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꼼수자본'이 키운 부동산 PF 위기···해법은 '자기자본 확충'

김민준 기자 / 2026-07-02 17:28:18
KDI, 베일에 싸인 PF 사업장 800곳 전수 분석···자기자본비율 중간값 '3.1%' 불과
자본비율 높이면 분양·금융·공사비 리스크 일제히 감소···공급비용 절감 효과까지 확인
대한민국 경제의 최대 시한폭탄으로 꼽히는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위기의 근본 원인이 3% 수준에 불과한 극단적인 '저자본 구조'에 있다는 게 국책연구기관의 전수조사 결과 사실로 확인됐다. (일러스트=AI)

[예결신문=김민준 기자] 대한민국 경제의 최대 시한폭탄으로 꼽히는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위기의 근본 원인이 3% 수준에 불과한 극단적인 '저자본 구조'에 있다는 게 국책연구기관의 전수조사 결과 사실로 확인됐다. 그동안 베일에 싸여 있던 국내 부동산 PF 사업장의 자본구조와 재무 지표가 객관적인 데이터 기반으로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일 한국개발연구원(KDI) 황순주 선임연구위원이 총괄한 '부동산 PF 구조개선 방안에 관한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부동산 PF 사업장의 자기자본비율 중간값은 3.1%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총사업비의 20~40%를 자기자본으로 조달하고 제3자 보증을 요구하지 않는 미국, 일본 등 선진국과 비교해 터무니없이 낮은 수준이다. 

'저자본·고보증' 딜레마…시공사·신탁사에 위험 집중 전이
국내 시행사들이 이처럼 영세한 자본만으로 조 단위의 대형 개발사업을 벌일 수 있었던 것은 시공사(건설사)나 부동산신탁사, 공공기관 등이 제공하는 '지급보증'과 '책임준공확약'에 전적으로 의존해 왔기 때문이다. 조사 대상 사업장 중 제3자의 신용보강이 전혀 없는 사업장은 단 한 곳도 없었으며 시공사 보증 의존도는 97.6%에 달했다. 

이러한 구조적 취약성은 대내외 충격이 발생했을 때 위험을 금융권과 건설업 전반으로 확산시켜 시스템 리스크를 야기한다. 실제로 금리 인상과 공사비 급등이 겹친 최근 국면에서 전체 금융권 PF 연체율은 0.37%에서 4.39%까지 급등했다.

위험을 떠안은 종합건설사의 부도 건수는 2022년 5건에서 2024년 12건으로 늘었고 부동산신탁업권 역시 2024년 한 해에만 9123억원의 기록적인 순손실을 기록하며 대규모 적자로 전환됐다.

자본 확충 시 리스크 급감…부동산 공급비용도 낮춘다
KDI 연구진이 2013년부터 2025년 1월까지 추진된 약 800개 사업장의 미시 데이터를 활용해 심층 실증분석을 수행한 결과 시행사의 자기자본비율이 상승할수록 부동산 PF 사업의 3대 핵심 위험인 '분양 리스크', '금융 리스크', '공사비 리스크'가 모두 통계적·경제적으로 유의미하게 감소했다. 

특히 자기자본 확충은 리스크 감소뿐만 아니라 주택 등 부동산 공급비용 자체를 낮추는 긍정적 파급효과를 유도했다. 자기자본비율이 증가하면 금융기관이 요구하는 위험 프리미엄이 낮아져 금융비용이 절감되고 시공사의 보증 부담이 완화되면서 도급공사비와 기타 사업비용이 모두 하락했다. 자본 확충을 통해 양질의 주택을 더 저렴한 가격에 시장에 공급할 수 있는 법리적·데이터적 근거가 마련된 셈이다. 

출처: KDI 부동산 PF 구조개선 방안에 관한 연구 자료 재구

기록적인 ROE 440%…개발이익 공유로 지분투자자 유치해야
일각에서는 시행사들에게 자기자본 확충을 강제할 경우 사업성이 위축될 것이라는 반론을 제기한다. 그러나 실증 데이터 분석 결과는 이러한 우려가 기우임을 보여준다. 국내 부동산 PF 사업장의 개발이익을 자기자본 투자액으로 나눈 자기자본수익률(ROE) 중간값은 무려 440.3%에 달했다. 연환산 기준으로도 ROE 중간값은 123.3%라는 기록적인 수치를 나타냈다. 

시행사가 초기 인허가 단계의 기여도를 감안해 보통주 주주가 되고 연기금이나 기관투자자 등 장기 자금을 우선주 지분투자자(LP)로 적극 유치해 이 막대한 개발이익을 공유한다면 금융시장 내 자발적인 자본 확충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지적이다.

자기자본비율을 선진국 수준인 30%로 10배 늘리더라도 ROE는 44% 선을 유지해 여전히 매력적인 투자처로 남기 때문이다. 

황순주 연구위원은 "국내 부동산 PF의 고질적인 시스템 위기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자본을 확충하고 보증을 축소하는 '고자본·저보증' 구조로의 점진적 개혁이 필수적"이라며 "이를 위해 프로젝트 리츠에 대한 토지 현물출자 시 양도세 과세이연을 상시화하고 차입 규제가 없어 규제 차익을 누려온 PFV 제도에 리츠법 수준의 차입 제한과 건전성 감독체계를 조속히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결신문 / 김민준 기자 livekmi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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