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생존] '탄소시장 전환점' 배출권거래법 개정안⸱⸱⸱글로벌 경쟁력 전환점 될까

백도현 기자 / 2025-09-01 21:39:29
지난달 27일 ‘배출권거래법’ 개정안이 국회에 발의되면서 현행 제도의 근본적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이번 개정안은 무상할당 비율을 총량의 80% 이하로 제한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사진=픽사베이)

지난달 27일 ‘배출권거래법’ 개정안이 국회에 발의되면서 현행 제도의 근본적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이번 개정안은 무상할당 비율을 총량의 80% 이하로 제한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배출권거래란 일정 기간 동안 기업이 배출할 수 있는 온실가스의 총량을 정부가 정해놓고, 이를 기업별로 할당한 뒤 실제 배출량이 할당량보다 많거나 적을 경우 그 차이를 시장에서 사고파는 제도다. 즉 온실가스 배출권을 하나의 재화처럼 거래하는 방식이다.

기업이 할당량보다 많이 배출하면 부족분을 구매해야 하고 반대로 덜 배출하면 남은 배출권을 판매해 이익을 얻을 수 있다. 이 과정에서 형성되는 가격이 곧 ‘배출권거래가’다. 배출권거래는 시장 원리를 통해 기업이 스스로 배출을 줄이도록 유도하는 탄소 감축 인센티브 제도로 평가된다.

■ 개정안 핵심은 무상할당 80% 제한···철강·시멘트·석유화학 직격탄
현재 제4차 배출권거래제(2026~30년) 계획에서는 전체 배출권 중 약 85%가 무상으로 배분돼 있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최소 20% 이상은 반드시 유상으로 확보해야 하며 이에 따라 기업들의 부담은 연간 약 2조원 증가할 것으로 추산된다.

이에 탄소 다배출 업종은 직접적인 타격을 받을 전망이다.

포스코홀딩스, 현대제철 등 철강업권은 연간 수천만 톤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 개정안 시행 시 포스코는 연간 약 3000억원 규모의 추가 비용을 부담할 것으로 추정된다.

쌍용C&E, 한일시멘트 등 시멘트업권은 원료 특성상 배출 감축 여력이 적다. 업계 전체로 약 2500억원의 부담이 예상된다. 단기적으로는 제품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

LG화학, 롯데케미칼, 한화솔루션 등 석유화학업은 연간 약 3600억원의 추가 비용을 떠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제품 단가 경쟁력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세 업종만으로도 연간 약 9100억 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하는 셈이다. 주요 기업은 평균 180억원 규모의 구매 부담을 지게 된다.

■ 배출권거래가 상승 불가피
현재 국내 배출권거래가는 톤당 약 1만원으로, 유럽연합 배출권거래제(EU ETS·810만원), 미국 캘리포니아 시장(약 3만원)과 비교해 현저히 낮다. 무상할당 축소는 공급량을 줄여 가격을 끌어올릴 가능성이 크다. 전문가들은 국내 배출권거래가가 향후 23배 상승할 수 있다고 전망한다.

이는 단기적으로 기업의 생산비용을 높이는 요인이지만, 동시에 탄소 감축 투자와 기술 혁신을 촉진하는 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 코앞에 닥친 탄소국경조정제도(CBAM)에 대응하기 위해서라도 필수적이다.

당장 내년 1월부터 철강 등 규제 대상 제품을 EU로 수출하는 기업은 제품 생산의 모든 과정에서 배출한 총 탄소 배출량에 해당하는 CBAM 인증서를 구매해야 한다. 탄소 배출량이 크면 그만큼의 인증서 구매 비용을 물어야 한다.

배터리 기업도 마찬가지다. 유럽의 지속 가능한 배터리 규제에 따라 배터리 공급망의 실사 요건의 하나로 탄소 배출량을 공개하고 기준치를 만족시키지 못하면 수출을 못 할 수 있다. 자동차 기업들은 자동차의 전 과정 온실가스 배출량을 보고해야 한다. 

여기에 중국도 2027년 철강·시멘트·알루미늄 업종을 탄소시장에 편입한다. 수출로 먹고사는 한국 기업이 낮은 배출권 가격을 유지한 채 글로벌 무대에 나서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다. 이번 개정안은 국제 경쟁력 유지를 위한 필연적 선택이라는 분석이 힘을 얻는다.

■ 청정기술 산업의 성장 기회
부담이 커진 만큼 기회를 잡는 산업도 존재한다. 구체적으로 ▲신재생에너지 ▲탄소포집·활용·저장(CCUS) ▲수소 기반 공정 및 바이오 플라스틱 ▲디지털 감축 모니터링 기술 등 분야는 배출권거래가 상승으로 수요가 늘어나며 장기적으로는 한국형 그린 산업 생태계 강화로 이어질 수 있다.

배출권거래법 개정안은 기업들에게 막대한 비용 부담을 안기는 동시에 탄소 감축 역량이 곧 경쟁력이 되는 시대를 본격화하는 제도적 분기점인 셈이다.

시민사회에서는 "철강·시멘트·석유화학 등 전통 산업에는 뼈아픈 구조조정 압박이 가해지겠지만, 청정기술과 ESG 경영을 선도하는 기업에게는 새로운 성장 기회가 열릴 전망"이라며 "이번 개정은 한국 경제가 ‘규제 부담’에서 ‘글로벌 경쟁력’으로 나아가는 전환점으로 기록될 가능성이 크다"고 이번 조치를 환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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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도현 기자

기업, 지자체 소식과 예산 결산 등 재무상태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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