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문별 하반기 전망] ⑥ 석유화학: 국제유가 하락 기조에 비상 걸린 화학업계···원가 손실 우려 확산

신하연 기자

beliga23@naver.com | 2026-05-31 23:35:05

중동 분쟁 완화와 미국·오펙 증산으로 두바이유 가격 점진적 하향 안정세 
'역래깅' 현상에 에틸렌 부문 적자 전환 우려
'공급 과잉' 기초화학 대신 수요 견고하고 증설 없는 합성고무 품목만 독자 턴어라운드
올해 상반기 반짝 흑자를 기록했던 국내 석유화학 업계에 하반기 유가 하락에 따른 실적 악화 경보가 켜졌다. (일러스트=AI)

[예결신문=신하연 기자] 올해 상반기 반짝 흑자를 기록했던 국내 석유화학 업계에 하반기 유가 하락에 따른 실적 악화 경보가 켜졌다. 상반기에는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위기로 국제유가가 급등하면서 화학 제품 가격도 함께 올라 이른바 '래깅 효과(원재료 비축 시차 이익)'와 재고 평가 이익을 누렸다.

31일 무역협회와 석유화학 업계에 따르면 올 하반기에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 우려가 완화되고 미국과 오펙(OPEC+)이 시장 점유율 확보를 위해 원유 생산량을 늘리면서 두바이유 가격이 갈수록 하향 안정화될 가능성이 커졌다. 

문제는 유가가 떨어질 때 발생한다. 기름값이 내려가면 화학 제품 가격도 일제히 하락하는데, 제품은 낮아진 가격으로 판매되는 반면 원가에는 1~2개월 전에 비싸게 사 둔 원재료(납사) 가격이 반영된다. 바로 '역래깅 효과'로, 이 시차 때문에 발생하는 원가 손실과 대규모 재고 평가 손실이 하반기 실적에 직격탄을 날릴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에서는 중장기적으로 정유 기업들은 공장 증설 물량이 제한적인 데다 안정적인 마진을 확보하고 있어 유가 하락 충격을 어느 정도 버텨낼 수 있지만 중국의 공격적인 공장 증설로 심각한 공급 과잉을 겪고 있는 전통 석유화학 기업들은 제품 가격 협상력이 없어 하반기 적자 전환이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중국발 공급 과잉에 갇힌 에틸렌, 손익분기점 밑돌아
하반기 화학 업계에서 가장 취약한 고리는 플라스틱의 기초 원료가 되는 에틸렌 분야다. 2020년부터 시작된 중국 중심의 대규모 공장 증설로 전 세계 에틸렌 가동률은 향후 몇 년간 하락세가 멈추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물건이 흔해진 상황에서는 유가 하락으로 원재료 값이 떨어질 때 제품 가격은 더 빠르게 폭락하는 현상이 일어난다. 

실제로 제품 가격에서 원재료 값을 뺀 에틸렌 마진은 톤당 230달러 수준에 불과해 국내 공장들이 수익을 낼 수 있는 최소 기준인 톤당 250~300달러를 크게 밑돌고 있다. 상반기에는 유가 급등에 따른 착시 효과로 부실이 가려졌으나, 하반기 기름값이 안정되면 원가 부담을 이기지 못한 화학 공장들이 무더기 적자로 돌아설 확률이 높다.

공장을 돌릴수록 손해가 커지는 구조적 불황을 깨트릴 만한 수요 회복 신호도 아직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출처: 무역협회 및 주요국 통계 자료 재구성

의료용 장갑·타이어 원료 등 합성고무 품목은 불황 비껴가
전통적인 화공 제품들이 부진한 것과 달리, 하반기 화학 업계에서 유일하게 독자적인 회복세를 보이는 분야는 의료용 장갑 원료(NB Latex)와 타이어 원료(SBR) 등 합성고무 부문이다. 이 제품들은 유가 변동이나 원가 손실 리스크로부터 비교적 자유로운 편인데, 공급 물량은 줄어든 반면 전방 산업의 수요는 견고하게 살아나고 있어서다. 

실제로 전 세계 NB Latex 공장 증설은 지난해를 끝으로 멈춘 상태다. 반면 글로벌 1위 장갑 제조사인 탑글러브(Top Glove)의 가동률이 89%까지 올라오는 등 수요는 가파르게 늘고 있다.

타이어 원료인 SBR 역시 지난 10년간 진행된 부실 공장 폐쇄 효과로 공급 부족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에 따라 원재료 가격 변동과 관계없이 제품 가격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며 과거 평균을 웃도는 이익을 내고 있어, 고부가 합성고무 중심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짠 기업들이 하반기 화학 업계를 이끌어갈 것으로 보인다.

무역협회 관계자는 "원재료 가격 하락 국면에서도 제품 가격을 단단하게 유지할 수 있는 협상력을 쥐고 있어 고부가가치 합성고무 중심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져온 일부 화학 기업들이 하반기 실적 개선을 주도하며 화학 업계 내 극단적인 실적 양극화를 연출할 것으로 분석된다"고 밝혔다. 

예결신문 / 신하연 기자 beliga2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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