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국으로 치닫는 이란 사태, 에너지·정유·화학 판도 흔든다

백도현 기자 / 2025-06-23 12:17:34
호르무즈 해협 봉쇄 리스크 본격화···공급망 충격, 한국 기업 수혜·타격 동시 부상
지난 22일(현지시각) 미국이 이란 핵심 핵시설 3곳(포르도·나탄즈·이스파한)을 직접 타격하며 이란-이스라엘 전면전에 사실상 참전했다. 이는 중동 지역을 둘러싼 지정학 리스크가 최고조로 치닫는 계기가 됐으며 국제 원유·가스·석유화학 공급망에 구조적 불확실성을 심화시키고 있다. (일러스트=예곃신문)

지난 22일(현지시각) 미국이 이란 핵심 핵시설 3곳(포르도·나탄즈·이스파한)을 직접 타격하며 이란-이스라엘 전면전에 사실상 참전했다. 이는 중동 지역을 둘러싼 지정학 리스크가 최고조로 치닫는 계기가 됐으며 국제 원유·가스·석유화학 공급망에 구조적 불확실성을 심화시키고 있다.

당초 미국은 유럽 3국(G3)과 협상해 사태 봉합을 시도했지만, 협상 결렬 직후 군사적 결단으로 방향을 급선회했다. 이란은 즉각적인 핵 활동 지속과 미국에 대한 보복을 공언하며 ‘호르무즈 해협 봉쇄’라는 전략적 카드를 사용할 태세다.

■ 원유·정유 영향: 호르무즈 해협, 세계 에너지의 ‘목줄’···유가·정제마진 급등 현실화
호르무즈 해협은 세계 원유 공급의 20%, LNG 공급의 20%가 통과하는 세계 에너지 허브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작년 기준 하루 약 1430만 배럴의 원유, 590만 배럴의 정제유, 8000만 톤의 LNG가 이 해협을 통과했다.

해협이 봉쇄되거나 통항이 제한될 경우, 국제 유가와 정제마진은 단기 급등을 넘어 구조적 상방 압력에 직면하게 된다. 특히 수송 차질은 중동산 원유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에 직격탄이 될 수 있다.

S-Oil은 중동산 원유 비중이 가장 높은 국내 정유사로, 수급 경색기에 원유를 미리 확보한 재고평가이익과 정제마진 상승의 최대 수혜주로 꼽힌다. 아울러 HD현대오일뱅크는 상법 개정과 함께 구조 개편 논의가 부상하면서 재평가 여지를 키우고 있다.

인도 정유사의 수출 차질도 국내 정유사에 호재다. 인도는 세계 4위의 정제품 수출국으로 하루 130만 배럴을 수출하는데, 호르무즈 해협 의존도가 46%에 달한다. 지난 19일 인도 석유부 장관은 해협 봉쇄 시 정제품 수출 축소를 공식 시사했다.

■ LNG·발전: 가격 급등기, ‘연료 전환 전략’ 보유한 SK가스 주목
LNG 가격 급등은 단순한 비용 부담을 넘어, 발전 연료 믹스에 따른 수익성 구조에도 영향을 미친다. SK가스는 ‘LNG-LPG Dual Feed 구조’ 발전소인 울산GPS를 보유, 가격에 따라 연료를 유연하게 전환할 수 있는 Optionality를 확보한 국내 유일 사업자다.

현재 SK가스는 LNG를 시장에 판매하고 발전소에는 LPG를 투입 중이다. LNG 외부 판매를 통해 스팟 수익을 극대화하고 발전소 가동을 지속해 SMP(계통한계가격) 상승 수혜도 누리는 구조다. 이는 LNG 단가가 급등하더라도 가격 전가 및 수익 분산이 가능한 포트폴리오 전략이다.

즉 연료 스위칭 전략과 LNG 트레이딩 수익, SMP 상승은 SK가스의 구조적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셈이다.

■ 석유화학: 이란발 메탄올 쇼크···중국 MTO 정지로 역내 NCC 반사이익
중동 리스크는 정유뿐 아니라 석유화학에도 직격탄이 되고 있다. 특히 지난 14일 이란 South Pars 가스전이 공습받으면서 이란산 메탄올 생산 중단이 장기화하고 있다.

이란은 글로벌 메탄올 생산의 9%를 담당하며, 중국의 메탄올 수입의 무려 40%를 차지한다. 중국은 메탄올 기반 에틸렌(MTO) 생산 설비가 전체 에틸렌 생산의 5~6% 수준인데, 이란산 수입 차질이 이어지면 MTO 가동률이 급감하게 된다. 이미 중국 메탄올 가격은 16% 이상 급등하며 불안을 반영하고 있다.

여기에 미국의 대중 에탄 수출 금지 조치까지 겹치면서 중국 ECC 가동률도 7~8%가량 위축되고 있는 상황이다. 종합하면, 중국 전체 에틸렌 설비의 약 10% 이상이 가동 차질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

국내에서는 NCC 기반의 에틸렌 공급 기업인 롯데케미칼과 대한유화가 반사 수혜를 입을 전망이다. 이들은 원료 수급 우위와 유가 연동 가격 체계를 바탕으로, 제품 스프레드 개선의 수혜주로 주목된다.

■ 전망과 결론: 구조적 리스크가 ‘국지적 기회’로···한국 기업, 선별적 대응 필요
이란-미국/이스라엘 갈등은 단기 이벤트가 아닌 구조적·장기화된 갈등으로 평가된다. 그로 인한 글로벌 에너지 시장의 충격은 단가 상승 → 공급망 재편 → 지역별 경쟁력 차별화로 이어진다.

한국 기업 입장에서는 정유·가스·화학 등 에너지 업종 전반에 걸쳐 리스크와 기회가 동시에 존재하는 상황이다. 기업별로 공급선 다변화, 재고 전략, 원료 전환 가능성 등 전략적 대응 능력이 주가에 선반영될 것으로 예상된다.

압계 한 전문가는 “이란 사태는 단순한 국제 정세 충돌을 넘어 세계 에너지·화학 공급망을 재편할 기폭제로 작용하고 있다”며 “중동 의존도를 낮춘 공급 전략과 아시아 내 생산 기반 확보가 기업들의 생존과 도약을 가르는 핵심 축이 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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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도현 기자

기업, 지자체 소식과 예산 결산 등 재무상태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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