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캐즘에 발목, 고정비에 발등⸱⸱⸱영업이익률 1.3% '초라한 성적표'
빚 갚는데만 4년?⸱⸱⸱재무 경고등 '여전'
[예결신문=김지수 기자] 국내 1위 공조 시스템 기업 한온시스템이 창사 이래 최대 매출인 '10조 클럽' 가입에도 불구하고 웃지 못했다. 오히려 3000억원이 넘는 대규모 순손실을 기록하며 '외화내빈' 신세로 전락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지난해 말 최대주주로 올라선 한국타이어가 6000억원이라는 막대한 자금을 수혈했음에도, 눈덩이처럼 불어난 재무 부담과 전기차 캐즘(Chasm·일시적 수요 정체)의 파고를 넘기에는 역부족이었다는 지적이다.
■ 영업이익률 1.3% 충격⸱⸱⸱"물건 팔아 이자도 못 내"
20일 금융감독원 공시와 예결신문 분석을 종합하면 한온시스템의 지난해 성적표는 그야말로 '어닝 쇼크'다. 매출액은 10조129억원으로 전년(9조5593억원) 대비 소폭 증가하며 외형 성장은 이뤄냈다. 하지만 내실은 처참하다.
영업이익은 1343억원으로 전년 대비 반토막(-52.6%) 났고, 영업이익률은 1.3%에 그쳤다. 더 심각한 것은 순손익으로, 당기순손실 3344억원을 기록하며 적자로 전환했다.
적자의 주원인은 4분기에 집중된 '일회성 비용 폭탄'이다. 회사 측은 인력 효율화를 위한 구조조정 비용 등으로 약 1260억원을 썼다고 밝혔다. 여기에 고객사의 전기차 프로젝트 취소 및 지연으로 인해 발생한 자산 손상차손이 1301억원에 달했다. 미래 수익을 기대하고 투자했던 설비들이 가동조차 제대로 못 해보고 장부상 손실로 털어내야 했던 셈이다.
■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한국타이어 6천억 수혈 효과 '미미'
심각한 우려는 단순한 실적 부진을 넘어 '재무 건전성'으로 향한다. 한온시스템은 지난해 12월 한국타이어를 대상으로 한 유상증자를 통해 6000억원의 현금을 확보했다. 시장에서는 이 자금이 급한 불을 끄는 소방수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효과는 미미했다. 2023년 말 3조3553억원이었던 순차입금 규모는 지난해 말 3조2113억원으로, 불과 1400억원가량 줄어드는 데 그쳤다. 유입된 6000억원 중 상당 부분이 운영 자금이나 기존 부채의 이자 비용, 그리고 4분기 대규모 적자를 메우는 데 소진된 것으로 분석된다.
재무지표 경고등도 여전히 켜져 있다. 신용평가 업계에서 등급 하향 트리거로 꼽는 ‘순차입금/(EBITDA-배당금지급액)’ 지표는 2022년 이후 위험 수위인 '4배 이상'을 지속하고 있다. 벌어들인 돈(EBITDA)에서 배당금을 주고 나면 빚(순차입금)을 갚는 데 4년 이상이 걸린다는 의미로, 사실상 자체적인 상환 능력이 현저히 떨어졌다는 것을 방증한다.
■ 전기차 올인 전략의 배신⸱⸱⸱고정비의 덫
한온시스템 위기의 근본 원인은 '전기차 올인' 전략과 시장 상황의 불일치에 있다. 회사는 그동안 친환경차 공조 부품 시장 선점을 위해 R&D(연구개발) 비용을 대폭 늘리고 e-컴프레셔 등 전동화 부품 생산 설비를 공격적으로 확장해 왔다.
문제는 전기차 시장의 성장이 예상보다 훨씬 더디다는 점이다. 내연기관차보다 비싼 가격과 충전 인프라 부족, 화재 이슈 등으로 전기차 대중화가 지연되면서 미리 지어놓은 공장의 가동률이 올라오지 않고 있다. 매출은 제자리걸음인데 감가상각비와 인건비 등 고정비 부담만 가중되는 '고비용 저효율' 구조가 고착화된 것이다.
■ '한국타이어'라는 동아줄, 시너지일까 짐일까
유일한 희망은 새 주인이 된 한국타이어와의 시너지다. 한국타이어는 업계 최고 수준의 수익성과 탄탄한 현금 창출력을 보유하고 있다. 모회사의 지원 여력이 강화된 만큼, 한온시스템의 신용도 방어에는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또한 한국타이어의 글로벌 영업망을 활용한 고객사 다변화도 기대해 볼 수 있는 대목이다.
하지만 한국타이어 입장에서도 한온시스템은 무거운 짐이다. 인수 직후부터 대규모 적자가 발생했고 당분간 배당 수익을 기대하기도 힘든 상황이다. 자칫 모회사의 건전성까지 위협하는 '승자의 저주'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한온시스템은 2025년을 '비상 경영'의 해로 삼아야 할 처지다. 전기차 수요가 언제 다시 폭발적으로 늘어날지 모르는 불확실성 속에서 막연히 시장 회복만 기다릴 수는 없다.
결국 해법은 철저한 '내실 다지기'다. 무리한 외형 확장보다는 수익성 위주의 수주 전략으로 선회하고 가동률이 낮은 유휴 자산을 과감히 정리해 고정비를 낮춰야 한다. 또한, 1조원이 넘는 이자 발생 부채를 줄이기 위해 자산 유동화 등 추가적인 자구책 마련도 시급하다.
전문가들은 이번 실적 쇼크를 '예고된 성장통'으로 진단하며, 한국타이어의 경영 능력이 시험대에 올랐다고 입을 모았다.
홍석준 한국신용평가 실장은 "한국타이어의 유상증자 참여로 6000억원의 자본이 확충되면서 부채비율이 일시적으로 개선된 것은 사실이지만 10조원이 넘는 매출에 비해 1%대의 저조한 영업이익률로는 연간 수천억 원에 달하는 이자 비용과 투자비를 감당하기 버거운 구조"라며 "자체적인 현금 창출력이 회복되지 않는다면 현재의 신용등급(AA-)을 유지하는 데 상당한 하방 압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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