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분석] "성장판 닫힌 한국경제"⸱⸱⸱0%대 성장 쇼크, 장기 불황의 서막인가

김지수 기자 / 2025-02-03 20:32:04
2024년 4분기 한국 경제가 성장률 0.1%라는 충격적인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연간 성장률 역시 2.0%에 턱걸이하며 한국은행의 전망치를 밑돌았다. 내수와 건설 경기의 동반 부진에 더해 정치적 불확실성까지 겹치며 경제 주체들의 심리가 얼어붙은 탓이다. 올해 전망마저 1%대 중반으로 하향 조정되는 등 ‘저성장 고착화’의 두려움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일러스트=AI)

[예결신문=김지수 기자] 2024년 4분기 한국 경제가 성장률 0.1%라는 충격적인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연간 성장률 역시 2.0%에 턱걸이하며 한국은행의 전망치를 밑돌았다. 내수와 건설 경기의 동반 부진에 더해 정치적 불확실성까지 겹치며 경제 주체들의 심리가 얼어붙은 탓이다. 올해 전망마저 1%대 중반으로 하향 조정되는 등 ‘저성장 고착화’의 두려움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 소비·건설 '이중고'에 멈춰 선 성장 엔진
3일 금융투자업계와 한국은행 등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전기 대비 0.1%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1.2%)와 비교하면 성장 동력이 급격히 식었음을 알 수 있다. 이로써 2024년 연간 성장률은 2.0%를 기록, 당초 기대했던 '상저하고'의 반등은 실현되지 못했다.

성장률 둔화의 주원인은 내수 부진의 심화다. 지난해 12월 초 발생한 내란 사태 등 정치적 불확실성은 소비 심리에 찬물을 끼얹었다. 실제로 내수 부문의 성장 기여도는 3분기 0.8%포인트에서 4분기 0.0%포인트로 급락했다. 사실상 내수가 성장에 전혀 기여하지 못한 셈이다. 만약 순수출이 0.1%포인트라도 기여하지 않았다면 한국 경제는 역성장의 늪에 빠질 뻔했다.

민간 소비의 위축세도 뚜렷하다. 고금리 장기화에 따른 피로감과 고용 시장의 냉각이 맞물리며 민간 소비의 성장 기여도는 3분기 0.3%포인트에서 4분기 0.1%포인트로 쪼그라들었다. 취업자 수가 감소세로 돌아서는 등 ‘고용 절벽’이 가시화되면서 가계의 지갑이 닫혔고, 이러한 소비 둔화 흐름은 올해 1분기까지 이어질 공산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건설 경기는 여전히 한국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 건설투자의 성장 기여도는 3분기에 이어 4분기에도 -0.5%포인트에 머물렀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우려와 착공 물량 감소 등이 겹치며 건설업계의 침체가 내수 전반의 활력을 떨어뜨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 '수출 외끌이'의 한계⸱⸱⸱트럼프 2기 리스크까지 '첩첩산중'
그나마 경제를 지탱하던 수출마저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4분기 순수출 기여도가 플러스(0.1%포인트)로 전환하며 간신히 역성장을 막았지만, 올해 상반기 전망은 불투명하다.

가장 큰 변수는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출범이다. 미국 보호무역주의 강화와 관세 정책 변화는 대미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 직격탄이 될 수 있다. 관세 정책이 예상보다 유연하게 추진된다 하더라도 정책 불확실성 자체가 기업들의 투자를 위축시키고 수출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어서다.

설비투자 역시 불안하다. 4분기 설비투자 증가율은 전기 대비 1.6%로 양호한 흐름을 보였으나, 글로벌 경기 둔화와 국내 정치적 불안정이 지속되면서 올해 상반기에는 투자 심리가 급격히 냉각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특히 미래 성장 잠재력을 가늠하는 무형자산(지식재산생산물) 투자의 부진은 뼈아픈 대목이다. 글로벌 기술 혁신 사이클이 가속화되는 상황에서 지난해 한국의 지식재산생산물 투자 증가율은 0.7%에 그쳤다. 이는 한국 기업들이 미래 먹거리 발굴과 기술 혁신에 소극적이었음을 의미하며 중장기적인 성장 동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 올해 성장률 1.5% 전망⸱⸱⸱"금리 인하·추경 등 '부양 카드' 꺼내야"
주요 경제 분석 기관들은 올해 한국의 GDP 성장률 전망치를 잇따라 하향 조정하고 있다. 내수 부진이 장기화되는 가운데 수출 모멘텀마저 약화될 경우 1.5% 달성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비관론까지 나온다. 트럼프 리스크 등 대외 충격이 현실화되면 추가적인 성장률 둔화도 배제할 수 없다.

전문가들은 한국 경제가 자생적인 성장 동력을 잃어가고 있다고 진단한다. 대외 의존적인 수출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 내수를 살릴 수 있는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통화 및 재정 정책의 적극적인 역할론이 대두되고 있다. 한국은행의 과감한 금리 인하를 통해 가계와 기업의 금융 비용 부담을 덜어주고, 정부는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을 통해 마중물을 부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강병구 인하대 경제학과 교수는 "금리 인하 효과가 실물경제에 반영되기까지 시차가 있는 만큼, 통화 정책만으로는 얼어붙은 내수를 살리는 데 한계가 있다"며 "정부가 그간의 소극적인 기조에서 벗어나 적극적인 재정 정책으로 전환해 내수 활성화의 마중물을 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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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지자체 소식과 예산 결산 등 재무상태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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