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수 급등에도 불구하고 12개월 선행 PER은 10.6배 수준으로 과거 고점 대비 저평가
반도체 이익 쏠림 완화, 상법 개정 통한 거버넌스 개선 '가늠자'
[예결신문=김용대 위원] 필자는 지난 22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전광판에 찍힌 'KOSPI 5000'이라는 숫자를 잊을 수가 없다. 작년 초여름부터 "한국 코스피 지수는 조만간 5000 간다"고 장담했던 터라 더욱 그렇다. 하지만 이렇게 일찍 도달할 줄은 누구도 몰랐다. 올해 들어서만 18% 넘게 질주한 결과다.
다시 한번 장담하지만 '5000'은 이제 시작이다. 또한 그 이상의 가치를 증명해야 하는 시험대다. 시장에서는 주가가 이렇듯 단기간에 치솟았음에도 '조종' 또는 '하향' 우려보다는 한국 증시가 여전히 '싸다'고 본다.
이유는 '기업 가치'다. 이것이 과거의 거품과는 다른 이유다. 현재 코스피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약 10.6배다. 2020년 동학개미 운동 당시 지수가 3000을 돌파했을 때의 PER인 14.8배와 비교하면 주가 상승 속도보다 기업들의 이익 성장 속도가 더 가파르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실제로 올해 코스피 상장사들의 영업이익 추정치는 약 400조원 규모에 달한다. 이는 작년 예상치였던 270조원 대비 48%나 많은 수치다.
이런 이익 성장의 중심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있다. 두 기업은 올해 전체 상장사 순이익의 절반 이상을 책임질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이 같은 반도체 쏠림 현상은 지수 5000 안착을 방해하는 리스크 요인이기도 하다.
한 증권사는 "반도체를 제외한 코스피 지수는 현재 3620 선에 불과하다"는 보고서를 내기도 했다. 5000선 안착을 위해서는 반도체 이외의 조선, 상사자본재, 유틸리티 등 다양한 섹터로 이익 개선의 온기가 확산돼야 한다는 분석이다.
그렇다면 '적정 PER 13배'를 향한 조건은 무엇일까.
일단 거버넌스와 밸류업 글로벌 시장과 비교했을 때 코스피 5000은 여전히 저평가된 수치임은 분명하다. JP모건은 최근 보고서에서 "아시아 평균 PER인 14.1배에 비해 한국은 여전히 9.2배에서 10배 초반 수준에 머물러 있다"고 봤다. 한국 증시가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벗어던지고 아시아 평균 수준인 13배에서 14배의 적정 PER을 인정받는다면 지수는 6000선까지도 충분하다는 시나리오가 나온다.
이 과정에서 핵심 키워드는 단연 '거버넌스'다. 현재 정부는 1, 2차에 이어 '3차 상법개정'을 추진 중이다. 주주환원을 강화하고 지배구조를 선진화하는 이같은 '밸류업 프로그램'이 실질적인 기업들의 행동으로 이어질 때 비로소 코스피는 '10배' 굴레를 벗어날 수 있다.
필자는 '상법 개정'이라는 화두가 던져졌을 때 기업과 친기업 정치인들이 거세게 반발했던 모습을 잊지 않는다. 이번 3차 개정이 예고되자 또 다시 경제계에서는 '경영권 방어 수단 부족과 투자 여력 위축'을 이유로 반발하고 있다. 이제는 식상함마저 든다.
맥쿼리 증권 다니엘 김 연구원은 "강력한 이익 성장과 정부의 주주 친화 정책이 결합될 경우 2026년 내 코스피 6000 달성도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지수 5000 안착을 위협하는 대외 변수도 만만치 않다.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과 미국 대법원의 판결 결과, 일본의 조기 총선 여파는 수출 비중이 높은 한국 증시에 변동성을 가져올 수 있는 요인이다.
반면 과거와 달리 퇴직연금과 ETF를 통한 중장기 자금이 증시에 대거 유입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올해 1월 한 달에만 주식형 펀드로 유입된 20조원 규모의 자금은 단기 시세 차익보다는 안정적인 성장을 기대하는 자금으로, 지수의 하방을 견고하게 받쳐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코스피 5000은 한국 자본시장의 체질 개선을 요구하는 신호탄이다.
NH투자증권 김병연 연구원은 "지수가 5000에 머무는 것에 만족하지 않고 2027년까지 이어지는 이익 성장 모멘텀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반도체 가격의 흐름과 함께 전력기기, 인프라 등 AI 패러다임이 실물 경제 전반으로 확장되는 과정에서 한국 기업들이 얼마나 주도권을 잡느냐가 5000선 안착의 마지막 퍼즐이 될 전망이다.
[ⓒ 예결신문.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