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 고갈···재산 매각 수입 240억에서 20억으로 91.5% 급락, 재원 한계 직면
사회복지 1.3조 시대 열렸지만 재정 경직성 심화···자본지출 9.5% 줄며 미래 투자 동력 상실
[예결신문=김대성 기자] 용인특례시가 2026년도 본예산 총액 3조5174억원을 편성하며 '예산 3조원 시대'를 본격화했다. 이는 전년도 예산액인 3조3318억원 대비 5.57% 증가한 규모다.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의 중심지답게 도시의 외형은 팽창하고 있으나 시 살림살이는 역대 최악의 재정 경직 상태에 빠졌다.
겉으로 드러난 거대 예산의 이면에는 지방채 발행과 기금 전입, 공유재산 매각 등 동원 가능한 모든 비상 수단을 동원해 하루하루를 버티는 '적자 경영'의 민낯이 가려져 있다. 재정자립도는 46.73%로, 전년(47.87%) 대비 1.14%p 하락했다.
무채무 도시의 종말…빚내어 시작하는 '반도체 대동맥'
5일 예결신문이 용인시 예산 상세 내역과 세입·세출 총괄표를 분석한 결과 시 재정 구조에서 가장 위험한 신호는 '지방채 발행'의 재개다. 그간 '무채무 도시'를 자랑해온 용인은 이번 본예산에서 인덕원~동탄 복선전철 사업 부담금 등을 충당하기 위해 400억원 규모의 정부자금채를 발행하기로 했다.
이는 시의 가용 재원이 대규모 SOC(사회간접자본) 사업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음을 자인한 셈이다. 여기에 재정 안정화계정(기금)에서 200억원을 일반회계로 전입해 부족한 세입을 메우는 등 사실상 '비상금'과 '빚'에 의존해 예산 총액을 맞춘 형국이다.
이에 대해 김운봉 의원은 "반도체 도시 용인의 자부심이었던 무채무 기조가 대규모 철도 사업의 속도를 감당하지 못해 허물어졌다"며 "지방채 발행은 결국 미래 세대에게 빚을 떠넘기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또 남홍숙 의원은 "최근 3년간 일반회계로 전입된 기금 예탁금만 1447억원에 달한다"며 "재정안정화기금이 시장의 개인 마이너스 통장처럼 쓰이고 있다"고 일갈했다. 이어 "기금을 이렇게 곶감 빼먹듯 쓰다가는 정말 위급한 상황이 닥쳤을 때 시 재정이 마비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특히 세입 항목 중 시의 화수분 역할을 하던 공유재산 매각 수입의 붕괴는 충격적이다. 2025년 본예산 당시 240억원에 달했던 재산 매각 수입은 올해 20억원으로 무려 91.5% 폭락했다. 이는 시가 당장 현금화할 수 있는 토지나 건물 등 자산이 한계점에 도달했다는 것으로, 향후 경기 변동이나 예상치 못한 재난 상황 발생 시 대응할 수 있는 기초 체력이 소진됐음을 시사한다.
가용 재원 190억…보조금 매칭에 저당 잡힌 자치
지방세 수입이 1조2595억원으로 전년 대비 6.97% 증가하며 외견상 성장세를 보였으나, 실제 자치 행정을 펼칠 수 있는 실질 가용 재원은 최악의 수준이다. 국·도비 보조금이 1조1830억원으로 11.26% 가파르게 증가하면서 시가 의무적으로 부담해야 하는 보조금 매칭비가 4000억원을 상회하게 된 탓이다.
이로 인해 인건비와 경직성 복지비를 제외하고 시가 독자적으로 투입할 수 있는 투자 가용 재원은 고작 190억원대까지 추락했다.
이런 상황에서 시의 정책 브레인 역할을 수행해야 할 용인시정연구원에 대한 비판도 거셌다. 유진선 의원은 시정연구원에 투입되는 35.6억원의 출연금을 언급하며 "현실성 없는 '용인비전 2040' 같은 탁상행정 보고서나 찍어내며 혈세를 낭비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재정 위기 상황에서 연구원이 시민의 삶에 직결되는 실질적인 정책 대안을 내놓지 못한다면 존재 이유가 없다"며 강도 높은 혁신을 요구했다
이러한 재정 불균형은 세출 구조의 심각한 경직성으로 이어진다. 성질별 지출을 보면 민간 및 기관 지원을 위한 '경상이전' 경비가 2조563억원으로 전체 예산의 63.98%를 점유하고 있다. 반면, 도시의 생산적 기반을 닦는 '자본지출(시설공사비 등)'은 4821억원으로 전년 대비 505억원(9.49%) 감소했다.
복지비 지출이 늘어나는 사이, 정작 미래 세대를 위한 도로, 공원, 학교 등 기반 시설 투자는 대폭 축소되는 '성장의 역전 현상'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복지 비중 43.5%…자체 수입 역부족
분야별 예산 중 사회복지 예산은 처음으로 1조3338억원을 기록하며 전체 일반회계의 43.47%를 차지했다. 기초연금(3447억원), 아동복지(1049억원), 노인복지(4306억원) 등 고령화와 저출생 대응을 위한 법정 의무 지출이 폭발적으로 증가한 결과다.
복지 수요의 증가는 거부할 수 없는 흐름이지만, 용인시처럼 자체 수입 성장세가 복지비 증가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는 상황에서는 결국 다른 필수 사업 예산을 삭감하거나 빚을 낼 수밖에 없는 구조적 굴레에 갇히게 된다.
여기에 2026년 예정된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관리 비용으로만 69.8억원이 신규 편성되는 등 일회성 행정 비용까지 가세하며 시의 곳간은 더욱 팍팍해지고 있다. 이는 전년도 선거 예산(3.8억 원) 대비 17배 이상 폭증한 수치로, 재정 위기 속에서도 정치적 일정에 따른 필수 비용 부담은 피할 수 없는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용인시 재정 건전성 분석 보고서는 "지방세 수입이 늘어도 보조금 매칭에 다 써버리고 부족한 돈을 지방채로 메우는 방식은 반도체 도시 용인의 지속 가능성을 위협하는 적자 재정의 신호탄"이라고 지적했다.
■ 출처
• 용인시 2026년 세입총괄표
• 세입예산사업명세서
• 용인시청 예산과, 용인시의회 사무국 제265회~270회 심의 자료
• 용인시의회 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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