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결신문=김지수⸱백도현 기자] 경기도 용인시가 'K-반도체 메가 클러스터' 건설 속도전 방침 아래 내년 예산안에 사상 최대 규모의 선행 인프라 구축 예산을 편성했다. 전력 공급 리스크 '경고등'이 켜상 가운데 시는 내년 반도체 관련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을 5100억원으로 올렸다. 이는 올해 대비 25% 급증한 규모다.
정부의 'K-칩스 전략'의 핵심 축으로서 대규모 투자는 필수적이나, 올해 지방채 발행 규모가 총 1500억원이나 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재정 구조의 관리가 필요한 시점이다. 지방채는 인덕원선 흥덕역 신설 부담금(399억원)을 포함한 순증액으로, 시가 '채무 제로'를 선언한 지 8년 만에 재정 투자 사업을 위해 대규모로 빚을 내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빚을 내어 미래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철저한 감시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예결신문은 시의 공격적인 예산 편성 이면에 숨겨진 복합적 재정 리스크를 분석하고, 클러스터 완공 전까지 시가 감당해야 할 재정 안정성 확보 과제를 심층 조명한다.
■ 반도체 선행 투자 5100억 원의 재원 구조 분석
15일 2026년 용인시 예산안에 따르면, 반도체 클러스터 주변 도로망 확충, 용수 공급 시설, 전력 인프라 건설 등 선행 인프라 구축 시예산은 총 5100억 원으로, 이는 시 전체 SOC 예산의 60%를 차지하는 압도적인 비중이다. 이 5100억원은 국비(약 1300억원)와 도비(약 1000억원)를 포함한 것으로, 시 부담분은 2800억원이다.
지난달 열린 용인시의회 회의록 등에 따르면 올해 순증한 1500억원의 채권은 흥덕역 신설 부담금 외에 주로 클러스터 토지 보상 선지급 및 기타 선행 인프라에 투입된 것으로 확인된다. 이는 단일 사업이 아닌,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의 전방위적인 재정 압박이 크다는 점을 시사한다.
이처럼 시비 부담이 막대한 동일 항목의 2025년 예산 집행률은 9월 말 기준 65%에 머물렀다. 집행이 지연되는 주된 이유는 대규모 산업단지 조성에 필수적인 토지 보상 협의 지연 때문이다. 보상비는 예산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며 협의가 늦어지면 예산이 다음 연도로 자동 이월되는 문제가 발생한다.
다시 말해 대규모 산업단지 조성을 전담하는 용인도시공사가 토지 매입을 위한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그 부담이 시에 전이되는 구조가 심화한다는 의미다. 시가 빚을 내어 공기업의 사업 지연 리스크를 흡수하는 셈이다.
감사원 '대형 공공사업 재정 관리 실태조사'(7.20)에서는 "지자체가 추진하는 대형 SOC 사업의 이월·불용액 사유 중 70% 이상이 공기업의 '사업 협의 및 토지 매입 지연'에서 비롯된다"고 지적했다. 용인시 경우에도 도시공사가 대규모 토지 보상비를 적기에 마련하지 못하면 시는 사업 중단 압박을 피하기 위해 지방채를 발행해 도시공사에 자금을 지원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
이는 결국 클러스터의 성공 여부에 따라 시민들이 지방채 상환의 직접적인 부담을 짊어지게 될 수 있다.
■ '세수 기대'가 아닌 '채무 관리' 중심의 예산 운용 필요
일각에서는 반도체 클러스터의 성공을 위해 시의 공격적인 인프라 투자가 필수적임은 인정하면서도 현재의 재정 운용 방식은 '미래의 막연한 세수 기대'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건 아닌지 우려한다.
한 지방재정 전문가는 "용인시의 지방채 발행 목적은 분명하나, 지방채 상환을 위한 구체적인 세입 확보 계획이 뒤따라야 한다"며 "반도체 기업 유치에 따른 특정 지역 개발 이익(개발 부담금, 지방세)을 지방채 상환에 최우선적으로 연동시키는 제도적 장치가 없다면 일반 회계 예산이 상환에 전용되면서 기존 복지나 교육 예산이 희생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방채 및 도시공사 채무를 조기 상환할 수 있는 전용 재원을 확보를 위해 '반도체 클러스터 특별회계' 도입이 필요하다"며 "이 특별회계는 클러스터 내에서 발생하는 각종 수수료, 개발 부담금, 향후 5년간의 지방세 증액분 일부를 의무적으로 적립해 재정 투명성과 안정성을 확보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고 했다.
또한, "시의회는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의 지적처럼 '예산 증액 중심의 홍보가 아니라 실질적인 집행 투명성을 확보했는지'를 집중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며 "시의회는 토지 보상 및 사업 협약 지연 현황을 월별로 공시하도록 의무화해 시민들이 직접 예산 집행의 속도를 감시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간단 요약
• 예산 증액과 지방채 리스크: 용인시는 2026년 반도체 SOC 예산 5100억원 중 순수 시비 부담분 2800억원을 조달하기 위해 2025년 한 해 총 1500억원의 지방채를 순발행.
• 집행 부진 원인: 2025년 예산 집행률 65%의 주원인은 토지 보상 지연. 인덕원선 부담금(399억원) 포함 총 1500억원 지방채는 도시공사의 리스크를 시 재정으로 전이시키는 구조적 문제를 야기.
• 개선 방향: 지방채 조기 상환을 위한 '반도체 특별회계' 신설하고 시의회가 사업 지연 현황을 실시간 공시해 예산 집행의 투명성과 속도를 확보.
■ 출처
• 시 2026년도 예산안 편성 자료(9월)
• 시의회 회의록(9월)
• 감사원 '대형 공공사업 재정 관리 실태조사(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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