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문별 하반기 전망] ② 전자장비·부품: 부품사, 'AI 낙수효과'에 4년 만에 '역대급 증설' 시동
신하연 기자
beliga23@naver.com | 2026-05-26 18:45:59
공급 부족에 빅테크가 먼저 손 벌려···LTA 계약 기반 투자로 '설비 리스크' 원천 차단
선단 고스펙 기판·MLCC 품귀···하반기 제품 믹스 개선으로 마진 극대화 단계 진입
[예결신문=신하연 기자] 인공지능(AI) 투자 사이클의 폭발적인 낙수효과가 반도체를 넘어 전방 부품 공급망으로 빠르게 전이 중이다. 그동안 시장의 소외를 받았던 전자장비와 기판 부품 기업들이 AI 서버 고도화의 강력한 수혜에 힘입어 실적 컨센서스를 대폭 갈아치우고 있다.
2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올 하반기 전자부품 섹터의 영업이익 컨센서스 평균 상향률은 주요 기판 부품이 40%, 전장부품이 23%에 달한다. 이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제외한 코스피 상장사 평균 영업이익 상향률인 10%를 최대 4배 이상 웃도는 수치다. 부품사들이 단순한 후방 공급처를 넘어서 하반기 증시 성장을 이끄는 주역으로 급부상하는 모습이다.
과거 부품 산업은 전방 세트 업체의 단가 인하 압박과 가동률 저하에 따른 고정비 부담으로 늘 실적 변동성에 노출돼 왔다. 하지만 이번 사이클은 질적으로 전혀 다르다. AI 서버향 고스펙 기판과 핵심 적층세라믹콘덴서(MLCC) 수요가 공급을 압도하면서 부품사들이 가격(P)과 물량(Q)의 주도권을 완전히 쥐었다. 글로벌 거시경제 환경의 풍부한 유동성이 테크 기업들의 인프라 투자 확대로 이어지는 가운데 선단 부품의 공정 난도가 급상승하며 진입 장벽마저 견고해진 결과다.
NH증권은 "부품 산업 내 주요 기업들의 연초 대비 평균 수익률은 이미 106%에 달해 코스피 지수 상승률 83%를 크게 앞지르고 있다. 하반기 부품 업황은 빅테크 고객사들의 강력한 선제적 요구로 촉발된 '4년 만의 대규모 증설 사이클'이 본격적인 실적으로 반영되는 구간"이라며 "단순한 물량 밀어내기가 아니라 고부가가치 제품 믹스 개선과 LTA(장기공급계약)에 기반한 철저한 계산된 투자가 집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LTA가 바꾼 역대급 증설의 실체…'과잉 공급' 꼬리표 뗐다
하반기 부품 업계의 가장 뚜렷한 변화는 투자 방식의 근본적 체질 개선이다. 과거 부품사들은 전방 시장의 호황을 기대하며 선제적으로 공장을 지었다가 수요가 꺾이면 대규모 감가상각비 폭탄을 맞고 고꾸라지는 패턴을 반복했다.
하지만 이번 대규모 증설 사이클에서는 과잉 공급에 따른 업황 둔화 우려를 제기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글로벌 빅테크 고객사들과 'LTA(장기공급계약)'를 맺고 유보금을 지원받거나 물량 보장 확약을 먼저 확보한 뒤 장비를 들여오는 구조가 정착됐기 때문이다.
이 같은 계약 조건의 변화는 제조사의 투자 리스크를 '제로'에 가깝게 낮추는 안전장치다. 선단 공정에 필수적인 high-K 특성 기판과 차세대 전장 기판 등은 공정 수율을 확보하기 까다로워 대량 양산이 가능한 업체가 글로벌 시장에서 극소수에 불과하다.
공급 병목을 우려한 엔비디아를 비롯한 빅테크 기업들이 하반기 물량을 선점하기 위해 장기 계약을 강제하면서 국내 부품사들의 설비 투자는 가동과 동시에 고정비를 지우고 고마진을 남기는 선순환 궤도에 올랐다.
AI 서버·전장 장비 '쌍끌이'…믹스 개선 효과 극대화
선단 부품의 고스펙화는 전방 산업 전반의 세대교체와 맞물려 이익을 키우고 있다. AI 가속기와 고성능 클라우드 서버에 탑재되는 기판은 일반 PC용 대비 층수가 2배 이상 높고 미세 회로 구현이 필수적이다. 단품당 단가가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높다 보니 전체 생산 라인에서 AI향 제품 비중이 상승할수록 기업의 평균판매단가(ASP)가 가파르게 뛰어오르는 믹스 개선 효과가 본격화됐다.
여기에 침체기를 지나 완만한 반등 세를 타는 자동차 전장(수송기계 전기전자장비) 부문 역시 힘을 보태고 있다. 자율주행 단계 상향과 차량 내 인포테인먼트 고도화로 인해 차량 1대에 들어가는 MLCC 탑재량은 과거 내연기관차 대비 3~4배 이상 늘었다.
가혹한 주행 환경을 견뎌야 하는 전장용 부품은 IT용 범용 제품보다 공급 단가가 훨씬 높게 책정된다. 결과적으로 IT·서버향 초고가 부품이 전방에서 끌어주고 전장용 고부가가치 부품이 후방에서 실적을 든든하게 받쳐주는 쌍끌이 장세가 완연하게 굳어졌다는 분석이다.
NH증권은 "결론적으로 2026년 하반기 전자장비와 부품 산업은 사상 최대 실적 랠리를 이어갈 기반을 마련했다. 수주 물량은 이미 장기 계약으로 묶여 있고, 공장 가동률은 한계치에 다다라 가격 협상권은 철저히 공급자 중심"이라며 "전방 빅테크의 설비투자 자금이 부품사들의 금고로 고스란히 유입되는 국면인 만큼, 피크아웃 우려를 지우고 확실한 이익 체력 증명을 눈앞에 두고 있다"고 밝은 전망을 내놨다.
예결신문 / 신하연 기자 beliga23@naver.com
[ⓒ 예결신문.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WEEKLY HOT
- 1[칼럼] 美스타벅스 콜옵션 행사는 시작일 뿐···신세계그룹 재무 구조 연쇄 위기 온다
- 22분기 반도체 D램 시장 '초호황'···공급 부족에 가격·출하량 동반 상승
- 3평가 빠진 운수업계보조금 5조원대···지자체 '버스지원금' 투명성 도마 위
- 4[포천시 2026년 예산분석] ㊤ 1조4153억 외형 확대의 이면···자체 수입 16%대 불과
- 5[포천시 2026 예산분석] ㊦ 사회복지·SOC 지출 팽창···순세계잉여금·기금전입이 부른 재정 과부하
- 6[부문별 하반기 전망] ① 반도체: AI 열풍 2막···'HBM 독점' 깨지고 범용 메모리가 실적 바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