근 수익성 악화로 고전하는 것을 보면 결코 쉬운 길이 아니다”고 진단했다.

특히 전 편에서 분석했듯 정유 부문의 현금창출력이 급감한 상태에서 조 단위의 SAF 전용 설비 투자를 이어가는 것은 정유사들에게 '성공이 아니면 파산'일 수밖에 없다. 향후 예고된 철강 및 원자재 관세 인상 등으로 설비 구축 비용까지 상승할 경우, 투자금 회수 기간은 당초 계획보다 더욱 늘어지게 된다.

■ 배터리 부문의 딜레마⸱⸱⸱'IRA 보조금'과 '전기차 캐즘'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자회사인 SK온은 정유업계 전체 재무 리스크의 화약고다. 전체 순차입금 31조원 중 20조원 이상이 배터리 사업에 묶여 있는 상황에서 전기차 수요 정체(캐즘)가 예상보다 길어지는 것은 뼈아픈 대목이다.

특히 트럼프 정부가 IRA(인플레이션 감축법) 인센티브 축소를 압박하거나 전기차 의무화 정책 폐기를 검토할 때마다 정유사의 신용 등급은 요동친다. 현재 미국 내 배터리 합작 공장들의 가동률은 당초 계획에 못 미치고 있어 정유 본업에서 벌어들인 돈으로 배터리 적자를 메우는 구조가 한계에 다다랐다는 지적이다.

IBK투자증권 전유진 연구원은 "2025년은 SK온이 단순한 투자의 대상이 아닌 현금 흐름을 창출하는 수익원으로 변모해야 하는 해"라며 "북미 공장의 가동률을 빠르게 끌어올려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AMPC) 혜택을 극대화하지 못한다면, 모기업인 SK이노베이션은 '재무적 임계점'을 넘어서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신사업의 성과가 본업의 부진을 덮어주지 못할 경우, 정유업계 전체의 신용 등급 강등이라는 '도미노 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경고다.

자료=한기평⸱각사, 본지 재구성

■ 9조 원의 승부수 '샤힌 프로젝트'⸱⸱⸱석유화학 비중 25% '도전'
에쓰오일(S-Oil)이 추진 중인 9조원 규모의 '샤힌 프로젝트'는 정유업계 에너지 전환의 상징과도 같다. 원유에서 직접 석유화학 원료를 추출하는 혁신 공법을 통해 수익성을 극대화하겠다는 복안이지만, 이 역시 글로벌 석유화학 업계의 공급 과잉이라는 높은 벽을 마주하고 있다.

특히 사우디 아람코의 전폭적인 지원에도 불구하고, 국내외 경기 부진으로 인한 제품 스프레드 악화는 프로젝트의 초기 수익성을 불투명하게 만들고 있다.

인베스트조선 등 자본시장 전문가들은 "에쓰오일이 부채비율이 180%를 넘어서면서까지 샤힌 프로젝트에 매달리는 이유는 정유 사업만으로는 미래가 없다는 절박함 때문"이라며 "하지만 2026년 상업 가동 시점에 글로벌 화학 시황이 살아나지 않는다면 9조원의 투자는 오히려 기업의 발목을 잡는 거대한 고정비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업계에서는 "결국 정유 4사가 작년의 어닝 쇼크를 딛고 수익을 낼 수 있을지는 무리한 외형 확장보다는 투자 우선순위를 재조정하고 재무 안정성을 확보하는 '내실 경영' 여부에 달려있다"며 "대한민국 정유산업의 본질적인 기초 체력이 올 한 해 동안 시험대에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 예결신문.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백도현 기자

백도현 기자

기업, 지자체 소식과 예산 결산 등 재무상태 분석

뉴스댓글 >

S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