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어지는 전기차 캐즘···국내 이차전지 업계로 ‘불똥’

백도현 기자 / 2024-09-29 00:02:17
인프라 부족, 잇단 화재로 인한 ‘전기차 포비아’ 확산···국내 판매량 '반토막'
배터리 소재 업체, 실적 하락에 재무부담 가중
SK온, 에코프로비엠, 포스코퓨처엠 등 고전 예상···삼성SDI은 안정적 전망
자료=한국기업평가

[예결뉴스=백도현 기자] 폭발적 성장세를 이어갔던 글로벌 전기차 시장이 현재 완연한 캐즘(Chasm, 새로운 제품이 겪는 일시적인 침체기)에 직면했다. 내연기관 및 하이브리드 대비 비싼 가격과 인프라 부족, 여기에 최근 잇단 화재로 인한 ‘전기차 포비아’ 인식이 확산하면서다.

28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올 상반기 중국을 제외한 글로벌 전기차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7만5000대(3.6%) 감소한 199만7000대를 기록했으며 같은 기간 국내 전기차 판매량은 3만8000대로 하락폭이 42.6%(2만8000대)에 달했다. 

전기차 시장의 수요 둔화는 국내 이차전지 업계의 실적 저하로 나타나고 있다. 프리미엄/플래그십 전기차에 채택되는 삼원계(NCM, NCA) 배터리를 주력으로 하는 국내 배터리 셀 업체는 프리미엄/플래그십 전기차 판매 감소와 ‘완성차업체의 LFP 배터리 채택률 상승’이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이는 전기차-배터리 셀-배터리 소재로 이어지는 이차전지 산업 구조에서 배터리 소재 업체의 매출 감소, 재고 관리 부담 및 가동률 저하에 따른 고정비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그동안 이차전지 업계는 지속적인 전기차 수요 증가를 예상하고 생산능력 확대를 위한 대규모 투자를 단행, 차입부담이 크게 늘었다. 하지만 전기차 시장이 캐즘에 직면하면서 올해 들어 이차전지 업체들은 매출 축소, 적자 확대로 재무안정성이 급격히 저하됐다.

이 같은 ‘전방 수요 회복 지연’, ‘공급 경쟁 심화’ 등을 감안할 때 이차전지 업계의 실적 개선에는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전망이다. 

한국기업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전기차 시장은 전기차 보조금 축소·폐지에 따른 구매 가격 상승과 가파른 중고차 가격 하락 등으로 전기차 구매자의 총소유비용(매입 가격+운용 원가)이 증가하고 있다. 

여기에 글로벌 주요 국가의 ▲친환경 규제 완화 ▲보급형 전기차 출시 ▲하이브리드 풀라인업 보유 ▲EREV(Extended-Range Electric Vehicle, 내연기관 엔진을 통해 생성된 전기를 기반으로 모터를 구동해 동력을 얻는 차량) 개발 등으로 전동화 전략을 수정·변경하고 있는 점 등도 이차전지 수요 회복에 부정적이라는 분석이다.

이에 더해 CATL, BYD 등 중국 내 최상위권 이차전지 업체를 중심으로 적극적인 글로벌 시장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는 것도 악재다. 

중국 배터리 셀 업체는 저가/보급형 전기차에 주로 탑재되는 LFP 배터리가 주력이다. 현재 프리미엄/플래그십 전기차 시장과 저가/보급형 전기차 시장이 일정 수준 구분돼 아직은 직접적인 경쟁은 발생하지 않겠지만 글로벌 완성차업체의 저가/보급형 전기차 출시가 증가하며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도 LFP 탑재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 

향후 전기차 볼륨모델에 탑재될 배터리 주도권을 잡기 위한 국내 및 중국 배터리 셀 업체 간 가격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자료=한국기업평가

■ 배터리 셀 업계 전망

한기평은 삼성SDI에 대해 일시적으로 매출 성장이 둔화되겠지만, 그룹사 판매 기반을 확보한 소형전지, 전자재료 부문의 안정적인 매출에 힘입어 영업실적과 재무안정성은 안정적일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SK온은 전방 수요 둔화, 북미 공장 가동 차질 등 여파로 매출이 감소하고 대규모 영업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연내 수조원 규모의 자본확충 계획,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 및 SK엔텀과의 합병 등은 재무부담 완화에 긍정적이지만, 향후 대규모 투자를 계획하고 있어 영업실적 및 현금흐름이 개선되지 않을 경우 재무부담이 가중될 우려가 있다는 판단이다.

에코프로비엠은 저조한 수익성을 보일 전망이다. 여기에 헝가리, 캐나다 등의 공장 증설로 차입금 부담이 더욱 확대될 예정으로, 삼성SDI, SK온 등 파트너사들의 출자를 통한 자본확충이 재무부담에 얼마나 긍정적으로 작용할지가 관건이다. 

포스코퓨처엠은 국내, 캐나다 등에 대규모 투자가 예정돼 재무부담이 확대될 전망이다. 그룹 차원의 투자 및 자금 대응 방안과 중·단기간 충분한 규모의 유상증자를 통해 재무부담을 상할지가 관심거리다.

SK아이이테크놀로지는 SK온에 대한 판매의존도가 90%를 넘어, SK온의 실적에 따라 크게 좌우할 전망이다. 그룹 차원의 배터리 사업 재편과 관련해 최대주주인 SK이노베이션이 SK아이이테크놀로지의 지분 일부 매각 등 다양한 방법을 검토하고 있어 향후 최대주주 변경 여부 및 종속 중심의 사업 기반 개선이 필요하다. 

반면 엔켐은 북미 시장에서의 매출 증가가 회사 성장을 견인할 것으로 예상됐다. 선제적인 북미 진출을 바탕으로 IRA 대응을 위한 탈중국 수요를 확보할 수 있는 점도 긍정적이라는 평가다. 잔여 전환사채(‘24년 6월말 1058억원)의 자본 전환 시 차입 부담도 완화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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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도현 기자

기업, 지자체 소식과 예산 결산 등 재무상태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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