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대 칼럼] 반도체주 급락, 시장은 무엇을 잘못 봤나
김용대 칼럼니스트
yong660128@naver.com | 2026-07-14 19:10:28
[예결신문=김용대 칼럼니스트] 반도체 시장의 변화엔 늘 해석이 뒤따른다. 문제는 그 해석이 때로 지나치게 단편적이라는 점이다. 최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둘러싼 우려도 그렇다.
장기공급계약(LTA)이 수익성을 훼손하고 2027년 실적 눈높이가 낮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하면서 시장은 다시 공포를 주가에 반영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 필요한 것은 계약가격만 놓고 단순한 계산만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 그 계약이 어떤 수요를 만들고 어떤 시장을 선점하게 하는지를 함께 보는 판단이다.
메모리 산업은 지난 30년간 전형적인 사이클 산업으로 평가받아 왔다. 공급이 늘면 가격이 꺾이고 수요가 회복되면 투자와 증설이 뒤따르는 구조였다. 시장은 늘 지나간 지표를 근거로 미래를 판단했고 기대에 조금만 못 미쳐도 업황 전체가 꺾인 것처럼 호들갑을 떨었다. 지난 2년 이상 이어진 반도체 상승 국면에서도 이 같은 과잉 우려는 반복됐다.
하지만 AI 데이터센터가 중심이 된 지금의 수요는 과거 스마트폰·PC 중심의 B2C 수요와 성격이 다르다. 서버 DRAM과 HBM은 기존 시장의 물량을 나눠 갖는 사업이 아니라 빅테크와 장기 협력하며 새로운 수요처를 만들어내는 사업이다. LTA를 '희생적 계약'으로만 보는 해석이 위험한 이유다.
물론 장기계약은 당장의 최고가 판매 기회를 일부 포기하게 만들 수 있다. 그러나 안정적인 물량과 고객사 공동 투자, 데이터센터 사용확약, 합작법인과 지분투자까지 연결되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이는 '가격 양보'가 아닌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투자다. 초기 인프라 비용과 고객 전환비용이 큰 AI 데이터센터 시장에서는 공급망에 먼저 들어간 기업이 장기 점유율을 가져갈 가능성이 높다. '희생'과 '투자'를 혼동해서는 안 된다.
수급 전망도 최근의 비관론과는 거리가 멀다. 자료에 따르면 올 하반기 DRAM 수요 충족률은 75~80% 수준에 그치고 내년에는 60%대로 낮아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진성 수요만 따져도 70% 안팎이라면 공급 부족은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구조적 압력으로 봐야 한다.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면 판가 인상과 이익 개선 가능성은 당연히 뒤따르게 마련이다.
주가와 실적의 괴리도 점검할 필요가 있다. 삼성전자의 내년 예상 주가수익비율은 3.9배, SK하이닉스는 3.5배 수준으로 낮게 제시됐다. 물론 낮은 밸류에이션만으로 주가 상승을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높은 자기자본이익률과 공급 부족 전망이 공존하는 상황에서 시장이 왜 최악의 시나리오만 반영하고 있는지는 짚고 넘어가야 한다.
앞으로 자사주 매입·소각과 배당, 특별배당 등 주주환원 확대와 미국 빅테크·AI 기업과의 파트너십 구체화 등 호재는 주가 재평가의 계기가 될 수 있다.
반도체 산업을 볼 때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근시안적 판단이다. 당장 계약가만 보면 가격 양보처럼 보이지만 향후 따라올 수요 창출과 시장 지배력까지 보면 이는 분명 전략적 투자다. 공포 분위기가 확산할 수록 필요한 것은 더 넓은 시야와 분석이다.
예결신문 / 김용대 칼럼니스트 yong66012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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