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관세전쟁 본격화···③한국 철강산업 영향 톺아보기

백도현 기자 / 2025-03-24 21:32:40
강관, 냉연 제품 중심으로 관세위험 노출···부정적 파급효과 현실화 시 수급부담 작용 전망 
세아제강지주 계열사, 미국 매출 비중 최대···관세 리스크 가장 높아
트럼프 정부의 관세 조치들로 대미 수출이 크게 위축될 경우 국내 철강업계의 수익구조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 나온다. (일러스트=예결신문)

미국은 철강 수요가 장기간 둔화 추세에 있으나 여전히 중국, 인도 다음으로 큰 시장이라는 점에서 이번 트럼트 행정부 2기의 관세부과 정책에 따른 국내 철강업계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쏠린다.

2023년 기준 미국은 9050만 톤의 강재를 소비했는데 이 중 2640만 톤이 수입 물량이다. 미국의 주된 철강 수입국은 캐나다, 브라질, 멕시코, 한국 등이며 작년 기준 이들 4개국의 비중은 60%에 달한다. 

작년 한국은 미국에 277만 톤(35억 달러)의 철강을 수출했다. 이는 국내 철강산업 전체 수출량의 9.8%에 해당한다. 2018년 미국으로부터 수입할당제(263만 톤 쿼터)를 적용받은 이후 대미 수출물량이 제약됐으나, 미국은 단일지역으로서 일본(367만 톤), 인도(305만 톤)에 이어 세번째로 큰 수출대상국이다.

더욱이 미국은 자동차, IT 등 고부가가치 산업 분야에서 세계 최대 규모의 시장을 보유했고 셰일혁명 이후 에너지 분야에서도 핵심 공급망으로 자리매김함에 따라, 이들을 전방 수요로 두고 있는 철강업체들에게 배제하기 힘든 주요 수출시장이 됐다. 

현 트럼프 정부에서의 자국 제조업에 대한 부흥 의지와 이에 수반될 인프라 정책, 화석연료 선호에 따른 에너지 개발 확대 기조 등은 미국 내 철강 수요를 진작시킬 수 있는 요소로서 국내 철강사에게도 새로운 기회요인이 될 전망이다.

미국 관세조치, 국내 철강업체 수익구조에 부정적
24일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트럼프 정부의 관세 조치들로 대미 수출이 크게 위축될 경우 국내 철강업계의 수익구조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최근 미국이 수출 경쟁국인 캐나다와 멕시코에 우선 25%의 보편 관세를 부과한 점이나 상호관세 도입 등에 비춰 한국산 철강이 일부 반사이익을 받을 여지도 있다. 

하지만 국내 철강산업 역시 멕시코, 캐나다를 통한 우회 수출경로가 차단될 수 있으며 고율의 관세로 미국 현지 철강사들이 가격경쟁력의 우위를 확보하고 가동률을 늘리거나 협상 결과에 따라 경쟁업체 간 관세율 차등이 발생할 경우 국내 철강업체들의 미국 내 입지가 보다 좁아질 가능성도 있다.

세아제강지주 계열사 관세 리스크 가장 높아
주요 철강 그룹사별로 2023년 미주 매출 비중을 살펴보면 포스코그룹은 2.7%, 현대제철 계열 8.1%, 세아베스틸지주 계열 5.8%, 세아제강지주 계열 42.2%로, 세아제강지주가 미국 관세 리스크에 직접적으로 노출됐다.

주력 자회사인 세아제강의 경우, 매년 쿼터 한도만큼 에너지용 강관을 미국에 수출하고 있고 대미 수출의 이익기여도가 매우 높은 손익구조인 탓에 현지 철강시세에 따라 충분한 가격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이익창출력이 약화될 우려가 있다.

다만 트럼프 행정부의 에너지 정책 기조에 따른 Rig count(석유·가스 시추를 위해 운용 중인 굴착장비 수) 증가나 대규모 LNG 프로젝트 발주로 미국 내 에너지강 수요가 증가할 수 있는 점은 관세 영향을 일부 완화하는 요소가 될 수 있다. 

또한, 세아제강지주는 2016년 미국 텍사스 휴스턴에 OMK의 유정용강관 및 열처리 공장과 Laguna의 열처리 공장을 인수(세아스틸 USA)함으로써 연산 25만 톤의 현지 조관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이에 계열 전반적으로는 휴스턴 공장 가동률 제고를 통해 관세 위험을 일부 완화할 수는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수강 제조를 전문으로 하는 세아베스틸지주 계열 또한, 특수합금 생산을 목적으로 건설 중인 공장(SeAH Superalloy Technologies)을 제외하면 미국 현지 생산시설이 없다. 다만 계열 전반적으로 미국향 매출 비중이 크지 않아 미국 관세 위험으로부터 직접적인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핵심 수요처인 자동차산업의 미국 관세로 인한 영업 위축가능성, 통상환경 전반의 보호무역주의 강화 등이 특수강 사업 실적에 미치는 영향이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포스코와 현대제철은 일부 가공센터를 제외한 미국 현지 생산기반이 없어 채산성 높은 냉연강판의 주요 고객사인 자동차, 가전업체 등이 멕시코를 전략적 생산기지로 삼고 있고 해당 품목에 대한 미국의 추가 관세 가능성도 있어 직접적인 관세 위험보다는 고부가 제품에 대한 수요 감소나 수출경로 차단, 가격 전가 제한 등에 따른 부정적 파급효과가 우려된다. 

자동차강판 관련 계열 매출의존도가 높은 현대제철은 현대차·기아의 대미 투자 및 수출 대응전략에 따라 현대제철의 수익구조에 미치는 영향도 중요하다. 강관 사업부문은 대미 수출의존도가 낮지 않아 강관사업의 실적 변동성이 확대될 수도 있다.

그래픽=한기평

한기평은 "관세 부담을 최종소비자에게 온전히 전가하기는 어려운 만큼, 수출품의 마진이 일부 축소되어 미국 의존도가 높은 국내 업체들의 수익성 저하는 피할 수 없을 것"이라면서도 " 자국 내 높은 생산비용으로 인해 제품 중 상당부분을 수입에 의존하는 미국 산업구조의 특성상, 미국 내 인플레이션 촉발과 수요 위축에 따른 경기둔화 가능성, 해외 생산시설 의존도가 높은 미국 로컬업체의 피해 우려 등을 감안하면 실제 국가 및 품목별 관세부과가 시행되기에는 여러 장애물이 남아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또 "관세 위협에 단기간 내 미국으로 생산시설을 이전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트럼프 정권의 잦은 관세 위협으로 인한 피로도가 누적되는 상황과 기존 정책의 취소 가능성 등으로 미국의 정책일관성에 대한 신뢰도가 크게 낮아진 점을 고려할 때, 당분간은 정책방향 및 시행여부 등을 관망하는 업체들이 대다수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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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도현 기자

기업, 지자체 소식과 예산 결산 등 재무상태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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