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생산적 금융: K-산업 다시 뛰게 하다 ① 조선·해운업, 단순 사이클 넘어 '구조적 뉴노멀' 진입···초격차 열쇠 '생산적 금융'

김민준 기자

livekmin@hanmail.net | 2026-04-17 17:07:57

에너지 안보·환경 규제가 촉발한 'LNG 슈퍼 사이클' 및 군함 수요 팽창
중국 물량 공세 맞선 한국 조선 3사 '선별 수주'와 고부가 선종 과점 체제
RG 한도 확대와 친환경 엔진 국산화 위한 '인내 자본' 투입이 미래 경쟁력 결정
글로벌 조선 및 해운 산업이 과거의 단순한 경기 사이클에서 벗어나 에너지 안보와 환경 규제가 주도하는 '구조적 뉴노멀' 시대로 진입한 가운데 선수금환급보증(RG) 발급 확대와 핵심 기술 자립을 위한 생산적 금융의 다각적 지원이 필수로 떠오르고 있다. (일러스트=AI)

[예결신문=김민준 기자] 글로벌 조선 및 해운 산업이 과거의 단순한 경기 사이클에서 벗어나 에너지 안보와 환경 규제가 주도하는 '구조적 뉴노멀' 시대로 진입하고 있다. 과거 글로벌 교역량 증가가 운임 상승과 선박 발주로 이어지던 전통적인 수요 방식이 약화된 반면, 지정학적 리스크와 탄소 배출 규제가 새로운 발주 동력으로 자리 잡았다.

특히 한국 조선업은 LNG 운반선과 FLNG 등 고마진 선종에서 60~70% 이상의 점유율을 기록하며 독보적인 기술 장벽을 구축하고 있다. 이러한 구조적 호황을 지속적인 경쟁력으로 치환하기 위해서는 선수금환급보증(RG) 발급 확대와 핵심 기술 자립을 위한 생산적 금융의 다각적 지원이 필수적인 시점이다. 

수급 균형의 고착화와 조선업의 체질 개선
1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현재 글로벌 조선 시장은 공급 측면의 선박 건조 능력 제한과 수요 측면의 구조적 변화가 맞물리는 양상을 보인다. 조선소의 생산능력(Capa) 제한과 인력 부족, 환경 규제 대응을 위한 투자 등으로 인해 공급 탄력성이 둔화된 상태에서 경기 흐름과 무관한 구조적 발주가 발생하며 과잉 공급 없는 '수급 균형 상태'가 고착화됐다.

이는 업황 하락 시에도 선가와 수주가 급락하지 않는 구조를 형성하며 조선업의 핵심 지표를 경기 흐름에서 구조 변화로 옮겨놓았다. 

중국 조선소가 국가 금융 지원을 바탕으로 벌크선과 중소형 컨테이너선 시장에서 점유율을 80%까지 끌어올리며 '물량 공급자' 역할을 하고 있지만, 한국 조선업은 기술적 해자(Moat)가 존재하는 LNG선과 특수선 중심으로 글로벌 과점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특히 LNG선은 척당 선가가 2억5000만달러를 상회하는 역대 최고 수준임에도 불구하고 수요가 지속되고 있다. 

조선 및 해운 산업은 과거의 단순 경기 사이클에서 벗어나 에너지 안보와 환경 규제가 주도하는 구조적 뉴노멀 시대로 진입하고 있다. 특히 한국 조선업은 LNG선과 FLNG 등 고마진 선종에서 독보적인 기술 장벽을 구축하고 있다. 

지정학적 리스크가 만든 군함 수요와 MRO 시장
글로벌 지정학적 긴장은 조선업에 '방산 수요'라는 새로운 성장 축을 추가했다. 미국은 '황금 함대(Golden Fleet)' 구상을 통해 해군 예산을 확대하고 있으며 중국 해군과의 양적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동맹국 조선소 활용 가능성을 검토 중이다.

현재 기준 중국 해군이 370척 이상의 함정을 보유한 반면 미 해군은 296척에 불과해 함정 수를 350척 이상으로 늘리려는 정책적 움직임이 뚜렷하다. 

한국 조선소는 미 해군 함정의 유지·보수·정비(MRO) 협력을 기점으로 신조 협력까지 단계적으로 확대를 꾀하고 있다.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은 미 해군 MRO 파트너십 논의를 본격화하고 있으며 이는 기존 상선 중심에서 수익원을 다각화하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전망이다. 또한 캐나다의 차세대 잠수함 도입 프로젝트(CPSP) 등 대규모 글로벌 군함 프로젝트에서도 한국의 KSS-III 잠수함이 주요 후보로 거론되며 수출 생태계를 확장하고 있다. 

출처: 신한투자증권 및 각 사 자료 기반 재구성

생산적 금융의 역할과 핵심 기술 자립의 과제
조선업의 수주 경쟁력을 완성하는 것은 결국 금융 인프라다. 선박 건조 계약 시 요구되는 RG 발급 한도가 부족할 경우 수주 자체가 제한되는 병목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

중국은 정책금융기관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사실상 제한 없는 RG 발급이 가능한 반면, 국내는 보증 한도와 리스크 관리 기준으로 인해 제약이 존재한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정책금융기관의 자본 확충과 더불어 민간 금융기관의 참여를 유도하는 공동 보증 체계 구축이 시급하다. 

특히 LNG선 화물창 로열티 지급 구조를 타파하기 위한 국산화 노력과 친환경 엔진(암모니아, 수소 등) 기술 개발에 '인내 자본(Patient Capital)'을 투입해야 한다. 프랑스 GTT에 지급하는 척당 50억~100억원의 로열티는 국내 조선사의 수익성을 제약하는 고착된 비용이다.

정책적 금융 지원을 통해 이러한 핵심 기술을 내재화할 때 한국 조선업은 단순 건조를 넘어 설계와 금융, 제조가 결합된 핵심 산업으로 도약할 수 있다. 

이동헌 신한투자증권 수석연구원은 "해운사들이 IMO와 EU의 강화된 탄소 규제에 대응할 수 있도록 친환경 선박 교체를 지원하는 선박금융 고도화가 요구된다"며 "아울러 조선 3사의 수주잔고를 안정적으로 소화하기 위해 중소 기자재 및 블록 협력사들에 대한 전략적 스케일업이 병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결신문 / 김민준 기자 livekmi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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