팹리스 대장 LX세미콘·우주항공 쎄트렉아이까지 줄줄이 실적 부진
"R&D 예산 삭감에 대기업·중견기업 동반 추락⸱⸱⸱지방세수 1000억 증발 현실화"
올해 예산 고작 2.2% 증가, 물가 감안하면 '마이너스'⸱⸱⸱트램 등 숙원 사업 '올스톱' 위기
[예결신문=백도현 기자] 과학도시 대전이 위기다. 대기업은 글로벌 업황 부진에 쓰러졌고, 중견·벤처기업은 정부 R&D 예산 삭감의 직격탄을 맞았다. 시 곳간을 채울 '법인 지방소득세'는 사실상 증발했다고 봐도 무방한 상황이다.
작년 대한민국을 충격에 몰아 넣었던 'R&D 예산 삭감' 사태와 전기차·반도체 등 전방 산업의 '캐즘(Chasm·일시적 수요 둔화)'이 맞물리면서 대전 경제를 지탱하던 기업들이 줄줄이 최악의 성적표를 내밀었기 때문이다.
13일 본지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공시된 대전 소재 주요 상장사들의 2024년도 잠정 실적을 분석한 결과, 매출 규모 '조 단위'의 앵커 기업부터 'K-바이오·우주'를 이끌던 허리 기업까지 예외 없이 수익성이 곤두박질쳤다. 이는 곧 징수 예정인 법인 지방소득세의 급감으로 이어져 시 재정에 구멍을 낼 것으로 관측된다.
■ 대전 매출 1위 '한온시스템', 3500억 순손실…세금 낼 돈 없다
시 세수 결손의 가장 결정적인 트리거는 지역 매출 1위 기업인 한온시스템의 실적 쇼크다. 대덕구에 본사를 둔 한온시스템은 최근 공시를 통해 2024년 결산 실적(잠정)을 발표했다.
공시에 따르면 한온시스템의 작년 매출액은 약 10조81억원으로 전년(9조5216억원) 대비 5.1% 소폭 증가하며 외형 성장은 유지했다. 그러나 내실은 무너졌다. 전년 2835억원이었던 영업이익은 작년 1049억 원으로 63%나 급감했다.
더욱 심각한 것은 당기순이익이다. 한온시스템은 전년 588억원 흑자에서 작년 3513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하며 대규모 적자로 돌아섰다. 회사 측은 "생산 물량 감소 및 일회성 비용으로 영업 손실이 발생했고, 이자 비용 증가 및 손상차손 등 영업외손실이 증가했다"고 적자 원인을 밝혔다.
이 같은 어닝 쇼크는 시 재정에 부담이다. 기업이 순손실을 기록하면 납부할 법인세는 '0원'이 되고 이에 연동되는 법인 지방소득세 역시 한 푼도 걷을 수 없게 된다. 매년 시 세수의 한 축이었던 수백억원의 세원이 하루아침에 사라진 셈이다.
■ 팹리스·우주·바이오…대전의 자존심들 줄줄이 '비명'
문제는 한온시스템만의 위기가 아니라는 점이다. 정부 R&D 예산 삭감의 직격탄을 맞은 중견·벤처기업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국내 유일의 위성 시스템 수출 기업인 쎄트렉아이는 정부의 우주 개발 프로젝트 예산 조정과 일정 지연 여파로 작년 순이익이 전년 대비 84%나 급감한 64억원에 그쳤다. 정부 과제 의존도가 높은 사업 구조상 예산 칼질이 즉각적인 실적 악화로 이어진 대표적 사례다.
대전 바이오 1세대 기업인 바이오니아 역시 상황은 마찬가지다. 팬데믹 이후 진단 장비 수요가 줄어든 데다, 정부 차원의 바이오 R&D 지원 과제가 축소되면서 영업이익 적자 전환, 순손실 174억원의 아픈 성적표를 받았다.
지역 경제계 관계자는 "대기업은 글로벌 경기 침체에 흔들리고, 중견기업은 정부 예산 삭감에 발목이 잡혔다"며 "대전 경제를 떠받치던 '대기업-중견-벤처'의 삼각 편대가 동시에 무너진 셈"이라고 진단했다.
■ "사실상 마이너스 예산"…트램·터미널 등 핵심 사업 '돈맥경화'
시는 곧바로 긴축 예산에 들어갔다. 대전시의 2025년 본예산 총 규모는 6조6771억원으로, 작년(6조5330억 원) 대비 고작 2.2%(1441억원) 증가하는 데 그쳤다. 물가 상승률과 공무원 인건비 등 의무 지출 증가분을 감안하면 사실상 마이너스 예산이다. 특히 시의 살림살이를 책임지는 일반회계 증가율은 1.4%에 불과해 재정 여력이 바닥을 드러냈음을 보여준다.
이에 시의 법인 지방소득세 징수액은 당초 목표보다 최소 800억원에서 최대 1000억원가량 부족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이는 이장우 대전시장이 역점을 두고 추진 중인 '대전 도시철도 2호선(트램)' 착공과 '유성복합터미널' 건립 등 대규모 SOC 사업의 자금 조달 계획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
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는 "대전시는 그동안 과학도시라는 브랜드에 안주해 특정 산업군과 대기업에 대한 세수 의존도를 너무 높게 가져갔다"며 "정부 R&D 예산 삭감이 지역 기업의 경쟁력을 훼손하고, 이것이 다시 지자체의 재정 위기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고리가 확인된 만큼 중앙정부에 적극적인 보전 대책을 요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예결신문 / 백도현 기자 livekmi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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