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결신문 심층기획팀] 경기도가 민선 8기 최대 규모의 재정을 AI 및 반도체 산업 육성에 집중 투입하겠다는 정책 방향을 공식화한 가운데 국내 산업계에 강력한 지각변동이 일 조짐이다. 이는 대한민국 첨단 산업의 심장인 경기 남부권에 압축적인 성장의 불을 지피는 동시에 인재와 자본이 특정 분야로 극단적으로 쏠리는 '산업 포트폴리오 불균형'이라는 리스크를 동반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당장 눈앞의 성장 모멘텀을 잡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 구조적인 위험을 방치할 경우 한국 경제의 미래 지속가능성이 흔들릴 수 있다.
특히 산업연구원(KIET)의 경제 포트폴리오 보고서 등 전문가 진단은 경기도의 공격적인 투자가 낳는 '쏠림 현상'을 해소하기 위한 기업의 선제적 '디리스킹(De-risking) 전략'과 공공 부문의 '균형 회복 정책'이 시급하다고 진단한다.
■ 기업 생존 위한 '디리스킹' 전략⸱⸱⸱쏠림에 맞서는 자구책
경기도발 대규모 공공 투자는 팹리스 시제품 제작 지원, 첨단 테스트베드 구축 등 기업의 초기 리스크를 대폭 낮춰주는 긍정적 효과가 크다. 그러나 이에 따른 인재 획득 경쟁 심화와 타 산업 침체는 기업들이 간과할 수 없는 장기적인 위협 요인이다.
지역 및 거점의 '삼각 분산 투자' 필수
경기도의 과밀 경쟁을 피하기 위한 첫 번째 전략은 지역적 거점의 다변화다. 경기도 클러스터 입성 경쟁에만 집중하기보다는 인건비와 부동산 비용이 상대적으로 낮으면서도 잠재력 있는 지역 특화 인력을 활용할 수 있는 지역으로 연구개발(R&D) 거점을 분산하는 전략적 판단이 필요하다. 이는 비용 절감과 함께 특정 권역에 집중된 외부 충격(전력난⸱지진 등)으로부터 핵심 자산을 보호하는 이중의 안전장치 역할을 한다.
기술 활용의 'AI-융합 다각화'로 안정성 확보
AI 기술을 반도체 생산 프로세스에만 국한하는 것은 단일 산업 의존도를 높이는 위험을 안는다. 기업은 확보한 핵심 인력과 기술력을 활용해 기술 응용처를 다각화하는 'AI-융합 전략'을 반드시 추진해야 한다.
구체적으로는 AI 기술을 바이오·헬스케어 분야의 신약 개발 플랫폼이나 모빌리티·물류 분야의 자율주행 센서 및 최적화 시스템 구축으로 확장해 매출처를 다변화해야 한다. 이는 경기도 투자 효과를 극대화하는 동시에, 성장의 안정성을 확보하는 핵심 열쇠다.
내부 인재 보호 위한 '이탈 방어 시스템' 가동
가장 심각한 문제는 인력 유출이다. 반도체·AI 분야 외에 남아있는 그린 기술, 디지털 전환(DX), 문화 콘텐츠 분야의 우수 인력 보호가 기업의 생존을 좌우한다. 기업들은 스톡옵션, 프로젝트 성과 공유제(PS) 등 혁신적인 인센티브를 해당 분야에 집중하고 장기 근속자에게 실질적인 복지 혜택을 강화하는 내부 방어막을 시급히 구축해야 한다.
공공 투자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분야일수록, 기업 스스로 인재 유지를 위한 파격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 공공 부문 후속 조치, 경기도의 '균형 회복 전략' 시급성
경기도는 대규모 집중 투자의 성공을 위해 그 부작용을 해소할 책임이 있다. '성장'과 '균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기 위한 공공 부문의 '균형 전략'이 요구된다.
구조조정 재원의 '투명하고 균형적인 재배치' 원칙 확립
일몰되거나 축소된 사업에서 확보된 재원은 AI·반도체 성과 유지(50%)뿐만 아니라 인력 유출 피해 중소기업 지원(30%) 및 도민 삶의 질 관련 분야(기후/환경, 문화 예술 20%) 등으로 균형을 이뤄야 한다.
특히 중요한 것은 투명성이다. 일몰 사업의 인적·물적 유휴 자원(인력, 장비, 시설)에 대한 '재활용 목록'을 공개하고, 이 자원이 AI 프로젝트와 타 분야 중소기업에 어떻게 배분되는지 투명하게 추적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산업 쏠림 보완' 타겟형 보조금 신설
AI·반도체 분야에 집중된 인재의 역이동을 유도하기 위해 '타 산업 우수 인력 유치 보조금'을 신설해야 한다. 특히 바이오, 로봇, 콘텐츠 등 4차 산업 핵심 분야 중 상대적으로 소외된 분야의 신규 채용 인력과 기존 인력의 재교육 프로그램에 대한 지자체 보조금 지원을 확대해 산업 간 격차를 해소해야 한다.
경기 북부 등 낙후 지역 '비반도체 혁신 구역' 지정
대규모 예산 투입이 어려운 지역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규제 혁신을 통한 저비용 진입 장벽 제거에 집중해야 한다. 상대적으로 낙후된 경기 북부 지역 등을 '비반도체 분야 혁신 구역'으로 지정하고 해당 구역 내에서 AI를 활용한 신기술 테스트, 드론, 자율주행, ESG 기술 등 다양한 분야의 규제 특례를 적용해 새로운 기술 생태계의 활성화를 유도해야 한다. 이를 통해 재정 격차를 규제 혁신으로 보완하는 창의적인 균형 전략을 모색할 수 있다.
한 재정 전문가는 "경기도의 첨단 산업 집중 투자는 한국 경제의 현재 동력을 확보하는 중요한 전략적 선택"이라면서도 "그러나 인재와 자본의 쏠림 리스크를 방치하고 산업 다양성을 잃는다면 이는 미래의 산업 포트폴리오를 취약하게 만들어 결국 '반도체 강국'의 지위마저 위협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기업은 자발적인 디리스킹을 통해 안정성을 확보하고, 경기도는 투명하고 균형 잡힌 재원 및 자원 재배치를 통해 모든 산업 부문이 상생하는 지속 가능한 생태계를 구축해야 할 것"이라며 "경기도의 '올인' 전략이 성공적인 도약으로 기록되려면 그 부작용을 면밀히 관리하고 산업 균형을 회복하는 것이 핵심 과제"라고 말했다.
■ 출처
⸱ 경기도 2026년도 예산 편성 방향
⸱ 산업연구원(KIET) 경제 포트폴리오 보고서
⸱ 중소기업 인력 동향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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