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6% 룰' 적용과 전세 사기 우려에 임차인 기피, 임대인은 수익성 좇아 월세 선호
공사비 갈등에 정비사업 '멈춤'·3기 신도시 지연···공급 병목에 수급 불균형 심화
[예결신문=김민준 기자] 수도권 임대차 시장의 무게추가 전세에서 월세로 빠르게 옮겨가고 있다. 전세 사기 여파와 대출 규제 강화로 전세에 대한 신뢰와 접근성이 떨어진 반면, 임대인들은 수익성을 좇아 월세를 선호하면서 수급 불균형이 심화되는 양상이다. 여기에 정비사업 지연과 3기 신도시 입주 연기 등 공급 측면의 병목 현상까지 겹치며 서민들의 주거비 부담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 월세 가격지수 상승률 매매⸱전세 추월
8일 KB부동산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월세가격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11% 상승했다. 같은 기간 매매가격 지수가 7.8%, 전세가격 지수가 3.6% 오른 것과 비교하면 월세의 상승 폭이 압도적이다.
경기도 역시 월세가격지수가 8% 오르며 매매(0.4%)와 전세(2.4%) 상승률을 크게 웃돌았다. 비아파트 시장도 상황은 비슷하다. 서울과 인천의 연립⸱다세대 월세 지수 상승률은 2015년 통계 작성 이래 최대치를 기록하고 있다.
현장에서는 전세 매물 부족이 가격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서울 전세 매물은 지난달 기준 2만3000호로 연초보다 27% 감소했고, 경기도 역시 2만2000호로 29% 줄었다. 서울의 전세수급지수는 152포인트를 기록하며 2021년과 2022년의 가격 급등기에 근접했다.
송파구 헬리오시티(84㎡)와 마포구 래미안푸르지오(84㎡) 등 주요 대단지의 월세 시세는 보증금 규모에 따라 월 300만원에서 350만원대에 형성돼 있다.
■ 전세 사기 여파, 대출 규제 강화에 따른 월세 선호 현상
전체 임대차 계약 중 월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올해 56.5%에 달한다. 2020년 38.9%였던 것과 비교하면 5년 사이 17.6%포인트 급등했다. 임대차 2법 시행으로 전세보증금 인상이 제한된 데다 전세 사기 사건이 잇따르며 세입자들이 거액의 보증금을 맡기는 전세 방식을 기피하게 된 영향이 크다.
금융권의 규제 강화도 월세화를 가속화하는 요인이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등 보증기관은 전세보증보험 가입 요건을 공시가격의 126% 이내로 제한하는 '126% 룰'을 적용하고 있다. 예컨대 공시가격 5억원 주택의 경우 보증 가능한 전세금 한도가 과거보다 5000만원에서 1억원가량 축소된다. 이로 인해 임차인들은 부족한 전세금을 월세로 전환하거나 아예 처음부터 월세 계약을 맺는 사례가 늘고 있다.
■ 공사비 급등과 3기 신도시 지연으로 인한 공급 공백 우려
공급망의 구조적 결함은 장기적인 불안 요소다. 서울 신규 주택 공급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은 공사비 갈등으로 멈췄다. 지난해 서울 정비사업 평당 공사비는 843만원으로 2021년 대비 48% 올랐으며, 최근에는 1100만원 이상을 요구하는 시공사도 등장했다. 조합과 시공사 간의 분담금 분쟁이 길어지면서 입주 예정 물량은 계속해서 뒤로 밀리는 형국이다.
정부가 추진 중인 3기 신도시 역시 토지 보상 지연으로 첫 입주 시기가 불투명하다. 인천 계양 등 일부 지역을 제외한 약 4만8000호 물량은 2030년 이후에나 공급될 전망이다. 서울의 주택보급률이 93.6%로 전국 평균(102.5%)에 못 미치는 상황에서 정비사업과 신도시 공급이 동시에 정체되자 시장의 수급 불균형은 임대료 상승이라는 결과로 나타나고 있다.
■ 서울 인구 순유출에도 '잠재 수요' 여전
서울 인구는 2019년 1001만명→2025년 6월 960만명(-41.5만명)으로 감소했으나, 경기도는 54만명 증가했다. 높은 주거비로 외곽 이주가 진행된 결과다. 다만 양질의 주택이 제한된 핵심지 선호가 지속되며 수요의 탄력성은 유지되고 있다. 자치구별로 강동(+6.2만), 강남(+1.2만) 증가가 관찰되는 반면 노원(-4.5만), 강서(-4.0만), 도봉(-3.1만) 등에서 감소 폭이 컸다.
이를 종합하면 전세 사기⸱대출 규제 강화 → 전세 신뢰 하락, 정비사업 지연⸱공사비 급등⸱신도시 지연 → 공급 병목, 전세 매물 축소⸱월세 수요 집중 → 월세 상승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다.
광수네복덕방 이광수 대표는 "금리 인하 기조가 가시화되면 월세 부담을 느끼는 수요자들이 매매로 전환될 가능성이 크다"며 "이는 집값 상승의 또 다른 도화선이 될 수 있으므로, 단순한 대출 규제를 넘어 인허가 간소화와 공사비 현실화 등 실질적인 공급 대책이 병행되어야 시장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예결신문 / 김민준 기자 livekmi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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