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조선·방위산업·철강 산업에 대한 정책 기조가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산업자산으로서의 재정의’와 ‘수출기반 육성’ 기조 아래 고부가가치 분야로의 구조 전환이 동시에 추진 중이다. 여기에 해양수산부의 부산 이전 계획까지 더해지며 조선·해양 산업 중심의 지역균형 산업정책이 더욱 탄력을 받고 있다.
■ 조선업, MRO·특수선 확대 + 부산 중심 해양 거점화
이재명 정부는 조선산업을 단순 조선에서 전략 자산화된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격상시켰다. 특수선 건조 및 함정 MRO(Maintenance, Repair, Overhaul) 수요 확대가 핵심이다.
미국 해군의 해외 MRO 외주화 흐름과 맞물려 국내 조선소는 미국 해군 지원함 유지보수 사업에 이미 진입했고 향후 ‘해군 준비태세 보장법’이 통과되면 동맹국 함정 건조 권한까지 확대될 수 있어 한국 조선소의 중장기 특수선 수주가 기대된다.
또한, 이재명 정부는 북극항로 개척과 전용 쇄빙선 건조 지원도 공약으로 내걸었다. 이는 LNG 쇄빙선 등 건조 경험이 있는 국내 조선사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으며 미국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에 대한 참여 가능성까지 겹쳐 부산·거제·울산 등 영남권 조선 클러스터의 재부상 가능성을 키우고 있다.
여기에 해양수산부의 부산 이전 방침이 조선 및 해운 관련 기업에는 구조적 의미를 더한다. 해운·항만 규제 주무 부처가 부산으로 이동함에 따라 지역 내 해양플랫폼 행정 접근성·정책 반영력 강화가 기대되며 이는 향후 부산을 글로벌 해양산업 허브로 전환하는 기반이 될 수 있다.
관련 스타트업, 선박 ICT 기업, 친환경 추진체 개발 업체 등이 부산에 집결될 경우 조선 생태계의 ‘현장 기반 연동’ 구조가 더욱 공고해질 전망이다.
■ 방산, 산업자산으로의 전환···무인·AI 전투체계 중심 수출 본격화
방산 부문 역시 ‘안보자산’에서 ‘수출산업자산’으로 정부 인식이 전환되고 있다. 국가안보실 내 방위산업 직제를 경제수석실 산하로 이관하겠다는 공약은 방산 산업에 대한 산업 정책적 접근을 상징한다.
이와 함께 국방 R&D 확대, 자주국방 기술개발 가속화가 추진되며 AI, 무인체계, 복합무기 시스템 개발이 활발해질 전망이다. 방산 수출기업에는 세액감면, 선수금 보증, 금융지원 확대 등의 정책 패키지가 제공될 예정이며 특히 중소 부품 협력사에도 수직 계열화된 수출 체계의 이익이 전가될 것으로 보인다.
한화오션, LIG넥스원, 현대로템 등 주요 업체들은 이 흐름에 맞춰 무인기술, AI 기반 화력체계 등의 수출을 준비 중이며 신흥국 중심의 맞춤형 수출 확대가 핵심 전략으로 부상 중이다.
■ 철강, SOC 투자 확대만이 유일한 업황 회복 모멘텀
반면 철강산업, 특히 봉형강(철근·형강) 시장은 여전히 건설경기 침체의 여파로 최악의 업황을 지나고 있다. 철근 가격 하락, 스크랩 원가 상승, 제강사들의 감산 확대가 이어지며 시장은 사실상 침체의 늪에 빠진 상태다.
이런 가운데 정부의 SOC 투자 확대가 유일한 회복 단초로 작용할 수 있다. 이재명 정부는 이미 13조8000억원 규모의 추경을 국회에서 통과시켰고, 그중 약 8천억 원이 도로·철도 관련 SOC에 배정됐다. 향후 추가 추경과 지역 균형 SOC 사업이 이어질 경우, 형강류 수요 증가로 철강 업계의 바닥 다지기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주택 부문 부진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철근 수요 회복은 더딜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대규모 인프라 투자 외에는 뚜렷한 반등 모멘텀은 부족하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재명 정부의 산업정책은 단순한 ‘예산 투입형 경기부양’을 넘어 기술·지역·외교 연계형 전략산업 육성으로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며 “특히 해수부의 부산 이전, 조선·방산의 지역 밀착형 산업화는 지역 균형 발전과 전략산업 허브화를 동시에 노리는 행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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