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별 재정 트릴레마 분석] 이명박~이재명 정부 1년···수입·지출·여력으로 본 공공성 기조
김용대 칼럼니스트
yong660128@naver.com | 2026-05-14 19:53:41
재정건전성 관성 넘어 사회적 위험, 미래 투자 대응력 점검 필요
[예결신문=김용대 칼럼니스트] 우리나라 역대 정부가 수입과 지출, 재정여력이라는 세 가지 축 사이에서 각기 다른 선택을 하며 재정 정책을 운영했다는 흥미로운 조사 결과가 나왔다.
14일 나라살림연구소가 이명박 정부부터 이재명 정부 1년 차까지의 재정 데이터를 분석한 '공공성으로 읽는 재정의 변화' 보고서에 따르면 정권별 '재정수지 관리'라는 표면적 성과 뒤에는 감세에 따른 여력 감소나 위기 시 지출 확대 등 각 정부의 전략적 판단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재정 철학은 '큰 정부'와 '작은 정부'라는 단순한 구분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핵심은 지출을 얼마나 늘렸는지가 아니라, 그 지출을 뒷받침할 세입 기반을 '어떻게 설계했는지'다. '재정의 트릴레마'는 지출 확대, 세입 부담 감소, 부채 관리는 동시에 완전하게 달성하기 어렵다는 전제를 의미한다. 한쪽을 선택하면 다른 한쪽의 비용을 감수해야 한다.
정권별 재정 운용 기조의 분기점과 재정여력의 변화
이명박 정부는 연평균 수입 증가율이 4.6%로 명목 GDP 증가율 5.5%를 밑돌았다. 수입의 GDP 대비 비율도 0.88%포인트 하락했다. 지출 증가율은 5.4%로 경제 성장 속도와 거의 같았지만, 세입 기반이 낮아지면서 재정여력은 구조적으로 약화됐다. 4대강 등 SOC 지출 확대 이미지와 달리 전체 지출 비중은 크게 늘지 않았고 감세가 재정 기반을 약화시킨 것이 핵심이었다.
재정 수입 측면에서 대규모 감세를 추진했으나, 금융위기라는 대외적 충격 속에서도 국제 비교상 우수한 재정수지를 유지하는 성과를 거뒀다. 그러나 감세 정책의 여파로 정부의 자체적인 재정여력은 감소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반면 박근혜 정부는 세입 기반을 확대하고 지출을 억제하는 정책을 통해 재정여력을 다시 확보하는 데 주력했다.
수입 증가율이 6.5%로 명목 GDP 증가율 5.3%를 웃돌았고, 지출 증가율은 4.8%로 낮았다. 수입 기반을 늘리고 지출 비중을 낮춘 조합이다. 재정수지의 GDP 대비 평균은 이명박 정부와 같은 1.2%였지만 내용은 달랐다. 이명박 정부가 기존 흑자 구조 위에서 감세를 단행했다면, 박근혜 정부는 세입 확대와 지출 억제로 재정여력을 회복했다.
이러한 기조는 재정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는 데 기여했으나, 글로벌 시장에서의 재정적 우위는 오히려 이전 정부에 비해 축소된 측면이 있덨 것으로 나타났다.
문재인 정부는 반대 방향이었다. 수입 증가율은 7.9%로 높았고 수입의 GDP 대비 비율도 4.47%포인트 상승했다. 그러나 지출 증가율은 11.5%, 지출의 GDP 대비 비율은 8.04%포인트 상승했다. 세입을 크게 늘렸지만 코로나19 대응, 소상공인 지원, 복지·고용 안전망 강화 등으로 지출 증가 폭이 더 컸다.
결과적으로 연평균 재정수지는 –4조5220억원, 재정수지의 GDP 대비 평균은 –0.2%로 적자 전환했다.
이로 인해 국제적인 상대적 여력은 오히려 증대되는 양상을 보였다. 지출 규모의 확대가 재정 공공성 강화로 이어졌으나, 지출 효율성 관리에 대한 과제를 동시에 남겼다는 평가다.
윤석열·이재명 정부의 최근 재정 실태와 지표의 흐름
윤석열 정부는 지출 억제를 통한 건전재정 기조를 표방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 지표상으로는 세입이 급격히 감소하면서 재정여력이 악화되는 현상이 나타났다.
지출 증가율은 연평균 1.0%에 그쳤고, 지출의 GDP 대비 비율도 2.69%포인트 하락했다. 지출만 보면 긴축이다. 그러나 수입 증가율 역시 0.9%에 머물렀고, 수입의 GDP 대비 비율은 2.63%포인트 떨어졌다.
그 결과 연평균 재정수지는 –24조7610억원, 재정수지의 GDP 대비 비율은 –1.0%로 악화됐다. '건전재정'을 내세웠지만 세입 기반 약화로 재정여력 회복에는 실패했다.
지출 증가율을 낮게 유지하려 노력했으나 수입 기반이 약화되면서 국제 비교 관점에서의 재정 여력 또한 감소세를 보였다.
이는 감세와 지출 억제가 동시에 진행될 때 나타날 수 있는 재정적 불균형을 시사하는 것으로, 재정건전성 확보라는 목표와 실질 지표 사이의 괴리를 보여준다.
이재명 정부 1년 차에 대한 분석에서는 수입과 지출을 동시에 확대하는 기조가 확인됐다. 수입 증가율은 10.3%, 지출 증가율은 10.1%로 모두 명목 GDP 증가율 4.7%를 크게 웃돈다. 재정수지는 –40조7180억원, GDP 대비 –1.5%로 전망된다.
적극적인 재정 운용으로 인해 초기 재정여력은 악화되는 흐름을 보였으나, 초과 세수 발생 여부에 따라 향후 재정여력이 개선될 가능성이 내재돼 있다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특히 사회적 위험에 대한 선제적 대응과 미래 산업 투자를 위한 재정의 역할이 강조되면서 단순히 수치상의 적자 폭을 관리하는 것을 넘어 '필요한 곳에 적기에 쓰는' 재정의 유연성이 핵심 쟁점으로 부각됐다.
재정건전성 담론을 넘어선 공공성 가치의 재정립
보고서는 한국의 재정이 평상시에는 건전성을 지나치게 강조하면서도 정작 대규모 위기 상황에서는 선진국 평균보다 소극적으로 대응하는 보수적 관성을 유지해 왔다고 지적했다.
재정 여력은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경제위기나 사회적 위험에 대응하기 위한 수단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관리하는 데만 매몰되어 정책 효과를 놓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재정 여력 그 자체가 목적이 돼서는 안 되며 경제위기, 사회적 위험, 미래 투자에 대응하기 위해 평상시에 관리하는 수단으로 작용해야 한다"며 "그 수단을 필요한 순간에 쓰지 못한다면 재정건전성은 덕목이 아니라 관성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핵심은 '얼마나 썼는가'가 아니라 '언제, 어디에, 어떻게 썼는가'다"라고 강조했다.
결국 향후 재정 정책의 과제는 경기 침체 시 어느 정도의 적자를 용인할 것인지, 사회적 위험 대응을 위해 지출 확대를 어디까지 허용할 것인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는 것이다.
세입 기반을 훼손하는 감세나 정책 효과를 고려하지 않은 무조건적인 지출 억제는 지속 가능한 재정 모델이 될 수 없으며 세입과 세출의 균형 잡힌 관리 속에서 공공성을 실현하는 정교한 재정 철학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예결신문 / 김용대 칼럼니스트 yong66012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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