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결신문=백도현 기자] “약발이 다 됐나.” 또다시 하락장으로 접어든 삼성전자의 주가에 개미들의 불안감이 다시 고조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주 목요일(14일) 충격적인 ‘4만 전자’를 기록하자 이튿날 강도 높은 자구안을 발표했다. ‘1년간 자사주 10조원 매입’ ‘그중 3조원은 3개월 내 매입 후 소각’ 등이 골자다.
주가는 곧바로 올랐다 금요일 5만3600원에 이어 지난 월요일 5만6500원으로 ‘5만 전자를 회복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화요일인 19일 5만6100원, 다시 오늘(20일) 5만5300원으로 연이틀 하락했다. 물론 이틀간의 흐름으로 자사주 매입 효과와 나아가 삼성전자의 미래를 가늠할 순 없다.
다만 여기서 선후 관계가 바뀐 부분은 집어야 한다. 대부분의 매체는 지난 금요일 주가 폭등이 ’자사주 매입‘ 발표 때문이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자사주 매입 발표는 금요일 장 마감 이후에 발표됐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증권가 한 전문가는 “이 같은 현상은 자사주 매입 정보가 사전에 유출됐다는 증거”라고 단언했다. 시가총액 300조원이 넘는 대한민국 1위 기업의 주가가 아무 정보 없이 하루에 7% 넘게 상승할 수는 없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그는 “물증은 없지만 자본시장법 위반 수사를 착수할 만한 정황증거로는 충분하다”며 “미국 같았으면 SEC(증권거래위원회)가 수사에 돌입했을 만한 일”이라고 말했다.
아무튼 삼성전자의 자사주 매입 발표 효과는 시장에 큰 변화를 주지 못한 채 시들어버렸다.
삼성전자는 과거에도 주가가 부진하면 자사주 매입을 단행했다. 이에 2015년에는 14.29%, 2017년 28.8%나 오르며 효과를 톡톡히 봤다. 하지만 당시는 삼성전자가 실적을 바탕으로 확실한 청사진을 제시했던 시기로, 위기에 빠진 지금과 사정이 다르다.
LS증권 염승환 이사는 주가가 계속 오르기 위해선 무엇보다 실적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삼성전자의 시스템 문제 등 위기설이 아직 해결된 게 아니다. 단지 지금 자사주 매입 발표만 한 상태에서 엔비디아에 제품을 공급하는 지도 불확실하다”며 “조만간 삼성전자가 인사 발표를 하는데 그게 만족스러운 결과를 가져올지도 알 수 없다”고 우려했다. 삼성전자의 기술력과 향후 실적에 의문을 표한 셈이다.
■ 실력 부족 드러낸 삼성전자···조직 구조도 문제
파운드리 업계는 삼성전자의 기술력에 의구심을 품고 있다. 수율(%)에서도 굳건한 1위 기업인 대만 TSMC와 비교에서 70대 25로 한참 밀리는 삼성전자는 시장 점유율에서도 65대 11로 비교 대상이 아니다. 여기에 그동안 관심 밖이었던 인텔이 새로운 회계방식을 도입하며 단숨에 2위로 치고 올라왔다.
인텔은 지난해 반도체를 생산하는 '파운드리 그룹'과 제품 개발 및 설계를 맡는 '프로덕트 그룹'으로 조직을 분리, 회계 기준을 변경했다. 이에 따라 집계한 지난해 인텔의 파운드리 사업 매출액은 189억1000만달러(지난해 환율 적용 약 25조5758억원)로, 삼성 파운드리의 매출액 133억달러(17조9882억원)를 훌쩍 넘어섰다.
삼성의 조직 구조도 문제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설계 부문(시스템 LSI)과 파운드리(위탁생산) 부문이 합쳐진 구조로, 고객사들이 첨단 반도체 설계도를 삼성전자에 맡길 수 없다는 게 시장의 시각이다.
이에 대해 정진욱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의 지난달 국감에서 “(애플, 퀄컴, 엔비디아 등이) 최첨단 설계도를 설계회사에 보여줄 리 없다”며 “빅테크들은 세컨소싱하고 싶어 한다. 삼성이 지금이라도 시스템반도체 설계부분을 과감히 매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매각만 해도 믿지 않을 수 있다. 징벌배상과 디스커버리 같은 걸 입법청원해야 한다”며 “그럼 진정성을 믿을 수 있고 마지막 기회를 잡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재용 회장은 그럴 생각이 없는 듯하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최근 삼성의 공격적인 투자를 두고 “팔 곳도 없이 시설만 늘린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실제 지난달 삼성전자는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에 조성 중인 파운드리 공장에 도입 예정이던 네덜란드 ASML의 첨단장비 ’극자외선 리소그래피‘ 반입을 연기한 바 있다. 장비뿐 아니라 직원들도 떠났다는 보도도 이어졌다.
■ 그래도 결론은 기술력
지금은 삼성 고객사 리스트에 떨어져 나간 애플이 한때는 TSMC와 삼성 양쪽에 칩셋을 맡긴 적이 있다. 2015년 아이폰6S에 탑재됐던 A9 칩셋 생산을 TSMC의 16nm 공정과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의 14nm 공정으로 이원화했는데 삼성 부품이 들어간 제품에서 배터리 과소모 현상이 발견되자 애플은 결국 삼성을 버렸다.
특히 삼성은 2020년대 들어 그동안 적수로 여기지 않았던 SK하이닉스에 기술력이나 원가에서 뒤처지며 이제는 오히려 추격자 신세가 됐다. '초격차'라는 구호는 사라진지 오다.
이에 이재용 회장 책임론이 급부상하고 있다.
회사 수장이 기술 전문가인 다른 경쟁사와 달리 이 회장은 물론 “초등학생도 알아들을 수 있게 보고서를 작성하라”고 주문해 빈축을 샀던 그룹 2인자 정현호 부회장 모두 전문 지식이 없긴 마찬가지다.
여기에 혁신보다는 업적과 몸보신에만 치중한다고 알려진 기업문화도 수년째 나아지지 않고 있다.
앞서 언급한 업계 전문가는 “오로지 한 사람의 강력한 의지만이 삼성전자의 문화를 혁신할 수 있다”며 이 회장의 결단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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