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문별 하반기 전망] ③ 이차전지: 실적 다운사이클 종료···글로벌 수급 정상화 초입
신하연 기자
beliga23@naver.com | 2026-05-27 17:13:19
유럽 IAA 발의에 따른 역내 조달 의무화···한국 배터리 공급망 점유율 반등 기점
미국 ESS 적격 자산 설치량 폭증, 공급과잉 우려 불식···핵심 수익원으로 부상
[예결신문=신하연 기자] 글로벌 이차전지 산업을 억누르던 실적 다운사이클이 마침내 종착지에 도달했다. 지난 1분기 실적 설명회를 기점으로 주요 기업들의 연간 실적 전망치 하향 조정 작업은 사실상 마무리됐으며 일부 선도 기업들을 중심으로 추정치 상향 기류가 나타났다.
27일 이차전지 업계에 따르면 올 상반기 급등세를 보였던 리튬 등 주요 메탈 가격이 하반기 가동률 회복과 맞물려 완만한 상승세를 유지함에 따라 배터리 셀 및 소재 업체들의 평균판매단가(ASP) 연동성도 안정화 단계에 진입했다. 전방 전기차(EV) 수요 둔화와 재고 누적 압박으로 부진했던 국내 배터리 밸류체인은 구조적 규제 환경 변화와 에너지저장장치(ESS) 시장의 공급 부족 추세를 발판 삼아 실적 반등의 초입에 들어선 것으로 분석된다.
유럽과 미국 시장의 수요 지표 역시 바닥을 확인하는 징후가 뚜렷하다. 미국의 전기차 판매는 지난해 보조금 중단 여파로 전년 대비 -30%대의 역성장 국면에 머물러 있으나 추가 악화는 둔화됐다.
주요 완성차(OEM) 업체들이 진행해 온 배터리 셀 재고 조정이 막바지에 달하면서 가동이 일시 중단됐던 합작공장(JV)을 중심으로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재가동과 재고 확충(Build-up) 움직임이 구체화될 전망이다. 유럽 시장 역시 규제 강화에 대응하려는 자동차 제조사들의 신규 수주가 선행적으로 가시화되며 업황 반등을 뒷받침하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견조한 ESS 수요와 유럽 EV 가동률 회복의 가시성이 확보됐으며 판가 하락 우려도 제거됐다"며 "일부 투자자들은 실적 개선의 지속성에 의구심을 제기하지만, 재고 조정 완료에 따른 하반기 미국 공장 재가동 효과 등이 맞물리며 추정치 상향 기조는 유효하게 이어질 것으로 본다"고 밝히고 있다.
유럽 산업가속화법(IAA) 도입과 공급망 주도권의 변화
하반기 유럽 전기차 시장의 핵심 변수는 규제 장벽의 고도화와 국내 배터리 업계의 반사이익이다. 유럽 연합(EU) 내 완성차 업체들은 이산화탄소(CO2) 배출량 규제에 따라 기준치 초과 시 막대한 벌금을 부과받거나 탄소 크레딧을 구매해야 하는 환경에 직면했다.
이런 흐름 속에서 올해 상반기 발의된 유럽 산업가속화법(IAA)은 한국 배터리 및 소재 기업들의 유럽 내 시장 점유율을 가파르게 끌어올릴 핵심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IAA 체제하에서 전기차 보조금을 수령하기 위해서는 양극재, 음극재, 분리막, 전해액, 배터리관리시스템(BMS) 등 5대 핵심 부품을 유럽 역내 또는 EU와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국가에서 조달해야만 한다.
그동안 저가 공세를 펼쳐온 중국계 셀·소재 업체들의 경우 규제 적격 요건을 즉각 충족하기 어려운 반면, 이미 중국 외 지역에서 공급망 인프라를 구축해 둔 국내 배터리 3사는 독점적인 수혜 조건을 확보하게 됐다.
글로벌 OEM들이 보조금 요건을 충족하기 위해 한국산 셀 채택을 급격히 늘리거나 중국 공급사에 적격 부품 사용을 강제하고 있어 상반기 30% 선까지 밀렸던 국내 배터리 사의 유럽 시장 점유율은 하반기를 기점으로 강한 반등 흐름을 나타낼 기반을 다졌다는 평가다.
ESS 공급과잉 우려의 실체와 북미 시장의 질적 성장
일부 업계 일각에서 제기된 ESS 부문의 공급과잉 우려는 철저히 데이터와 괴리된 기우에 불과한 것으로 파악됐다. 현재 미국 시장에서 ESS 설치량은 당초 시장 컨센서스였던 전년 대비 +40% 수준을 대폭 상회, 연초 대비 +72%의 폭발적인 성장세를 기록 중이다. 특히 미국 현지 프로젝트 개발사들이 투자금액의 최대 30%에서 50%의 세액공제를 받기 위해서는 북미 역내 생산 요건을 충족한 'ITC 적격 ESS 자산'을 확보해야 한다.
미국 내 적격 ESS 공급률(수요 대비 적격 생산능력 비율)을 추산한 결과, 2026년 82%, 2027년에도 90% 수준에 불과해 구조적인 공급 부족 상태가 이어질 전망이다. 비적격 중국산 제품의 경우 대중 관세 인상과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AMPC) 혜택 배제 요인을 고려할 때 실질적인 가격 경쟁력을 상실한 상태다.
이에 따라 국내 주요 배터리 기업들은 현지 수요 대응을 위해 기존 전기차용 라인을 ESS 라인으로 전환하는 투자에 속도를 내고 있다. 수많은 생산 사이트를 동시 가동하는 과정에서 일시적으로 발생했던 초기 고정비 부담과 병목 현상이 하반기 중 해소되면 ESS 부문은 양적 성장을 넘어 배터리 제조사들의 핵심 캐시카우이자 이익률 방어의 핵심 축으로 완전히 안착할 전망이다.
NH증권은 "결론적으로 2026년 하반기 이차전지 산업은 메탈 가격 하방 경직성 확보, 유럽 규제 강화에 따른 한국산 공급망 재선점, 그리고 북미 ESS 시장의 공급 부족 수혜가 맞물리는 다중 모멘텀 구간에 진입했다"며 "전방 시장의 일시적 정체기를 지나 질적 고도화 단계로 진입하는 이차전지 밸류체인의 이익 체력은 하반기 가동률 정상화와 함께 완연한 회복 궤도에 올라설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예결신문 / 신하연 기자 beliga2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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