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제 개편안, 시장 신뢰 흔든다⸱⸱⸱‘대주주 요건·배당 과세’ 논란 속 구조개혁 요구 확산

김지수 기자 / 2025-08-08 14:31:50
정부가 발표한 세제 개편안을 둘러싸고 반대 여론이 거세다. 대주주 양도세 요건 하향과 배당소득 분리과세 개편을 골자로 한 이번 방안은 시장 활성화보다는 투자 심리 위축을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 (일러스트=픽사베이)

정부가 발표한 세제 개편안을 둘러싸고 반대 여론이 거세다. 대주주 양도세 요건 하향과 배당소득 분리과세 개편을 골자로 한 이번 방안은 시장 활성화보다는 투자 심리 위축을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반대 인원이 이미 14만명에 달하는 가운데 표면적인 논쟁 뒤에는 한국 증시의 고질적 문제인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지 못한 채 구조적 문제를 방치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 대주주 요건 50억→10억, '시대 역행' 논란
최근 정부는 대주주 양도소득세 부과 기준을 현행 종목별 50억원에서 10억원으로 대폭 하향하는 방안을 내놨다. 그러나 시장은 이를 ‘시대 역행’으로 보고 있다.

예를 들어 과거 강남 아파트 가격이 5억원이던 시절 대주주 기준은 100억원이었지만, 현재 아파트가 40~50억 원에 거래되는 상황에서 10억원으로 기준을 낮추는 것은 자산 가치 현실과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또한, 대주주 지정은 지분율 요건(1년 중 하루라도 1% 초과 시 적용)과 금액 요건(연말 하루만 기준 충족 시 적용) 두 가지가 병행된다. 과거에는 연말 하루만 피하는 회피 매물이 주로 나왔으나, 최근에는 9~10월부터 분할 매도가 시작돼 하반기 전체의 주가 탄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여기에 공매도, 인버스 등 하락 베팅 수단이 결합되면 낙폭이 심화될 가능성도 있다.

세수 효과는 민간 추산 기준 5000억~1조원에 불과한 반면, 발표 직후 시가총액 약 116조 원이 증발했다. 시장은 “세수 효과 대비 시장 손실이 과도하다”며 최소 원복(50억)에서 상향(100억)까지 요구하고 있다.

■ 배당소득 분리과세, ‘기대 이하’ vs ‘독소 조항’
배당소득에 대한 분리과세 개편안도 실망을 안겼다. 기존 35% 세율을 25%로 단순 인하할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2000만원 이하 ▲2000만~3억원 ▲3억원 초과 등 3구간 세율 구조가 도입됐다.

그러나 ▲저율 구간(2000만원 이하)은 생활비 수준에 미치지 못해 배당 투자 유인이 부족하다는 점 ▲고율 구간(3억원 초과)는 세율 인하폭이 미미하는 점과 특히 ▲중간 구간(2000만~3억원)은 배당소득 분리과세에 따라 종합소득세 중 손비 공제 혜택이 사라져 사실상 '증세'라는 지적이 나온다.

더 큰 문제는 배당성향 40% 이상 기업 또는 최근 3년 대비 5%p 이상 증가 기업에만 혜택을 주는 조건부 설계다. 경과 규정(2027년 적용) 때문에 단기적으로는 오히려 배당을 줄이는 기업이 늘어날 수 있다는 역효과가 우려된다. 이는 본래 목표인 ‘배당 활성화’와 정면으로 배치되는 셈이다.

■ 구조적 병폐, ‘코리아 디스카운트’ 방치
전문가들은 이번 개편안이 한국 증시의 고질적 저평가 문제, 즉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건드리지 못했다고 지적한다. 핵심은 상속세 제도다.

현행 제도는 상장기업 상속 시 시가 기준으로 평가한다. 이 때문에 오너 일가는 상속세 절감을 위해 의도적으로 주가를 낮추려는 유인이 크다. 배당 억제, 악재성 공시(횡령·분할 등) 남발, 구조조정 타이밍 조절 등 주가 하락을 유도하는 행위가 반복되는 배경이다.

반면 비상장기업은 자산·수익가치로 평가하므로 이런 유인이 적다.
이에 대해 지난해 5월 이소영 민주당 의원은 상장기업 상속 시 주가가 자산가치 대비 80% 미만일 경우 자산가치로 평가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인위적 주가 하락을 막는 ‘하방 하한선’을 두는 방식이다. 대신 최대주주 할증 폐지, 상장주식 물납 허용 등 완충 장치도 포함됐다.

하지만 이번 세제 개편안에는 이런 구조적 개선안이 빠졌고, 논의 동력도 거의 사라졌다. 시장은 “이대로면 '코스피 5000 비전'은 구호에 그칠 것”이라고 경고한다.

일러스트=예결신문

■ ‘표면 손질’이 아닌 ‘구조 개혁’ 필요
대주주 양도세와 배당 분리과세 개편을 둘러싼 이번 논란은 단순히 세율·기준의 문제가 아니다. 세수 효과에 비해 시장 충격이 과도하고 투자 심리를 위축시키며 장기적으로는 한국 증시 저평가를 고착화할 위험이 크다.

증권가 한 전문가는 "해법은 상속세 제도 개혁과 배당 활성화를 통한 구조 개선에 있다"며 "상장기업 상속평가 방식에 자산가치 하한을 도입해 인위적 주가 하락 유인을 차단하고 배당소득 과세는 실질적인 투자 유인을 줄 수 있는 방향으로 재설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부와 국회가 ‘증시 활성화’라는 말뿐인 목표가 아닌, 시장의 신뢰를 되살릴 수 있는 실질적 구조 개혁에 나서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 예결신문.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김지수 기자

기업, 지자체 소식과 예산 결산 등 재무상태 분석

뉴스댓글 >

S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