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 유동성 ‘빨간불’···매출채권 미회수 최대 8.8조, PF 리스크도 확대

백도현 기자 / 2025-05-15 20:51:04
지방 미분양 장기화에 따른 공사대금 회수 지연···롯데·현대건설도 예외 아냐
PF보증 27.9조원 여전···위험등급 46%, '뇌관' 될까 촉각
BBB~A급 건설사, 유동성보다 익스포저 더 커···5개사 위험 수준 초과
국내 건설업계에 유동성 위기 경보가 장기화되고 있다. 특히 주택 및 분양 시장의 침체가 깊어지면서 건설사들의 돈줄이 마르고 있으며 이는 미수금 급증과 프로젝트파이낸싱(PF) 리스크 확대로 이어져 업계 전반의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사진은 기사와 관계 없음. (사진=픽사베이)

국내 건설업계에 유동성 위기 경보가 장기화되고 있다. 특히 주택 및 분양 시장의 침체가 깊어지면서 건설사들의 돈줄이 마르고 있으며 이는 미수금 급증과 프로젝트파이낸싱(PF) 리스크 확대로 이어져 업계 전반의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 멈추지 않는 분양 시장 침체···유동성 압박 가중

올해 들어서도 국내 주택 및 분양 시장의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 수도권과 지방의 양극화 기조가 뚜렷한 가운데, 특히 지방은 저조한 수요와 누적된 공급 과잉으로 반등의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그나마 상황이 나았던 서울 및 수도권마저 2024년 하반기 대출 규제와 내수 경기 둔화의 영향으로 수요가 꺾이는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2025년 분양 여건이 전반적으로 비우호적일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분양 시장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건설사들의 재무 부담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공사 원가 상승과 해외 사업 예정 원가 조정 등으로 수익성이 악화된 상황에서, 분양 대금 회수가 지연되며 매출채권 등 운전자금이 누적되고 있어서다. 

실제로 건설사들의 합산 매출채권은 2020년 말 대비 약 2배 수준으로 급증했으며, 이는 차입금 확대로 이어지는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건설사 합산 PF보증 규모 또한 2024년 말 기준 27.9조원으로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그래픽=한국신용평가

■ 미수금 폭탄, 분양 부진 직격탄···회수 불가능성 '주의보'

2021년 이후 매출채권이 가파르게 증가한 배경에는 ▲준공 임박 물량 집중 ▲공사비 상승 ▲장기화된 분양 경기 부진 등 세 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분양 수입금을 기반으로 공사대금을 회수하는 주택 사업의 특성상, 분양 실적이 저조한 현장이 늘어나면서 대금 회수 지연이 심화되고 있다. 분양 일정을 연기하거나 후분양으로 전환하는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더욱 우려스러운 점은 '준공 후 미분양' 증가세다. 전국 미분양 주택 수가 7만호 내외를 유지하는 가운데, 준공 후 미분양은 2025년 2월 말 기준 약 2.4만호로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공사 물량 집중이나 단가 상승으로 인한 미수금은 입주 시 회수될 가능성이 높지만, 분양 부진으로 누적된 미수금은 향후 미분양이 해소되지 않을 경우 손실로 이어질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신용평가사들의 분석에 따르면, 준공 후 단기간 내 회수가 어려울 것으로 추정되는 미수금 익스포저(위험 노출액)는 5.1조원에서 8.8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분석 대상 건설사들의 합산 자기자본 대비 최대 21.8%에 이르는 규모다. 

만약 해당 익스포저의 절반이 손실로 반영될 경우, 건설사 합산 부채 비율은 2024년 말 123.4%에서 최대 138.5%까지 상승할 수 있다. 일부 건설사는 미수금 익스포저가 보유 유동성 수준을 크게 상회하고 있어, 자체적인 자금 조달 능력 확충이 시급한 상황이다.

■ 꺼지지 않는 PF 리스크···장기 미착공 현장 '주시'

건설사들의 PF보증 규모는 계속 늘고 있으며, 특히 지방 분양 시장 침체와 장기 미착공 현장의 PF 전환 지연 등으로 PF 리스크는 여전히 해소되지 못하고 있다. 2024년 말 기준 등급 보유 건설사의 PF보증 27.9조원 중 약 46%인 12.7조원이 '위험 수준 높음' 이상으로 분류됐다. 

장기간 착공되지 못한 브릿지론이나 착공 후 분양률이 저조한 비주택 현장을 중심으로 PF 우발 채무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된다.

국내 주요 건설사들의 상황도 녹록지 않다. 

현대건설(AA-)은 가장 큰 규모의 PF 보증(5.6조원)을 보유하고 있지만, 전체 1위를 기록했으며 이 중 1.7조원은 미착공 사업장이다. 다만 미착공 PF 현장의 대부분이 서울에 위치해 상대적으로 입지 위험은 낮다. 하지만 전체 보증 규모가 크고 오피스텔·지식산업센터 등 수요 둔화 업종에 집중돼 분양률 악화 시 리스크 현실화 가능성이 있다.

롯데건설(A+)은 PF보증 규모를 5.7조원에서 3.2조원으로 줄였지만, 여전히 홈플러스 점포 개발 관련 PF보증만 0.6조원, 수도권 외곽 미착공 PF 0.9조원을 포함해 위험 사업장이 절반에 달한다. 특히, 광주·서초·의정부 등 일부 현장은 분양률이 25~50%에 불과해 공사대금 회수 지연 우려가 크다.

그래픽=한국신용평가

■ 중소 넘어 중견까지···유동성 확보 역량 '주목'

올초부터 다수의 중소 건설사가 기업회생을 신청하는 등 건설업 전반의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비우호적인 외부 여건에서 중소 건설사의 부실화는 일정 부분 불가피하다는 분석도 나오지만, 지방 건설사 위주의 신용 위험이 전국 기반 상위권 건설사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상황은 심상치 않다. 일부 중견 건설사 역시 자금 조달의 한계와 유동성 부담으로 재무적 리스크가 커지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신용평가사들은 부정적인 경기 상황과 금융 시장 변동성에 민감하게 노출된 BBB-에서 A- 등급 건설사를 중심으로, 외부 환경에 대응할 수 있는 재무 능력을 보유하고 있는지 집중적으로 검토할 예정이다. 

과거 대비 차입금 및 PF 우발 채무 부담이 커지고 유동성 대응력이 떨어진 건설사들의 경우, 자산 매각이나 보수적인 사업 추진을 통한 유동성 확보 및 재무 부담 완화가 신용도 유지의 핵심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대기업 계열 건설사는 그룹의 직·간접적인 지원 가능성 여부도 중요한 평가 요소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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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도현 기자

기업, 지자체 소식과 예산 결산 등 재무상태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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