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결신문=백도현 기자] 중국발(發) 저가 철강재 유입과 내수 경기 침체가 맞물리면서 국내 주요 철강사들의 수익성이 급격히 악화했다. 중국이 자국 내수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잉여 물량을 해외로 밀어내면서 지리적으로 가깝고 무역 장벽이 상대적으로 낮은 한국 시장이 직격탄을 맞았다는 분석이다.
28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올 상반기 포스코·현대제철·동국제강·세아베스틸 등 국내 주요 철강 4개사의 합산 매출액은 36조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2% 감소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조원에 그치며 52.1%나 급감했다. 합산 영업이익률은 2020년 이후 최저 수준인 3.1%까지 떨어졌다.
■ 2019년 이후 최대치 찍은 수입량⸱⸱⸱"구조적 위기"
실적 부진의 핵심 원인은 중국산 철강재의 대거 유입이다. 특히 중국 내수 철강 소비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부동산 시장이 장기 침체에 빠지면서 발생한 막대한 과잉 재고가 인접국인 한국으로 쏟아지는 형국이다.
지난해 국내 철강재 수입량은 1550만 톤으로 전년 대비 9.9% 증가하며 2019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업계에서는 "미국·유럽 등이 관세 장벽을 높여 중국산 유입을 막는 사이, 갈 곳 잃은 중국산 저가 물량이 한국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이로 인해 국내 철강사들은 원재료 가격 상승분을 제품 판매가에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스프레드(원료와 제품 가격 차이) 축소'의 늪에 빠졌다. 저가 수입산이 시장 가격을 누르고 있어 가격 인상 카드를 꺼내기 어려워서다.
문제는 이러한 흐름이 단기간에 해소되기 어렵다는 점이다. 특히 ▲국내 건설·자동차 산업의 업황 개선 지연 ▲조선업계의 원가 절감을 위한 중국산 후판 선호 현상 등이 겹치며 국내 철강사들의 입지는 더욱 좁아질 전망이다.
■ 기업별 영향⸱⸱⸱현대제철 '흐림', 포스코 '불확실성'
업계에서는 기업별 포트폴리오에 따라 중국발 리스크의 충격파가 다를 것으로 진단했다.
그중 현대제철이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매출의 46%를 차지하는 후판 및 봉형강 부문이 국내 건설 경기 침체와 중국산 저가 공세에 직접적으로 노출돼 있어서다. 조선사들의 중국산 후판 수입 확대도 악재다. 다만, 캡티브 마켓(전속 시장)인 현대차그룹 향(向) 물량이 실적 하방을 지지할 것으로 보인다.
포스코는 상대적으로 영향이 제한적이다. 중국산 침투율이 높은 후판·선재 비중(21%)보다 열연·냉연 비중(66%)이 높다. 그러나 최근 중국 경기부양책 발표 이후 중국산 열연 가격 변동성이 커지고 있어 향후 판가 방어 여부가 실적의 변수가 될 전망이다.
세아베스틸은 주력인 특수강봉강 시장에서 중국산 비중이 급증하고 있어 우려된다. 수입 특수강봉강 중 중국산 비중은 2022년 77.1%에서 올해 7월 누적 90.6%까지 치솟았다. 국산과의 가격 격차가 여전히 10% 이상 벌어져 있어 수익성 압박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세아창원특수강은 다품종 주문생산 체제와 스테인리스 선재 등 높은 시장 지배력 덕분에 중국산 유입 영향이 가장 적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업체들이 고부가가치 제품 위주로 포트폴리오를 재편하며 생존을 모색하고 있지만, 글로벌 보호무역주의 확산 등 대외 여건이 워낙 비우호적"이라며 "수익성 회복은 당분간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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