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K-국채] 일본의 '몽니'에 발목 잡힌 WGBI 편입⸱⸱⸱90조 자금 유입 "수포로"

김용대 칼럼니스트 / 2025-04-23 18:37:20
글로벌 펀드 자금 40% 장악한 일본의 연기 요청에 FTSE 러셀 '기습 조정'
사상 초유의 편입 시점 연기 사태에 국채 금리 안정화 및 외자 유입 일정 차질
정부의 '기술적 문제' 해명에도 시장선 "일본에 뒤통수 맞았다" 비판 고조
글로벌 펀드 자금의 40%를 좌우하는 일본이 한국의 세계국채지수 편입을 방해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일러스트=예결신문)

[예결신문=김용대 위원] 대한민국 금융의 숙원이었던 세계국채지수(WGBI) 정식 편입이 일본의 의도적인 견제로 인해 돌연 연기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당초 올해 11월로 예정됐던 편입 시점이 내년 4월로 늦춰지면서 수십조 원 규모의 해외 자금 유입을 기대했던 국내 금융시장은 큰 혼란에 빠졌다.

특히 이번 연기가 글로벌 자본시장의 '큰손'인 일본의 압박에 의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부의 외교력 부재와 대일 정책의 한계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다.

■ 일본이 주도한 '기습 연기'⸱⸱⸱FTSE 러셀, 일본 자본 영향력 '굴복'
최근 영국의 FTSE 러셀은 최근 한국 국채의 WGBI 편입 일정을 전격 조정하며 그 이유를 "일부 글로벌 투자자들의 기술적 준비 시간 부족"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금융투자업계의 내부 사정은 다르다.

23일 복수의 글로벌 금융 소식통에 따르면 이번 연기 요청의 실질적인 배후는 글로벌 펀드 자금의 약 40%를 움직이는 일본 투자업계인 것으로 확인됐다.

일본 측은 한국 국채를 지수에 편입하기 위해 필요한 내부 거래 시스템 정비와 승인 절차에 추가적인 시간이 필요하다는 명분을 내세웠다. 그러나 시장 전문가들은 이를 단순한 기술적 문제로 보지 않는다. WGBI를 추종하는 자금 규모가 최대 3조 달러에 달하는 상황에서 한국 국채 비중이 2%대로 설정될 경우 일본 등 기존 선진국 지수에 머물던 자금이 한국으로 대거 이동할 것을 우려한 일본의 '방어적 견제'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 90조 외자 유입 효과 사라졌다⸱⸱⸱국채 금리 안정화 비상
WGBI는 '선진국 국채 클럽'으로 불릴 만큼 공신력이 높으며 지수 편입 시 외국 자본 유출에 대한 불안감을 해소하고 안정적인 장기 투자 자금을 유입시키는 효과가 있다. 전문가들은 한국이 계획대로 편입됐다면 약 90조원 규모의 해외 자금이 국내에 유입, 국채 금리를 0.2%p에서 최대 0.6%p 낮췄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10년 만기 국채 금리가 2.60%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이번 연기로 인해 가계와 기업의 금융 부담을 완화할 기회를 놓친 셈이다.

무엇보다 이번 사태는 WGBI 편입 결정이 내려진 이후, 실제 편입 시작 시점이 뒤로 밀린 세계 첫 번째 사례라는 점에서 충격을 더한다. 이미 많은 글로벌 자산운용사가 한국 국채 매입을 위한 자금 세팅을 마친 상태에서 일본의 몽니로 인해 모든 포트폴리오 전략을 수정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표=예결신문

■ 정부의 무능한 대응⸱⸱⸱일본발 '뒤통수' 자초
기획재정부는 이번 사태에 대해 "국내 정치적 상황과는 무관하며 투자자들의 기술적 준비 문제일 뿐"이라며 파장 축소에 몰두하고 있다. 하지만 시장의 반응은 싸늘하다.

박시동 경제평론가는 이 같은 정부의 안일한 대응에 "한국 국채는 이미 시장에서 활발히 유통되던 상품인데, 이제 와서 테스트 시간이 필요하다는 일본 측의 주장은 어불성설"이라며 "정부는 그동안 한일 관계 개선을 성과로 내세웠지만, 정작 결정적인 경제적 실익 앞에서는 일본에 철저히 이용당하고 뒤통수를 맞은 꼴"이라고 날을 세웠다.

경제계에서는 이번 사태가 단순한 해프닝이 아님을 경고하고 있다. 올해 200조원 이상의 국채 발행이 예정된 상황에서 WGBI 유입 자금이라는 확실한 수요처를 잃게 됨으로써 국채 수급 불균형과 그에 따른 금리 급등의 위험을 오롯이 국민이 떠안게 됐다는 지적이다.

결국 일본의 전략적인 견제 앞에 우리 정부가 제대로 된 협상력조차 발휘하지 못했다는 비판은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선진 금융' 진입의 문턱에서 일본의 훼방에 주저앉은 한국 경제가 내년 4월에는 무사히 편입을 마칠 수 있을지 시장의 불신은 깊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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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대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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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지자체 소식과 예산 결산 등 재무상태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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