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결신문=신세린 기자] 미·중 갈등의 장기화 속에 세계 무역지도가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올 9월 중국의 수출은 전년 대비 8.3% 증가, 수입은 7.4% 증가하며 예상치를 웃돌았다. 그러나 이 같은 회복 기조에는 한국이 맞닥뜨릴 새로운 경고가 숨어 있다.
한국은 미국 중심의 기술동맹과 중국 중심의 제조 허브 양축에서 벗어나 이제 아프리카·라틴아메리카·동남아 등 '신(新) 글로벌 지대'에서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 중국 수출 회복, '질적 전환' 시작됐다
14일 중국 해관총서 자료에 따르면 올 9월 중국은 기계·전기제품(비중 60.5%) 수출이 전년 동기 대비 9.6% 증가하며 전체 성장을 견인했다.
특히 산업용 로봇(+54.9%), 풍력 터빈(+23.9%), 배터리·전기차 부품(+18.2%) 등이 크게 늘었다. 이는 단기 반등이 아닌 '중국 제조의 첨단화⸱고도화'를 의미하는 것으로, 한국에는 위협적인 상황이다. 즉, 지금까지 한국이 공급하던 핵심 부품·소재를 중국이 자체 기술로 대체할 가능성이 현실로 다가온 셈이다.
■ '脫미국' 가속과 중국의 신무역축
9월 미·중 교역량은 전년 대비 27% 급감, 미국의 대중 수출 비중은 2018년 19.2%에서 지난달 10%대로 떨어졌다.
반면, 중국은 일대일로(BRI) 참여국과의 교역이 전체의 51.7%로 확대됐고, 아프리카 수출은 9월 한 달에만 +56.4%, 누적 기준 +27.9%로 폭증했다. 중국의 무역축이 '미국→BRI권'으로 완전히 이동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한국의 선택지는 '간접 공급망(Indirect Supply Chain)'이다. 중국이 아프리카·중남미에 수출하는 기계·설비에 들어가는 고성능 부품·정밀 소재·핵심 중간재를 한국이 공급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중국의 아프리카 풍력발전 프로젝트에 쓰이는 인버터·볼트·고강도 레진, 중남미 전력 인프라에 들어가는 전력제어 장비 등은 여전히 한국이 경쟁력을 가진 영역이다. 이는 단순한 '우회 수출'이 아닌 한국형 신 공급망 외교의 실험장이 될 수 있다.
■ 中, '국산화' 압박 속 한국 산업의 투자 포트폴리오 전환
중국은 미국의 기술제재에 대응해 자급률 제고를 국가전략으로 추진 중이다. 중국 증시에서는 국산화 관련 종목이 급등하고 반도체·소재·장비의 'Made in China' 정책이 강화되고 있다.
이 변화는 한국 기업에게 두 가지 전략 전환을 요구한다.
먼저 '기술 초격차 확보'다. EUV 기반 첨단 반도체, 고성능 메모리, 정밀 장비 등 중국이 단기간에 따라올 수 없는 기술군에 연구개발이 필수다.
현재 중국의 첨단기술 제품 수출이 전년 대비 8.1~22.4% 증가했지만, 그중 EUV 공정·고내열 소재·정밀 제어 분야는 한국 기술의 대체 불가능 구역으로 남아 있다.
다음으로 생산·공급망 다변화다. 미·중 갈등이 상수가 된 만큼 핵심 중간재의 중국 의존도를 낮추고 베트남·인도네시아·인도·멕시코 등으로 생산 거점을 분산해야 한다. 실제로 아세안과의 교역 증가율은 +9.6%, 라틴아메리카는 +3.9%로 확장세다.
한국은 이 지역의 자유무역협정(FTA)·조달시장 진입을 활용해 '제3지대 내 수출 허브'를 확보할 필요가 있다.
■ 한국의 과제 'K-공급망 외교'의 실행 전략
산업연구원(KIET) 관계자는 "중국의 수출 선방은 위기이자 기회"라고 평가했다. 한국이 미국의 기술동맹에만 의존하거나 중국의 OEM 구조에 머문다면 기술은 묶이고 시장은 잃는 이중손실을 맞을 수 있다. 이제는 제3지대에서 'K-공급망 외교'를 본격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음은 향후 12개월간 측정 가능한 실행형 핵심성과 지표(KPI)다.

산업연구원(KIET) 관계자는 "중국의 회복세는 한국 기업에 단기적 수주 기회로 보이지만, 중장기적으로는 ‘내재화된 중국 공급망’이 한국을 밀어내는 구조로 바뀔 수 있다"며 "한국은 제3지대에서 부품·소재를 '브릿지 역할'로 재정의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또 "아프리카와 중남미는 향후 10년간 전력·통신·교통 인프라 투자가 연평균 8% 이상 성장할 시장"이라며 "한국 중간재의 현지 조달 비중을 높이면 수출뿐 아니라 금융·건설·서비스까지 파급 효과가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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