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결신문=김용대 위원] 부동산 시장의 가격 형성 원리는 기본적으로 수요와 공급의 법칙이다. 하지만 우리 사회를 지배해온 부동산 불패 신화의 이면에는 철저하게 왜곡된 공급 논리가 자리 잡고 있었다. 자칭 전문가들은 집값 폭등의 원인을 오로지 '공급 부족'으로 몰아세우며 재건축 규제 완화와 신도시 건설만을 해법으로 제시해 왔다.
이를 따랐던 과거 정부 정책은 당연히 신축 아파트의 과도한 분양가 상승을 불렀고 주변의 시세는 덩달아 폭등하며 청년과 무주택자들을 자포자기하게 만들었다.
여기서 우리가 간과했던 사실이 있다. 부동산 시장의 가격을 결정하는 실질적인 동력은 신규 아파트의 양보다 기존 집주인들이 시장에 내놓는 '매도 물량'에 있다는 것이다.
최근 이재명 대통령의 연이은 SNS 메시지와 정책들은 시장의 안정을 바라는 이들에게는 "이번엔 다를 것"이라는 믿음을, 저항을 통해 늘 승리(?)해왔던 다주택자들에겐 '공포'를 심어주고 있다는 점에서 무척 고무적이다.
서울의 자가 점유율은 44% 수준에 불과하다. 나머지 56%의 주택은 집주인이 아닌 임차인이 거주하고 있다는 뜻으로, 서울 주택의 절반 이상이 실거주가 아닌 '투자 목적'으로 굴러간 셈이다.
실거주자는 가격이 변동하더라도 매물을 쉽게 내놓지 않지만, 투자나 투기 목적의 보유자는 수익률 변화나 세제 개편에 따라 민감하게 반응한다. 이들이 일시에 매물을 거둬들이거나 쏟아내는 변동폭이 신규 분양 물량보다 훨씬 크기 때문에 전체 부동산 가격의 방향은 사실상 이들 다주택자와 투자자의 의사에 좌우됐다.
다주택자 엑시트(Exit)를 돕는 정책 모순
최근 시행 중인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는 이들의 매물을 유도하기 위한 조치였다. 하지만 세부 시행 지침을 들여다보면 심각한 모순이 발견된다. 임차인이 있는 경우 실거주 의무를 유예해주거나 매수자 범위를 확대하는 등의 조치는 자칫 다주택자들에게 '세금 혜택을 받으며 고점에서 탈출할 기회'를 열어주는 꼴이 될 수 있다.
반면 무주택자들은 집값이 여전히 높은 상황에서 대출 규제에 막혀 집을 사기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다주택자 매물만 적당히 소화되도록 돕는 것은 '집값 하향 안정'이라는 본래의 목적을 상실한 채, 고점에서 무주택자들로의 손바뀜만 도와주는 결과를 초래할 위험이 크다.
진정한 시장 안정을 위해서는 다주택자들이 더 싼 가격에 매물을 내놓지 않고는 못 배기는 환경, 즉 보유의 고통이 처분익보다 큰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1주택 비거주자 혜택 폐지, 실거주 중심의 세제 개편
부동산 시장의 또 다른 사각지대는 '살지 않는 1주택자'에 대한 과도한 혜택이다. 현행 세제는 1주택자라는 이유만으로 실거주 여부와 상관없이 장기 보유에 따른 양도세 감면 혜택을 부여하고 있다. 이는 1주택을 이용한 '갈아타기 투기'를 부추기는 원인이 된다.
최근 논의되는 실거주 중심의 세제 개편은 바로 이 지점을 타깃으로 한다. 보유만 하고 거주하지 않는 주택에 대한 양도세 공제를 폐지하거나 대폭 축소함으로써 '사는 집이 아니면 팔라'는 명확한 시그널을 보내는 것이다.
실거주자에게는 확실한 혜택을 주되, 거주하지 않는 주택은 투자 자산으로 간주해 엄격한 과세를 적용하는 것이 상식적인 시장의 모습이 아닌가.
금융 정의의 실현⸱⸱⸱다주택자 대출 만기 연장 제한
가장 파격적이면서도 공정한 해법은 역시 금융 영역이다. 그동안 다주택자들은 과거의 관행 속에서 막대한 대출을 받아 자산을 불려왔다. 반면 지금의 청년과 무주택자들은 강화된 대출 규제(LTV, DSR 등)로 인해 집을 살 기회조차 걷어차인 상태다.
이러한 불공정을 해소하기 위해 제안된 것이 '기대출자 대출 구조 조정'이다. 투자용으로 다주택을 보유한 이들의 대출 만기가 도래했을 때 이를 관성적으로 연장해주지 않고 현재의 엄격한 대출 규제를 적용하는 것이다.
'집값 안정'이라는 국가적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투자·투기용의 다주택 취득에 금융 혜택까지 주는 건 문제가 있다. 규칙을 지킨 사람이 손해 보지 않고, 규칙을 어기는 사람들이 이익을 볼 수 없게 하는 것이 정상 사회의 핵심이다.
이 원칙이 적용된다면 대출을 감당하지 못하는 다주택자들의 매물이 시장에 저렴하게 나올 수밖에 없다. 거센 반발이 예상되지만, 이는 한정된 금융 자원을 투기 세력이 독점하게 두지 않고 무주택 실수요자들에게 재배분하는 '금융 정의'의 실현이다.
'광수네복덕방' 대표 이광수씨는 "부동산 문제는 단순히 경제 지표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의 공정성을 측정하는 척도"라며 "집값 안정을 위해서는 다주택자들의 자발적인 매각을 기다릴 것이 아니라 '세제'와 '금융'이라는 양대 축을 통해 시장의 규칙을 정상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제 '버티면 정부가 구해주겠지'라는 투기적 기대감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 사회로 나아가야 한다. 상식과 질서가 회복된 시장에서만이 우리 시대 청년들이 피눈물을 흘리지 않고 미래를 설계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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