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 반도체 독주 속 배터리·화학 부진 지속···19조 규모 부채성 자본 '부담'
김민준 기자
livekmin@hanmail.net | 2026-05-08 22:07:00
SK이노베이션·SK온 재무안정성 지표 개선됐으나 배터리 사업 수익성 회복 관건
자산 매각 통한 차입금 감축 성과에도 PRS 등 19조원대 변동성 리스크 상존
[예결신문=김민준 기자] SK그룹이 작년 반도체 부문의 유례없는 실적 호조에 힘입어 그룹 전반의 수익성과 재무건전성을 개선했다. 그러나 그룹 전체 영업이익의 대부분이 SK하이닉스에 편중된 가운데, 배터리와 석유화학 등 비(非)반도체 주력 사업의 부진은 여전한 과제로 남았다.
특히 재무구조 개선 과정에서 활용된 19조원 규모의 부채성 자본조달은 향후 그룹의 재무적 변동성을 키울 수 있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SK하이닉스 실적 독주와 그룹 내 자금 선순환의 제약
8일 SK그룹 공시 자료와 기업 신용평가 보고서 등에 따르면 작년 SK그룹은 반도체 부문에서 대규모 이익을 실현하며 그룹 합산 실적을 큰 폭으로 끌어올렸다. SK하이닉스는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인공지능(AI) 관련 제품 경쟁력을 바탕으로 연결기준 47조200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이는 작년 SK그룹 합산 영업이익인 49조원의 약 95%에 해당하는 수치다. 올 1분기에도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은 잠정 실적 기준 38조원을 기록해 전 분기 대비 96% 증가하며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 같은 반도체 부문의 성과는 그룹 재무지표 개선을 견인했다. 2023년 말 85조원까지 늘어났던 그룹 순차입금은 작년 말 52조원으로 감소했으며, 부채비율 역시 같은 기간 121%에서 88%로 하락해 경영전략회의 목표인 100% 이하를 달성했다. 특히 SK하이닉스는 작년 말 연결기준 순차입금이 -10조2000억원을 기록하며 마이너스 순차입금 상태로 전환됐다.
하지만 반도체 사업의 호조가 그룹 전반의 실질적인 개선으로 이어지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 체계 내에서 계열사 간 지분 보유가 금지돼 있어 SK하이닉스의 재무적 여력을 타 계열사 지원에 직접적으로 활용하기 어려워서다.
자금 대여나 자산 매각을 통한 간접 지원은 가능하지만 부당지원행위 규제 등의 제약이 따른다. 또한 지주회사인 SK(주)의 SK스퀘어에 대한 지분율(32%)과 SK스퀘어의 SK하이닉스 지분율(20.1%)이 낮아 배당금을 통한 대규모 재원 확보 가능성도 제한적인 상황이다.
배터리·화학 부문의 수익성 회복 지연과 신용도 부담
그룹의 또 다른 축인 에너지와 석유화학 부문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배터리 사업의 영업손실과 화학 사업의 수급 부진으로 이익창출력이 약화됐다. SK온의 경우 계열사 흡수합병을 통해 비배터리 부문의 현금창출력을 보강하며 영업손실을 일부 완화했다.
실제로 SK온은 구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과 구 SK엔텀 등을 합병해 2025년 석유 부문에서 5340억원, 11월에 편입된 윤활유 부문에서 1237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배터리 사업 본연의 수익성 회복은 더딘 상태다. 미국 전기차 소비자 세액공제 종료 등에 따른 북미 수요 둔화 영향으로 작년 4분기 배터리 부문에서 4408억원의 영업손실이 발생했다. 한국신용평가는 배터리 사업의 수익성 정상화 시점에 대한 가시성이 여전히 낮다고 판단하고 있으며 수익성 회복 여부가 신용도 안정화의 선결 조건이라고 분석했다.
석유화학 계열사들의 신용도 저하도 가시화됐다. 작년 중 SKC의 신용등급이 A+(부정적)에서 A(안정적)로 하향 조정됐고 SK지오센트릭과 SKpic글로벌의 등급 전망은 '부정적'으로 변경됐다. 올레핀 및 방향족 제품의 수급 저하가 지속되는 가운데, 그룹 차원의 사업 재편이나 지원 규모가 배터리 사업에 비해 크지 않은 점이 신용도 부담을 키우고 있다. 특히 올 하반기 에쓰오일의 샤힌 프로젝트가 가동되면 수익성 회복이 더 지연될 가능성이 있다.
자산 매각 중심의 재무구조 개선과 19조원 부채성 자본의 리스크
SK그룹은 2024년부터 보수적인 투자 정책으로 선회하고 비핵심 자산 매각을 통해 재무구조를 개선해 왔다. SK(주)는 SK스페셜티 지분 매각(2조6308억원)과 SK바이오팜 지분 매각(1조2500억원) 등을 통해 차입 부담을 줄였다.
SK네트웍스도 SK렌터카를 약 8200억원에 매각하며 연결기준 순차입금을 2023년 말 4조원에서 작년 말 1조원으로 축소했다.
그러나 이러한 개선이 영업활동을 통한 구조적 성과라기보다 자산 매각과 외부 투자 유치에 의존했다는 점은 불안 요소다. 작년 말 기준 SK그룹 주요 계열사의 부채성 자본조달 규모는 약 18조7000억원에 달한다. 여기에는 주가수익스왑(PRS) 5조6000억원, 상환전환우선주(RCPS) 5조8000억원, 전환우선주(CPS) 3조9000억원 등이 포함됐다.
특히 SK이노베이션은 PRS 계약을 적극 활용하고 있는데, 이는 계약 종료 시점의 주가가 기준가보다 낮을 경우 차액을 정산해야 하는 의무를 동반한다. SK온 IPO가 지연되거나 기업가치가 하락할 경우 SK이노베이션의 재무적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
또한 SK이노베이션이 원유 구매 등을 위해 활용하는 구매카드(2025년 말 3조2000억원) 역시 실질적으로 차입금 성격을 내포하고 있다.
장수명 한국신용평가 수석애널리스트는 "SK그룹의 재무구조 개선은 영업창출 현금 확대에 기반한 구조적 개선이라기보다는 비핵심 자산 매각 등을 통한 차입금 감축 효과가 컸다"며 "그룹의 구조적인 사업 안정성 제고를 위해서는 반도체 외 사업 부문의 실적 회복이 필수적"이라고 짚었다.
홍석준 한국신용평가 실장은 "SK그룹 신용등급 하락은 주로 석유화학 계열사에서 발생하고 있다"며 "국내 석유화학 구조조정의 성과와 수익성 회복이 확인되기 전까지는 계열사 전반의 신용도 부담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예결신문 / 김민준 기자 livekmi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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