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미칼 '중국발 공급과잉'·태양광 '재고 누적'에 발목⸱⸱⸱영업적자 지속 우려
'트럼프 2.0' 정책 리스크까지 겹쳐⸱⸱⸱IRA 축소 시 보조금 혜택 축소 불가피
[예결신문=김용대 위원] 국내 태양광 산업의 '맏형' 한화솔루션에 신용등급 강등이라는 경고등이 켜졌다. 주력인 케미칼 부문의 부진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미래 성장 동력으로 낙점하고 천문학적인 자금을 쏟아부은 태양광 사업마저 '트럼프 리스크'와 '재고 누적'이라는 이중고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공격적인 투자로 인해 재무 부담은 눈덩이처럼 불어났지만, 이를 만회할 수익성은 뒷걸음질 치고 있다는 냉정한 평가가 나왔다.
■ 한기평, 등급 전망 '부정적' 하향…"단기간 내 회복 어렵다"
16일 신용평가업계에 따르면 한국기업평가(KR)는 한화솔루션의 무보증사채 등급 전망을 기존 'AA-(안정적)'에서 'AA-(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부정적' 등급 전망은 당장 신용등급을 내리지는 않지만, 향후 1~2년 내에 재무 상태나 실적이 개선되지 않을 경우 등급을 강등하겠다는 예비 신호다.
이번 하향 조정의 배경에는 ▲주력 사업의 동반 실적 부진 ▲대규모 투자에 따른 재무안정성 저하 ▲미국 태양광 업황 회복 지연 및 케미칼 부진 지속 전망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한기평 측은 "단기간 내에 기존 신용등급(AA-)에 부합하는 재무안정성을 회복하기 어려울 것으로 판단된다"며 등급 전망 하향 이유를 명확히 했다.
한화솔루션의 위기는 실적 지표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올해 3분기까지 주력 사업인 케미칼과 신재생에너지 부문이 나란히 부진의 늪에 빠지며 영업적자가 지속되고 있다.
우선 캐시카우 역할을 하던 케미칼 부문은 중국의 경기 침체와 공급 과잉이라는 구조적 악재를 만났다. 중국 기업들이 내수 부진을 타개하기 위해 물량을 쏟아내면서 주요 제품의 마진이 급락했고, 여기에 해상 운임 상승까지 겹치며 수익성이 곤두박질쳤다. 그 결과 올 3분기 누적 기준 케미칼 부문은 적자 전환하며 체면을 구겼다.
미래 먹거리인 신재생에너지 부문도 상황은 녹록지 않다. 미국 정부가 중국산 모듈에 대한 관세 장벽을 높이며 동남아 우회 수입 물량을 차단했지만, 북미 지역 내에 이미 쌓여 있는 중국산 모듈 재고가 좀처럼 해소되지 않고 있다.
3분기 말 기준 미국 내 태양광 모듈 재고는 약 46GW(기가와트)로 추산된다. 이는 미국의 연간 신규 태양광 설치 수요를 웃도는 막대한 양이다. 공급이 수요를 압도하는 상황에서 판가 하락 압력이 지속됐고, 이는 상반기에 이어 3분기에도 영업적자 기조가 이어지는 원인이 됐다.
그나마 신재생 개발자산 매각 및 EPC(설계·조달·시공) 부문이 3분기에 흑자 전환하며 숨통을 트여줬지만, 일부 프로젝트 매각이 지연되면서 전체 실적을 반등시키기에는 역부족이었다.
■ 빚더미 앉은 재무구조…순차입금 10.7조 '빨간불'
수익성은 악화됐는데 돈 쓸 곳은 많았다. 한화솔루션은 미국 내 최대 규모의 태양광 통합 생산 단지인 '솔라 허브' 구축을 위해 수조 원 단위의 투자를 집행하고 있다. 벌어들이는 돈(영업현금흐름)이 줄어든 상황에서 투자를 지속하다 보니 빚이 급증하는 악순환에 빠졌다.
한화솔루션의 연결 기준(비금융) 3분기 말 순차입금은 10조7000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말 대비 3조2000억원이나 급증한 수치다.
재무 건전성을 나타내는 핵심 지표들도 일제히 악화됐다. 기업의 채무상환 능력을 보여주는 '순차입금/EBITDA(상각 전 영업이익)' 지표는 지난해 5.9배에서 올 3분기 누적 기준 58.8배로 치솟았다. 1년 동안 번 돈을 한 푼도 안 쓰고 빚 갚는 데만 써도 58년이 걸린다는 의미다. 차입금의존도 역시 지난해 말 41.3%에서 3분기 말 46.9%로 상승하며 위험 수위를 넘나들고 있다.
■ '트럼프 2.0' 암초…정책 리스크에 불확실성 증폭
문제는 더 있다. 중단기적 전망 역시 '시계제로' 상태다. 케미칼 부문은 중국의 자급률 상승을 위한 증설 계획과 글로벌 수요 저성장 기조를 고려할 때 단기간 내 드라마틱한 반등을 기대하기 힘들다.
믿을 구석이었던 태양광마저 트럼프 재집권이라는 초대형 변수를 만났다. 신재생에너지 부문은 중국산 모듈 재고 소진과 미국 카터스빌 공장 완공, AI 데이터센터발 전력 수요 증가 등으로 내년 실적 턴어라운드 기대감이 있었다. 하지만 화석연료 부활을 외치는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할 경우 상황은 달라진다.
트럼프 당선인은 선거 기간 내내 IRA(인플레이션 감축법) 폐기 혹은 축소를 공언해왔다. 만약 IRA에 따른 세액공제 혜택이 축소되거나 태양광 관련 지원책이 철회될 경우, 한화솔루션이 기대했던 보조금 수익은 대폭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는 태양광 업황 회복 속도를 늦추고, 한화솔루션의 투자 회수 기간을 지연시키는 치명적인 악재가 될 수 있다.
한기평은 "미국 솔라허브 설비 확충 등으로 2023~24년에만 약 5조6000억원의 자본적 지출(CAPEX)이 발생했고, 내년에도 잔여 투자 등으로 약 2조원의 투자가 예정돼 있다"며 "영업현금창출력이 일부 회복되더라도 막대한 투자 부담을 고려할 때 중기적으로 순차입금 증가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단기간 내 순차입금/EBITDA 지표가 등급 방어 수준인 3.5배 이하로 하락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한화솔루션은 이제 생존을 위한 실타래를 풀어야 한다. 불어난 차입금을 관리하며 재무 건전성을 회복하는 동시에, 대외 불확실성 속에서 수익성을 증명해야 하는 과제가 경영진 앞에 놓여 있다. 이번 등급 전망 하향은 한화솔루션이 마주한 엄혹한 현실을 보여주는 예고편일지 모른다.
예결신문 / 김용대 칼럼니스트 8timemin@hanmail.net
[ⓒ 예결신문.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