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내 블록형 주택 모델, 정비사업 절차 단축 통한 공급 구조 대전환
[예결신문=신세린 기자] 올해 건설 산업은 더는 경제성장률 부양의 수단이 아닌 거시 경제의 안정성 확보를 위해 철저히 관리돼야 할 영역으로 자리할 전망이다. 과거 경기 하강 국면에서 공공 발주 확대나 사회간접자본(SOC) 투자 확대를 통해 경기를 반등시켰던 방식과는 대조적인 행보다.
20일 정부의 '2026년 경제성장전략'에 따르면 올해 건설⸱부동산 방향의 초점은 경기 부양보다는 가계부채와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등 금융 리스크를 관리하는 데 맞춰져 있다. 세부 과제 역시 건설투자 확대보다는 주택수급 리스크 관리에 가까운 조치들로 구성됐다.
이는 신규 착공을 유도하기보다 기존 물량을 관리하자는 것으로, 거래 활성화나 분양 회복을 통해 민간 투자를 자극할 정책 수단은 제한적인 것으로 분석된다.
유진투자증권 류태환 연구원은 주간 보고서에서 "이번 경제성장전략은 건설경기의 추가 악화를 관리하되, 건설투자를 통한 전반적인 경기 반등을 유도하지 않는 구조"라며 "공공기관 지방 이전과 5극 3특 전략이 중장기적으로 수요를 뒷받침할 수 있으나 단기적인 착공 회복으로 이어지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 주택 공급 구조 전환…'도심 내 블록형 주택'과 공공택지 활용
정부는 공급 부족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주택 공급 구조를 혁신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그 핵심은 '도심 내 블록형 주택' 모델 도입이다. 이는 서울 도심의 유휴부지, 노후청사, 역세권 등 소규모 부지를 활용해 전세형·장기임대가 가능한 중밀도 주택을 빠르게 공급하는 방식이다.
개별 세대를 분양하는 대신 동 또는 블록 전체를 하나의 자산으로 만들어 임대 운영하는 형태를 띠며, 이는 전세가 상승 등 시장 부작용에 대한 대안으로 제시됐다.
또한, 수도권 공공택지를 통한 물량 확보도 구체화됐다. 올해 3기 신도시 1.8만 호를 포함해 총 5만 호 착공과 2.9만 호 분양이 추진된다. 민간 도시정비사업의 경우 전면적인 규제 완화보다는 절차 단축에 방점이 찍혔다. 서울시의 '신통기획 2.0'과 협력해 시공사 선정 후 착공까지의 기간을 2년 내로 단축, 안정적인 착공 물량을 확보하겠다는 구상이다.
신한투자증권 김선미 연구위원은 이에 대해 "단기 착공 물량 증가보다 주택시장 공급 구조 변화 차원에서 의미가 있다"며 "임대주택의 투자 및 운영은 자본력이 있는 대형 건설사나 리츠 영역이 될 전망이며 이는 건설사들에게 밸류체인 확대의 기회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 시장 양극화 심화…서울 '신고가'와 지방 '미분양' 간극
올해 부동산 시장은 수도권과 지방 간 극명한 양극화 현상을 보이고 있다. 어제(22일) 발표된 한국부동산원의 통계에 따르면 1월 3주차(19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 폭은 전주(0.21%) 대비 0.29%로 확대되며 10·15 부동산 대책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반면 지방권은 0.02% 상승에 그치며 상대적으로 정체됐다.
정부는 지방 미분양 해소를 위해 인구감소 지역 주택을 양도세 및 종부세 산정 시 주택 수에서 제외하고, 기업구조조정(CR) 리츠에 대한 세제 지원을 연장하는 등 수급 관리 대책을 가동하고 있다. 특히 비수도권의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을 추가로 취득하는 1주택자에게는 1세대 1주택 특례 기준을 상향 적용하는 등 실질적인 수요 유입을 유도하고 있다.
현장에서는 건설업 고용 쇼크도 현실화되고 있다. 국내 10대 건설사의 직원 수는 1년 만에 3600명 넘게 감소하며 업황 부진의 직격탄을 맞았다. 대형사들까지 감원에 나설 정도로 비용 부담과 착공 부진이 심각한 상황이다.
국토교통부 김이탁 제1차관은 최근 "속도감 있는 주택 공급대책 추진을 통해 시장 불안을 해소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바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단순한 물량 공급 수준을 넘어 PF 리스크의 건전한 해소가 선행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김 위원은 "건설사 실적 하향을 견인했던 저수익 공사는 2026년부터 큰 폭으로 축소될 예정이며, 정부의 공급 확대안 발표가 밸류에이션 회복을 도울 것"이라면서도 "PF 시장 건전성 규제와 산업재해 처벌법 강화 등 업무 환경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선별적 수주 전략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올해 건설 산업은 정부의 '관리' 기조 아래 부실 사업장을 정리하고 공급 체계를 임대 및 중밀도 개발 중심으로 재편하는 변곡점을 지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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