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대 칼럼] 삼성전자 107조 벌었는데···"또 증명하라" 끝없는 시장의 요구

김용대 칼럼니스트 / 2026-10-12 23:14:40
사상 최대 영업이익에도 주가 하락···실적보다 더 먼 미래 요구
코스피 PER 20년래 최저···시장 할인은 합리적인가
2028년까지 증명해야···삼성이 마주한 냉혹한 시장 논리
삼성전자가 분기 영업이익 107조4000억원이라는 사상 최대 실적을 내고도 주가 상승을 위해 2028년 이후의 이익까지 증명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일러스트=AI)

[예결신문=김용대 칼럼니스트] 삼성전자가 세계 최대 분기 영업이익을 내고도 주가 상승을 위해 2028년 이후의 이익까지 증명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올해 기록을 경신하면 내년 실적을 요구하고 내년 전망이 개선되면 다시 그다음 해를 확인하려는 시장의 논리다. 미래를 평가하는 것이 주식시장의 본질이라지만 실적이 좋아질수록 증명의 기한이 멀어지는 현실은 냉혹하다. 문제는 시장의 이 같은 의심이 지금의 반도체 산업 변화를 충분히 반영한 평가인지다.

삼성전자가 지난 8일 발표한 올 3분기 연결기준 잠정 영업이익은 107조4000억원이었다. 시장 예상치 106조원을 웃돌았을 뿐만 아니라 영업이익률은 무려 55.1%를 기록했다. 그런데 발표 당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는 함께 하락했다. 사상 최대라는 수식어만으로는 투자자의 기대치를 넘어서지 못했다.

이런 반응은 반복돼 왔다. 삼성전자는 2025년 하반기 이후 다섯 차례 잠정실적 발표에서 모두 시장 예상치를 웃돌았지만 주가는 발표 당일 네 차례나 내렸다. 이미 알려진 호황이 가격에 반영됐다는 이유다. 이쯤 되니 이 같은 폭발적 실적이 이어지는 기업에 시장이 어느 시점까지 추가 증명을 요구할 것인지 궁금해진다.

실적이 좋아질수록 멀어지는 증명의 한계 
현대차증권 분석에 따르면 코스피의 12개월 선행 영업이익 전망치는 반도체 실적 호조에 상승했지만 지수는 약세를 보였다. 그 결과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최근 20년래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그러나 낮은 PER을 무조건 저평가의 증거로 볼 수는 없다. 예상 이익이 유지된다면 주가가 낮게 평가된 것일 수 있지만 예상 이익 자체가 정점에 가깝다면 시장의 할인에도 이유가 있을 수는 있다.

여기에는 지표의 착시도 작용한다. 12개월 선행 전망치는 연말로 갈수록 이듬해 이익의 비중이 커진다. 내년 예상 이익이 올해보다 많으면 연도별 추정치를 올리지 않아도 선행 수치는 상승한다. 반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2026년·2027년 연간 영업이익 전망치는 고점 이후 하향 조정되는 흐름을 보였다. 선행 지표의 상승과 실제 연간 전망의 개선을 같은 뜻으로 받아들일 수 없는 이유다.

시장의 시선은 이제 2028년으로 향한다. 높은 이익이 AI 투자에 따른 구조적인 수요 변화인지 일시적인 반도체 가격 상승의 결과인지는 중요한 문제다. 다만 고대역폭메모리(HBM)와 서버용 메모리 수요가 커지는 상황에서 과거 반도체 호황과 불황의 경험만으로 미래 이익을 낮춰 볼 근거가 충분한지는 의문이다.

엔비디아도 성장 둔화 우려로 주가가 조정받다가 더 먼 연도의 이익 전망치가 상향되면서 평가가 달라진 사례로 거론된다. 그러나 엔비디아와 국내 메모리 업체는 수익구조가 다르다. 그 사례를 삼성전자 주가의 예정된 경로처럼 적용할 수는 없다.

증권가에서는 2027년 영업이익 전망의 재상향과 2028년 이익 지속성에 대한 신뢰가 주가 재평가의 조건이라고 분석한다. 물론 가능한 해석이지만 그건 확인되지 않은 미래를 전제로 한다. 2028년 전망이 조금 높아진다 해도 시장은 또 "2029년을 확인하자"고 요구할 것이다. 그렇다면 현재의 성과는 언제 제대로 평가받을 수 있을까.

사상 최대 실적이라는 기록이 미래의 모든 불확실성을 제거해주는 것은 아니지만 미래가 확실치 않다는 이유만으로 현재 실적의 의미를 반복해 미루는 평가 역시 당연시할 수 없다.

도대체 언제까지, 어디까지 증명해야 하냐는 것, 그것이 삼성전자가 마주한 씁쓸한 현실이다. 이에 비추어 시장의 의심 자체도 검증 대상이어야 한다는 이유이기도 하다.

예결신문 / 김용대 칼럼니스트 yong660128@naver.com

[ⓒ 예결신문.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김용대 칼럼니스트

김용대 칼럼니스트

기업, 지자체 예산 결산 등의 재무 분석

뉴스댓글 >

S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