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F가 키운 종목 동조성, 리스크 전염 가속화 '부작용'
[예결신문=김용대 칼럼니스트] 대한민국 자본시장이 양적 팽창의 새 이정표를 세웠다. 28일 한국 주식시장(KOSPI·KOSDAQ·KONEX)의 전체 시가총액은 6120조원을 돌파하며 영국을 제치고 글로벌 8위에 등극했다.
코스피 지수는 전일 대비 0.39% 상승한 6641.02로 마감하며 아시아 주요국 증시가 동반 부진한 가운데서도 상대적인 선방세를 보였다. 이란 측의 종전 및 호르무즈 해협 개방 협상안 제시라는 지정학적 리스크 완화 소식이 장 초반 지수를 6700선 위로 끌어올리는 동력이 됐다.
그러나 외형적 성장과 달리 시장 내부의 질적 안정성에는 물표가 찍혔다. 장 초반의 강한 상승 탄력은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회의적 입장 표명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및 빅테크 실적 발표를 앞둔 관망세에 밀려 '전강후약'의 흐름으로 마감했다.
특히 반도체 업종에서는 18일간 이어지던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의 기록적 랠리가 중단된 점이 부담으로 작용했다. 마이크론과 샌디스크 등 메모리 업체의 강세 덕분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버텨냈으나, 시장 전체의 투자 심리는 극도로 예민해진 상태다.
가장 우려스러운 지점은 코스닥 시장에서 심화하고 있는 '웩더독(Wag The Dog)' 현상이다. 코스닥 지수는 이날 0.86% 하락한 1215.58을 기록했는데, 이는 지수 자체의 펀더멘털 문제라기보다 개별 대형주의 돌발 악재가 시장 전체를 흔든 결과다.
전날 삼천당제약에 이어 이날 에이비엘바이오가 임상 결과 여파로 19.3% 급락하자, 이를 편입한 상장지수펀드(ETF) 채널을 통해 연쇄적인 투매 물량이 쏟아졌다. 중소형 성장주가 주를 이루는 코스닥 시장의 특성상, 개별 종목의 사고가 시장 전체의 수급 왜곡으로 번지는 구조적 취약성이 다시 한번 드러난 것이다.
업종별로는 차별화가 뚜렷했다. 이란의 철강 수출 금지와 중국의 조강 생산 감소 여파로 철강주가 강세를 보였고,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트레이딩 수익 기대감으로 종합상사주가 지수 하방을 지지했다.
반면, 알루미늄 등 일부 원자재 관련주는 호르무즈 해협 개방 협상 무산 가능성에 따른 공급 제약 우려로 등락이 엇갈렸다.
결국 글로벌 8위라는 화려한 타이틀에도 불구하고, 한국 증시는 여전히 대외 변수와 개별 종목 리스크에 극도로 취약한 구조를 노출하고 있다. ETF 시장의 급성장은 종목 간 동조성을 높여 리스크 분산이라는 본연의 기능을 약화시키고 오히려 악재의 전염 속도를 가속화하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
시가총액의 양적 성장에 걸맞은 시장의 깊이와 수급의 안정성 확보가 시급한 시점이다. 주요 기업들의 실적 발표가 이어지는 29일 증시는 이러한 펀더멘털의 견고함을 확인하는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예결신문 / 김용대 칼럼니스트 yong66012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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