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 "로봇 생산현장 투입은 산업 생존 위해 피할 수 없다"
전문가 “산업 패러다임 송두리째 바꾸는 거대한 변화⸱⸱⸱모범적 협상의 기회로 삼아야”
㊤ '피지컬 AI' 입은 한국 로봇⸱⸱⸱제조 강국 넘어 솔루션 기업으로
㊥ '수익 공식 대전환'⸱⸱⸱노동으로 돈 버는 시대는 끝난다
㊦ 사라지는 노동, 변하는 삶⸱⸱⸱포스트 노동 시대의 개막
[예결신문=백도현 기자] AI와 휴머노이드 로봇의 눈부신 발전, 인간을 대체하는 첨단 기술 앞에 그동안 '거룩한 행위'로 여겨지던 '노동'의 시대가 저물고 있다.
"노동으로 돈 버는 시대는 끝난다"
테슬라 창업자인 일론 머스크가 한 대담회에서 던진 이 발언은 사실 그가 최초로 한 말이 아니다. 1995년 미국의 경제학자이자 사회학자인 제러미 리프킨(Jeremy Rifkin)이 자신의 저서 <노동의 종말(The End of Work)>에 언급한 내용이다. 자동화와 기술 진보로 인해 인간의 노동이 더 이상 필요하지 않은 시대가 올 것이라고 예측한 것이다.
피지컬 AI가 이끄는 휴머노이드 로봇이 노동 현장에 투입되고 전쟁터에 투입되는 시대, 우리가 SF 영화에서나 볼 수 있었던 장면들이 어느덧 현실이 된 모습이다. 자본주의의 수익 공식은 이제 전면 수정되고 있다.
로봇을 활용해 24시간 생산을 전담하는 이런 '자본 주도'의 시대로의 전환은 달리 말하면 공고한 자본을 소유한 대기업이 지금보다 더 큰 부(富)를 독점하게 된다는 뜻이기도 하다.
대표적으로 현대차그룹이 공개한 차세대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는 이처럼 제조 원가를 근본적으로 파괴하는 수익 공식 대전환의 상징이다.
사측은 울산과 아산 등 국내 주요 공장의 생산성 저하를 해결하기 위해 아틀라스 투입을 계획하고 있다. 현재 현대차 국내 공장 근로자의 평균 연봉은 1억원 수준이다. 24시간 공정을 가동하기 위해 3교대 인력을 배치할 경우 연간 약 3억원의 직접 인건비가 소요된다.
반면 아틀라스 1대의 연간 유지비는 약 1400만원 내외로 추산된다. 로봇은 휴식이나 수당 없이 무중단 가동이 가능하다. 이를 고려하면 인간 노동력 대비 생산 비용은 21만4285원(로봇 유지비 1일 기준) 대 82만1917원(인간 3명 인건비 1일 기준) 수준으로 압도적인 격차를 보인다. 회사 입장에선 로봇 도입 2년 차부터 막대한 이익을 거둘 수 있는 구조다. 더구나 로봇은 '파업'을 하지 않는다.
사측의 명분은 '위험 공정과 반복 수작업을 로봇으로 대체해 작업자의 안전을 확보하겠다'는 것이지만, 실질적으로는 고임금 구조를 혁파하고 제조 원가를 대폭 낮추겠다는 의도임은 분명하다. 특히 인구 절벽으로 인해 매년 2000~2500명에 달하는 숙련공이 정년퇴직으로 현장을 떠나는 상황에서 사측은 이를 신규 채용 대신 로봇으로 대체해 수익성을 극대화할 방침이다.
■ "생존권 침탈" 노조 결사 저지⸱⸱⸱기술 배당 요구의 법리적 쟁점
이에 노동계의 반발은 극단적인 수준이다. 전국금속노동조합 현대차지부는 지난 22일 "노사 합의 없는 단 1대의 로봇도 현장으로 들어올 수 없다는 것을 명심하라"고 선포했다. 노조가 가장 우려하는 대목은 '맨아워(Man-Hour·숙련된 작업자 1명이 1시간 동안 수행하는 작업량을 뜻하는 노동 생산성 단위)'의 붕괴다.
나아가 노조는 로봇이 도입되더라도 기술 혁신으로 발생하는 이익을 노동자와 공유해야 한다는 '기술 배당'을 주장한다. 로봇이 인간 3명분의 일을 수행한다면, 그로 인해 절감되는 인건비를 고용 보장 기금으로 적립하거나 노동 시간 단축의 재원으로 사용해야 한다는 논리다. 이는 산업 구조 전환기에 나타나는 전형적인 가치 충돌로, 다가올 임금 및 단체협약 협상에서 최대 쟁점이 될 전망이다.
■ 이재명 대통령 "산업 현장 로봇 투입, 생존 위한 필수 과제" 정의
정부 역시 산업 경쟁력 확보를 위해 로봇 도입의 당위성을 강력히 지지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최근 산업 정책 보고회와 국무회의를 통해 로봇 산업 육성과 제조업 현장의 자동화를 국가적 생존 전략으로 규정했다.
이 대통령은 "글로벌 제조 강국들이 로봇 기반의 스마트 팩토리로 무장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 기업들의 로봇 생산현장 투입은 피할 수 없다"며 정부 차원의 규제 혁파와 제도적 뒷받침을 약속했다.
정부는 로봇 도입을 통해 확보된 제조 경쟁력이 결국 국내 산업 생태계를 유지하는 마지막 보루가 될 것이라고 판단한다. 다만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노동자들의 실직 공포를 완화하기 위해 '직무 전환 교육 시스템'과 '로봇 도입 기금' 마련 등 사회적 안전망 구축을 병행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는 기술 진보의 혜택을 산업 전체로 확산시키면서도 노동계의 충격을 최소화하려는 고육지책이다.
전문가들은 지금의 갈등이 산업화 시대의 가치관과 포스트 노동 시대의 가치관이 충돌하는 과정이라고 진단한다. 기술이 창출한 부를 사회적으로 어떻게 재분배할 것인가에 대한 합의가 선행되지 않는다면, 현대차 공장에서 시작된 이 갈등은 사회 전체의 균열로 번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런 지적은 수년 전부터 제기된 바 있다. 김성희 고려대 노동대학원 교수는 2023년 "우리는 여전히 산업화 시대 사고방식에 머물러 있다. 노동 시간이 길면 생산성도 덩달아 높아질 것으로 기대한다. 그러나 그 이익이 업무 부담 증가나 조직 상층부의 이익으로만 귀결된다면 노동자가 기술 도입을 받아들일 리 없다. 실노동시간 단축을 통해 고용 문제 해결을 위한 세대 간 연대의 계기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이병훈 중앙대 명예교수는 아틀라스 도입과 관련해 "산업 패러다임을 바꾸는 거대한 변화인 만큼 노사 갈등은 필연적이나, 이를 소통과 협의를 통해 일자리 등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모범적인 상생 사례로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의 정면 돌파 의지와 노동계의 생존권 사수 노력이 충돌하는 가운데 2026년 현대차의 임단협은 우리 사회가 포스트 노동 시대로 진입하기 위해 반드시 넘어야 할 거대한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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