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남시 2025 예산 점검①] 고착화한 1조 예산⸱⸱⸱흔들리는 재정 속 '복지 고정 예산'이 절반 

김지수 기자 / 2025-04-26 21:12:54
하남시 2025년 통합회계 예산규모는 1조982억원으로, 작년(1조442억원)보다 약 540억원 증가(+5.2%)했다. 유형 평균(1조5209억원)보다는 여전히 낮지만, 시 전체 재정의 몸집이 빠르게 커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사진=AI생성)

[예결신문=김지수⸱백도현 기자] 하남시 2025년 통합회계(일반+특별+기금) 예산규모는 1조982억원으로, 작년(1조442억원)보다 약 540억원 증가(+5.2%)했다. 유형 평균(1조5209억원)보다는 여전히 낮지만, 시 전체 재정의 몸집이 빠르게 커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또 작년 제3회 추경(1조891억원)과 비교하면 779억원(-7.16%) 줄어든 것으로, 본예산 기준으로는 성장, 연말 추경 기준으로는 축소라는 이중적인 그림도 보인다. 작년 한 해 추경으로 예산을 크게 키웠다가 올해 다시 조정에 들어간 것으로 볼 수 있다.

■ 복지예산 49.5%…의무지출이 재정을 잠식
26일 시 예산자료에 따르면 시는 올해 교통·문화·교육·도시개발·경제를 5대 핵심 분야로 내세웠다. 그러나 실제 예산 구조를 보면 가장 두드러지는 축은 단연 복지다. 올해 분야별 편성 기준 사회복지 분야 비중은 전체 예산의 49.5%에 달한다.

기초연금, 장애인·노인 복지, 보육·아동 돌봄, 각종 법정·법정외 복지 지출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예산의 절반 가까이를 '의무지출'이 차지하는 구조다.

이 가운데 지방교부세·조정교부금 등을 포함한 '재정자주도'는 53.54%로, 전년보다 4.79%p 하락했고 유형 평균(58.33%)보다도 낮다. 같은 돈 100을 쓰면서 그 중 절반 가까이는 '용처가 고정된' 이전재원이라는 뜻이다. 

표면적으로는 지방채를 새로 발행하지 않는 건전성이 보이지만, 그만큼 세입 기반이 넉넉하지 않은 상황에서 복지·SOC 수요를 버티는 구조이기도 하다.

시의회 예결특위는 이 같은 구조에 "회복·극복·행복 예산과 생활밀착형·사회적 약자 보호 예산은 늘리고 불요불급한 사업은 송곳 심의하겠다"고 밝혔다. 한마디로, '복지+민생'은 지키되 전시성·선심성 사업은 줄이겠다는 메시지다.

실제로 2025 예산 심의 과정에서 문화행사성 사업인 ‘뮤직 人 The 하남’ 등 일부 사업 예산은 절반 가까이 삭감됐다.

■  재정자립도·재정안정화기금…빨간불 켜진 재정 건전성
시 재정의 체력을 보여주는 지표들은 눈에 띄게 나빠졌다. 수도권 신도시로 세수 기반이 상대적으로 튼튼한 도시임에도 재정자립도가 2년 연속 빠르게 떨어지는 중이다.

시 재정안정화기금은 2022년 말 1623억원→ 2023년 839억원→ 2024년 662억원→ 2025년 298억원까지 급락 중이다. 같은 기간 지방채는 240억원 추가 발행돼 총 330억원 수준으로 늘었다. 

오승철 의원은 시정질문에서 "남은 돈과 빚진 돈을 보면 재정 상태를 단적으로 알 수 있는데 하남시는 계속 개발만 외치고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강성삼 의원도 "하남시 재정이 이미 구조적 적자 체계로 진입했음에도 2019년 이후 재정진단을 한 번도 하지 않았다"며 "통합재정수지 적자 확대('23년 –361→'24년 -698억원), 채무 급증, 재정자립도 하락, 순세계잉여금 급감 등 4대 지표가 모두 악화됐다"고 지적했다.

'1조 예산'이라는 겉모습과 달리, 기금 소진·채무 확대·자립도 하락이 동시에 진행되는 구조적 위기라는 게 시의회 다수 의원들의 공통된 진단이다.

■ 2024년 추경 '펌핑 후 다이어트'…2025년 본예산의 그림자
2025년 예산을 이해하려면 2024년 추경 레벨업 과정을 함께 봐야 한다. 2024년 제1회 추경에서 의회는 '미사호수공원 음악분수 교체(시설비)' 59억원 중 설계비 1억원만 반영하고 공사비는 보류하는 등 전시성 사업에 제동을 걸었다.

제2회 추경에서는 예산이 9533억원까지 늘어났고 제3회 추경에서 1조891억원으로 1조원대를 처음 넘어섰다. 이때 미사 3동 공공복합청사, 감일 복합커뮤니티센터, 공영차고지, 황토 산책길 등 각종 SOC 사업에 대규모 재원이 투입됐다. 

예결특위는 이 가운데 친환경 학교급식 지원 3600만원, 하남 지구단위계획 수립·변경용역비 5000만 원, 황토 산책길 조성 시설비 2억원 등을 삭감하며 총 3억5100만원을 깎았다.

즉, 2024년 추경으로 각종 개발·시설사업에 예산을 '팽창'시킨 뒤 올해 세수 감소·기금 고갈·채무 증가를 고려해 예산 총량을 다시 줄이는 구조다.

이 과정에서 복지·민생 성격의 예산은 최대한 방어하고 홍보성·전시성·효용이 불분명한 사업부터 손질했다는 점이 2025년 예산 심의의 특징이다.

■ 1조 예산의 '허와 실'
첫 1조 예산은 성과이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수도권 베드타운에서 자족도시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1조대 예산은 분명한 외형 성장이다. 하지만 그 성장은 부동산 호황기에 쌓아둔 기금과 채무 증가를 동반한 '빚의 성장'이라는 점이 문제다.

또 이 같은 의무지출을 감당하면서도 도시 확장에 필요한 교통·개발 인프라까지 동시에 풀로 가동하고 있다. 그 결과, 문화·환경·지역균형·도시재생 같은 상대적으로 '재량 여지가 있는' 분야의 선택 폭은 좁아질 수밖에 없다.

이에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기금 소진·채무 확대·추경 남발·개발사업 확대가 맞물렸는데도 이를 종합적으로 진단·조정하는 장치가 부재하다"며 "이는 '안정적 유지'라기보다 '위험요인을 안고 버티는 상태'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다만 지방재정 연구기관들은 이 같은 현상이 하남시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국 기초지자체의 공통된 위험 요인이라고 지적한다. 이유는 ▲사회복지 지출 증가 속도 ▲도시개발·SOC 투자 압박 ▲세입 기반 정체 등이다.

KILF 한국지방세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최근 몇 년간 지방자치단체의 사회복지 지출 증가율은 총지출 증가율을 상회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기타 정책 분야의 재량지출이 구조적으로 축소되고 있다.

한 지방재정 전문가는 "하남시는 복지·교통·개발이라는 세 가지 필수 축을 동시에 확대해야 하는 도시"라며 "문제는 세입 기반에 비해 속도가 너무 빠르면 통합재정수지 적자가 구조화되고 한 번 줄어든 재정자립도는 쉽게 회복되지 않는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 출처
• 하남시 '2025년 예산기준 재정공시'
• 시의회회의록
• KILF 한국지방세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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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수 기자

기업, 지자체 소식과 예산 결산 등 재무상태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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