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3일) 자로 트럼프발 상호관세가 발표되며 한국 경제가 위기에 놓였다. 미국을 상대로 로비를 벌일 한국 정부 자체가 부재한 상황에서 이대로 시행이 확정될 경우 불어닥칠 후폭풍은 두려움을 느낄 정도다.
더욱이 현대차는 지난달 24일 트럼프 면전에서 210억 달러(31조원) 투자 계획을 밝힌 바 있어 허탈함마저 든다. 당시 정의선 현대차 회장은 트럼프를 현대차 미국 공장에 초대하겠다고 했고 이에 트럼프는 “오케이”라고 화답하며 “현대차는 과세를 지불할 필요가 없다”고 한껏 추켜세웠다. 현대차로서는 '뒤통수'를 맞은 셈이다.
‘상호관세’란 그동안 미국이 수출 과정에서 겪은 장벽의 높이만큼 수입국 규모에 걸맞은 장벽으로 대응한다는 개념이었으나 현재 미국의 조치는 이와 아무런 관계가 없다. 어쩌면 ‘단순 무식’하다는 말이 어울릴 정도다.
이날 트럼프가 규정한 관세율은 모든 국가에 적용하는 보편관세 10%에 국가별로 최대 46%에 달한다. 최대는 베트남 46%이며 중국 34%, 대만 32%, 한국과 인도 26%, 일본 24%, EU 20% 순이다. 미국은 이들 국가를 ‘최악의 국가’라고 이름 지었다.
트럼프는 상대국이 미국에 부과하는 관세와 비관세 장벽 등을 고려해 각각 관세율을 산출했다지만 실제 계산법은 황당하다. 한국의 경우 작년 대미 수출액은 1315억 달러다. 수입액은 655억 달러로, 660억 달러 흑자다. 미국 입장에서는 660억 달러 적자다. 이에 미국은 적자 규모를 수입액(1315억 달러)으로 나눠 0.502, 즉 50.2%라는 수치를 산출했다.
트럼프는 한국이 미국에 50.2%의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고 계산했다. 이에 트럼프는 이를 절반씩 부담한다는 ‘통큰’ 상호관세에 따라 관세 26%(소수점 올림)를 매겼다. 산업 구조와 상품성 등을 모조리 무시한 이런 단순한 계산법은 세상 어디에도 없다.
그러면서 트럼프는 미국으로 들어오는 모든 자동차에 25% 관세를 매기겠다고 했다. 이 경우 상호관세는 적용하지 않는다. 31조원 투자 서명에 잉크도 마르지 않은 시기다. 그가 정 회장에게 공언한 ‘비과세’ 발언은 단지 ‘미국에서 생산하는 차’에 한한다는 의미였다. 즉 하나마나한 소리였다.
트럼프는 취임하자마자 무역 불균형을 언급하며 최대 무역 적자국인 중국보다는 캐나다와 멕시코부터 때렸다. ‘미국을 어렵게 한 건 동맹국과 이웃 국가’라는 지론에 따른 행위다. 그는 오늘도 “적국보다 동맹국이 더 나쁘다”고 외쳤다.

미국은 늘 이런 식이다.
상대가 몸을 낮출수록 공격의 고삐를 죈다. 지난달 일본의 이시바 시게루 총리 역시 미국에 1조 달러라는 천문학적 투자를 약속했지만 ‘관세 24%’의 답장을 받았을 뿐이다.
글로벌 움직임은?
트럼프의 요구는 간단하다. 모든 국가의 주요 산업은 생산기지를 미국에 둬야 한다는 것.
이렇게 되면 글로벌 국가들의 자국 산업은 황폐해진다. 우리나라도 삼성, 하이닉스, 현대차 등과 그 계열사가 미국으로 생산기지를 옮길 경우 미국은 풍요로워지겠지만 국내 산업 생태계는 무너진다.
이에 글로벌 주요 수출국들은 반트럼프 전선을 구축하는 듯하다. 캐나다와 멕시코는 물론 중국과 EU도 트럼프의 달러패권에 도전할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여기에 한국과 일본도 중국과 동조할 태세다. 특히 캐나다 트뤼도 총리는 “끊임없이 싸울 것”이라며 각오를 다지고 있다.
자유무역 시대는 끝난 셈이다.
한국의 경제지표 예상
KB증권은 이날 보고서를 내어 관세가 국내 수출 가격에 모두 전가되는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면, 수출량은 최대 7%, 성장률은 최대 0.4%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먼저 한국의 대미 수출 가격탄력성을 적용하고 인상된 관세가 수출 가격에 전가되면 상호관세 부과로 한국의 직접적인 대미 수출이 감소하면서 전체 수출 물량은 4%가량 줄어든다.
이때 국내 GDP에서 재화 순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약 6%임을 감안하면, 연간 성장률은 최대 0.23% 낮아진다. 이전에는 한국보다 미국의 다른 주요 교역 대상국들에 더 높은 관세가 매겨질 것으로 예상돼 상호관세 부과 후 미국의 수입이 한국산 제품으로 일부 대체되는 효과를 기대했지만 이제 물건너 갔다.
대중국 수출도 점차 감소할 전망이다. 중국에 이미 적용되고 있는 10%+10% 추가 관세에 상호관세 34%가 더 얹어지면서 중국의 대미 수출이 줄고 이에 따라 한국의 대중 수출도 더 감소한다는 분석이다.
이에 한국의 전체 수출 물량은 약 3% 추가 감소, 성장률을 0.18% 추가 하락한다. 따라서 직간접적인 두 영향을 함께 고려할 경우, 한국의 전체 수출량은 최대 7%, 성장률은 최대 0.4% 하락한다는 결론이다.
한국으로선 모든 수단을 동원해 관세 조정 협상을 벌여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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