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재무 분석] ② 롯데그룹, 석유화학 구조조정과 신사업 투자 사이 재무적 기로
김민준 기자
livekmin@hanmail.net | 2026-05-09 23:42:43
바이오·이차전지 등 신성장 동력 확보 위한 대규모 자금 소요···글로벌 경쟁 가속화
지주사 재무대응력 약화 속 호텔롯데·롯데물산 등 계열사 의존도 심화 및 재무부담 전이 우려
[예결신문=김민준 기자] 롯데그룹이 주력 사업인 석유화학 부문의 장기 불황과 신사업 추진에 따른 자금 부담으로 인해 재무적 대응력을 시험받고 있다. 이익창출력 약화에도 불구하고 시장 지배력과 풍부한 자산 가치로 신용도를 유지하고 있으나, 화학부문의 실적 부진이 그룹 전체의 개선을 지연시키고 있다.
특히 미국-이란 전쟁에 따른 공급망 리스크와 중국의 증설 부담 등 대외적 불확실성이 지속되면서, 단기간 내 그룹 차입부담 완화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석유화학의 체질 개선과 지정학적 변수
9일 롯데그룹에 따르면 그룹의 핵심 축인 롯데케미칼은 공급과잉과 원재료 리스크를 해소하기 위해 강도 높은 사업재편을 추진 중이다. 가장 속도가 빠른 '대산 1호 사업재편'은 롯데케미칼 대산공장을 물적분할해 HD현대케미칼과 합병하고 효율성이 낮은 에틸렌 설비 가동을 중단하는 것이 골자다. 이를 통해 업스트림 공정을 일원화하고 저마진 제품 생산을 축소해 운영 최적화를 꾀하고 있다.
또한 여수 지역에서도 여천NCC, 한화솔루션, DL케미칼 등과 함께 3사 공동 합작법인 출범을 검토하며 에틸렌 공급 완화를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재편이 현실화될 경우 약 140만 톤의 공급 감축이 예상된다.
다만 해외 NCC 설비는 구조적 수급 부담이 지속되고 있어 실적 부진 해소에는 시간이 필요할 전망이다. 실제 올 1분기 실적은 판가 상승으로 반등했으나 중장기적 불확실성은 여전하다.
한국신용평가는 "미국-이란 전쟁으로 촉발된 지정학적 리스크는 국내 석유화학 산업의 공급망 취약성을 부각시켰다"며 "특정 생산방식과 원재료에 집중된 리스크를 완화하기 위한 사업재편의 필요성이 과거보다 높아진 상황"이라고 밝혔다.
신성장 동력 육성 위한 장기적 투자 부담
롯데그룹은 사업 효율화와 동시에 바이오의약품 CDMO와 이차전지 소재를 미래 성장동력으로 육성하고 있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오는 2030년까지 총 30억 달러를 투자해 송도에 연산 360kL 규모의 플랜트 3개를 준공할 계획이다.
올 4월 기준 송도 1공장의 공정률은 99%에 도달했으나, 글로벌 선도업체들의 설비 증설 경쟁이 치열해 시장 안착에는 상당한 자금과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이차전지 소재 부문의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역시 전기차 수요 성장 둔화와 중국발 과잉 공급으로 인해 실적 부진을 겪고 있다. 작년 3분기 영업적자 전환 이후 적자 기조가 이어지고 있으며 국내외 생산시설 가동률은 작년 기준 50%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스페인 공장 등 추가 설비 증설의 속도 조절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재무구조의 경색…계열 지원 한계
지주사인 롯데지주의 재무부담은 위험 수위에 도달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롯데지주의 별도 기준 순차입금은 2020년 말 1조8000억원에서 작년 말 3조5000억원으로 급증했다. 특히 단기성 차입금 비중이 약 47%에 달해 유동성 관리 부담이 큰 데다 발행을 확대 중인 신종자본증권의 금리 스텝업 시기가 다가오고 있어 차환 부담도 존재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호텔롯데와 롯데물산 등 지주체제 밖 계열사들의 역할이 비대해지고 있다. 이들은 롯데월드타워 등 우수한 담보자산을 활용해 롯데케미칼의 회사채 발행에 담보를 제공하거나 롯데건설 유동화증권 매입펀드에 투자하는 등 그룹의 유동성 방어막 역할을 수행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해당 계열사들의 우발부채와 차입 부담도 함께 확대됐다.
설상가상으로 롯데렌탈의 외부 매각이 공정거래위원회의 불허로 지연되면서 호텔롯데와 부산롯데호텔의 약 1조6000억원 규모 자금 확보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 롯데렌탈 매각 지연은 그룹 전체의 자금 운용 전략에 연쇄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롯데그룹은 현재 비핵심 자산 매각과 투자 규모 축소를 통해 재무구조 개선을 시도하고 있다. 작년 말 부채비율은 자산재평가 효과로 인해 147.2%로 개선됐으나, 실제 영업창출현금력이 약화된 상태여서 실질적인 재무부담 완화 효과는 제한적이다.
한신평은 "향후 롯데케미칼의 사업재편 성과와 롯데바이오로직스의 수주 트랙레코드 확보 여부, 그리고 롯데렌탈 지분 매각 등 자산 유동화의 성사 시점이 그룹 신용도의 핵심 향방을 결정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예결신문 / 김민준 기자 livekmi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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