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선박도 중국이 장악···K조선, LNG선으로 반격
美 조선 파트너 물색 본격화···K조선, 반사이익 기대감

한국 조선업이 올 상반기를 기점으로 전환기를 맞고 있다. HD현대중공업을 비롯한 삼성중공업, 한화오션 등 국내 조선 3사는 사상 최고 수준의 수주 잔고와 안정된 실적 개선세를 기반으로 신용등급 상향까지 이뤄냈지만, 글로벌 발주 급감과 중국의 급부상, 미중 통상 갈등이라는 외부 변수 속에서 하반기 전략 수정이 불가피해진 모습이다.
■ “슈퍼사이클은 끝났다”···발주 급감, 업황 ‘관망 국면’ 진입
2020년대 초반 해운 운임 급등과 친환경 선박 수요 확대에 힘입어 2021~2024년 연평균 발주량이 5700만 CGT에 달했던 조선업은 올해 들어 급격히 냉각됐다. 올해 5월까지 누적 발주량은 전년 대비 48% 급감한 15.9백만 CGT에 그치며 업계에 충격을 안겼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흐름을 “기저효과와 트럼프 정부의 무역정책으로 선주들이 발주를 미루는 관망세에 돌입했기 때문”으로 분석한다. 선박 가격 역시 같은 맥락에서 하향 조정되고 있다.
조선·해양 전문 리서치 기관인 클락슨에 따르면 2024년 말 이후 대부분 선종의 신조선가가 소폭 하락하고 있으며 올 상반기에도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 실적은 ‘건재’···HD현대중공업 신용등급 상향
이 같은 업황 둔화 속에서도 국내 조선사들은 실적 방어에 성공했다. 특히 HD현대중공업은 2작년 별도기준 영업이익 7025억원, 영업이익률 4.9%를 기록하며, 전년(1778억 원) 대비 4배 이상 실적 개선을 달성했다. 이에 따라 신용등급은 기존 A/긍정적에서 A+/안정적으로 상향됐다.
핵심은 ‘질 좋은 잔고’다. 작년 말 기준 46.9조 원의 수주잔고는 최근 3년 평균 매출의 약 4배에 달한다. 2021년까지 인도되던 저선가 계약 물량이 대부분 소진된 반면, 이후 체결된 고선가 물량들이 인도되기 시작하면서 실적 개선이 본격화한 것이다.
■ 친환경 선박도 중국이 장악···K조선, LNG선으로 반격
국내 조선사들은 친환경 선박 시장에서도 중국과의 점유율 격차 확대라는 현실에 직면했다. 클락슨에 따르면 8000TEU 이상 친환경 컨테이너선 487척 중 362척(74%)이 중국의 수주 물량이다. 한국은 같은 조건에서 87척에 그쳤다.
중국 조선소는 국가 차원의 물량 몰아주기, CAPA 확장, 저가 전략으로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으며 특히 자국 발주물량이 풍부한 구조적 강점을 가진다. 그러나 LNG선 시장에서는 여전히 한국 조선사의 점유율이 70%에 달하며 암모니아·수소 기반의 차세대 선박 기술에서도 한국이 기술 우위를 유지하고 있다는 평가다.
■ 美 조선 파트너 물색 본격화···K조선, 반사이익 기대감
미국은 중국 해군력 확대에 대응하기 위해 자국 조선업 인프라 강화를 본격 추진하고 있다. 동시에 중국산 선박에 대한 입항 수수료 부과 정책을 오는 10월부터 시행할 예정이며 함정 MRO(정비) 사업 외주화를 확대하고 있다.
이는 국내 조선사들의 수주 다변화 기회가 될 수 있다. 특히 미 함정 정비 사업에서 수익이 본격화되면 경기 민감도가 높은 상선 부문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는 데에도 기여할 수 있다.
다만 세계 최대 해운사인 MSC가 여전히 중국 조선소에 발주를 지속한다는 점은 미국 정책의 실효성이 다소 제한적일 수도 있다.
■ 하반기 핵심 변수 네가지
하반기 핵심 변수는 먼저 환율이 꼽힌다. 작년 말 1470원에서 올해 6월 말 1356.4원을 기록했는데 원화 강세 전환으로 수출기업의 이익률이 둔화할 우려가 있다. 조선 3사는 환헤지 비율을 높이고 있으나 환율 하락 장기화 시 부담이 커질 전망.이다
다음으로 강재 가격이다. 철강재(후판 등) 가격은 안정세 유지 중으로 수익성에 긍정적이나, 대외 변수에 민감한 구조는 여전하다.
노사·공정 리스크도 존재한다. 중대재해 발생 시 공정 지연 및 외주비 부담 증가 가능성이 상존하나 외국 인력 투입에 따른 생산성 향상은 긍정 요소다.
마지막으로 친환경 기술 선점 경쟁이다. 암모니아·수소 선박 실증 및 수주 역량이 향후 시장지위를 좌우하는 상황에서 한국 조선소의 R&D 투자 확대가 향후 성패를 좌우할 전망이다.
■ ‘질적 성장’과 ‘시장 다변화’
올 하반기 한국 조선업의 키워드는 ‘질적 성장’과 ‘지정학적 기회 활용’이다. 발주량과 선가가 주춤한 가운데 고부가가치 중심의 수주 전략과 미국 등 우호적 국가와의 협력 확대가 필수적이다.
특히 단기적 수익성보다 친환경 기술력 확보와 안정적인 글로벌 공급망 구축이 생존의 열쇠로 부상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더 이상 물량 경쟁은 의미가 없다. 한국 조선은 LNG·암모니아 등 기술 중심의 경쟁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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