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생산적 금융, K-산업 다시 뛰게 하다] ④ 석유화학, 공급 쇼크 vs 구조적 과잉···정책 재편 시급

김민준 기자 / 2026-04-21 22:53:03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불러온 원가 급등과 글로벌 공급망 마비 사태
중국의 자급률 상승, 미국 ECC 공세에 따른 국내 NCC 수익성 악화
대산 1호 사업재편 등 2조1000억 규모 금융 지원 통한 설비 합리화 추진
글로벌 석유화학 산업이 이란 전쟁과 호르무즈 해협 봉쇄라는 전례 없는 공급망 붕괴 사태에 직면했다. 글로벌 화학 제품 수출의 25%가 마비됐으며, 국내 납사 수요의 45%를 수입에 의존하는 한국 NCC(납사분해시설) 업체들은 유가 및 납사 가격 급등으로 직접적인 원가 타격을 입고 있다. (일러스트=AI)

[예결신문=김민준 기자] 글로벌 석유화학 산업이 이란 전쟁과 호르무즈 해협 봉쇄라는 전례 없는 공급망 붕괴 사태에 직면했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 물동량의 20%뿐만 아니라 중동 화학제품 및 원료 수출의 핵심 경로다.

이번 사태로 글로벌 화학 제품 수출의 25%가 마비됐으며, 국내 납사 수요의 45%를 수입에 의존하는 한국 NCC(납사분해시설) 업체들은 유가 및 납사 가격 급등으로 직접적인 원가 타격을 입고 있다. 단순한 시황 변동을 넘어 국내 화학 산업의 구조적 마진 압박과 가동 중단 위기가 심화하는 상황이다. 

원료 기반 경쟁력의 양극화와 구조조정의 필요성
한국 화학 산업은 납사 기반의 NCC 중심 구조로, 셰일가스 기반의 저가 에탄을 활용하는 미국의 ECC(에탄분해시설)와 비교해 원가 경쟁력이 떨어진다. 특히 중국이 석탄 기반 설비(CTO)와 대규모 증설을 통해 자급률을 급격히 높이면서 국내 업체들의 입지는 더욱 축소됐다.

작년 기준 한국의 에틸렌 생산능력은 1300만 톤으로 세계 4위 수준이지만, 수입 납사 의존도가 77%에 달해 유가 변동에 고스란히 노출되는 취약한 구조를 갖고 있다. 

이 같은 수급 불균형과 경쟁력 약화는 개별 기업의 차원을 넘어 산업 전반의 구조조정 필요성을 현실화했다. 아시아 지역 크래커 가동률은 원료 조달 이슈로 하락세에 있으며 특히 동남아 등 생산 기반이 취약한 지역의 공급 차질은 더욱 심각하다. 국내에서도 설비 통합을 통한 효율 개선과 고부가 스페셜티 제품으로의 체질 개선이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다. 

신한투자증권은 "석유화학 산업은 단순 업황 둔화를 넘어 구조적 공급 과잉 국면에 진입했다"며 "생산적 금융은 구조조정의 속도와 질을 결정짓는 핵심 수단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생산적 금융을 활용한 질서 있는 산업 재편
정부는 '기업활력법'을 기반으로 석유화학 산업의 사업 재편을 지원하고 있다. 특히 대산 1호 사업 재편을 위해 총 2조1000억원 규모의 금융 지원 패키지를 마련했다.

영구채 발행 지원, 정책금융기관을 통한 유동성 공급 등이 주요 수단으로, 이는 기업들이 부채비율 악화 없이 재무 부담을 완화하며 설비 통합 및 폐쇄를 단행할 수 있도록 돕는다. 과거 일본이 정부 주도로 NCC 설비를 20~30% 축소하며 수익성을 회복한 사례가 한국 산업 재편의 롤모델이 되고 있다. 

일본은 설비 폐쇄에 따른 손실을 세액 공제로 보전하고 통합 법인에 인센티브를 제공해 비효율 설비를 시장에서 제거하는 데 성공했다. 이후 일본 화학 산업은 가동률 상승과 수익성 개선을 동시에 달성했으며, 범용 제품 비중을 줄이고 바이오·반도체용 소재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전환했다. 한국 역시 유사한 방향에서 정책적 지원을 바탕으로 설비 합리화를 유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출처: 신한투자증권 및 한국화학산업협회

고부가 다운스트림과 원료 다변화
국내 업체들은 원가 경쟁력의 열위를 제품 다양성과 다운스트림 연계로 극복해야 한다. 한국은 ABS, 에폭시, NB라텍스 등 일부 고부가 제품에서 글로벌 탑티어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LG화학은 ABS 분야, 금호석유화학은 NB라텍스 분야에서 세계 1위 생산능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 제품들은 자동차와 가전, 배터리 소재와 연결돼 안정적인 수요 기반을 제공한다. 

이진명 신한투자증권 수석연구원은 "궁극적으로는 원료 조달선을 다변화하고 밸류체인을 고도화해 글로벌 산업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며 "중장기적으로 질서 있는 구조조정을 거친 뒤, 고부가 소재 중심의 체질 개선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질 때 한국 석유화학 산업은 다시 한번 도약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예결신문 / 김민준 기자 livekmin@hanmail.net

[ⓒ 예결신문.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김민준 / 1 기자

555

뉴스댓글 >

S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