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천시 2024 결산 분석] ② 수백억 쌓아두고 공사는 '하세월'···막대한 이월·집행 저조·회계처리 미숙

김지수 기자 / 2025-06-23 02:17:17
과천시는 2024년 결산 결과 행정의 고질적 문제인 '막대한 이월액'과 '저조한 집행률', '회계 처리 미숙함'을 드러냈다. 시민의 혈세가 적기에 투입되지 못하고 통장에서 잠자는 사이, 시민들의 불편은 가중되고 있다. (일러스트=AI)

[예결신문=김지수·백도현 기자] 과천시는 2024년 결산 결과 행정의 고질적 문제인 '막대한 이월액'과 '저조한 집행률', '회계 처리 미숙함'을 드러냈다. 시민의 혈세가 적기에 투입되지 못하고 통장에서 잠자는 사이, 시민들의 불편은 가중되고 있다.

■ 제2실내체육관, 2026년 6월로 ‘또’ 연기···동절기 탓?
23일 시 결산 자료에 따르면 이번 결산 심사에서 가장 뜨거운 감자는 단연 '관문 제2실내체육관' 건립 사업이었다. 당초 시민들에게 약속했던 준공 시기는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 2024년 예산으로 55억원을 편성해뒀지만, 실제 공정은 지지부진했다.

시 문화체육과장은 시의회 예결특위 답변에서 "기온 하강에 따른 동절기 공사 중지 기간이 잡히면서 당초 2026년 4월 28일이었던 준공 예정일이 6월 28일로 2개월 더 연장됐다"고 공사 지연을 공식 시인했다.

이에 대해 시의원들은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한 의원은 "겨울이 오면 공사가 멈춘다는 건 상식인데, 그걸 예측 못 해서 준공을 미룬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단순한 날씨 탓으로 돌리기엔 그동안의 설계 변경, 행정 절차 지연이 너무 잦았다"고 비판했다. 

게다가 체육관 운영을 맡길 위탁 기관(과천시체육회) 선정 과정에서도 시의회 동의 절차를 무시하고 예산부터 편성하려다 제동이 걸리는 등 '순서가 뒤바뀐 행정'으로 질타를 받았다. 예산은 있는데 절차 미숙으로 집행이 늦어지는 전형적인 행정 난맥상이다.

■ 이월액 분석: '갈현동 청사'도, '주차장'도···대형 사업 줄줄이 '스톱'
체육관뿐만이 아니다. 결산서 이월 내역을 분석한 결과, 시민 생활과 직결된 대형 SOC 사업비들이 대거 다음 해로 넘어간 것으로 확인됐다.

갈현동 행정복지센터 건립 사업은 임시 청사의 불편함을 호소하는 주민들의 민원이 빗발치고 있음에도 부지 조성 지연 등의 이유로 공사비 집행이 미뤄졌다.

문원청계마을 및 지식정보타운 주차장 조성 사업은 주차난 해소를 위해 118억원이라는 거액을 배정했으나, 보상 협의 난항 등으로 인해 실제 집행률은 바닥을 기었다.

우윤화 시의원은 "매년 반복되는 명시이월도 문제지만, 예측 실패로 인한 사고이월이 늘어나는 것은 과천시 행정력이 한계에 봉착했음을 보여준다"며 "공사가 늦어지는 1년, 2년 동안 자재비와 인건비가 상승해 결국 총사업비가 늘어나고, 그 부담은 고스란히 시민 혈세 낭비로 이어진다"고 지적했다.

■ 잉여금 논란: "왜 돈을 안 쓰고 남기나···소극 행정의 극치"
쓰고 남은 돈인 순세계잉여금 규모도 문제다. 시는 통상적으로 재정 안정성을 이유로 잉여금을 넉넉히 남기는 보수적인 운용을 해왔다.

우 의원은 결산 심사에서 "지난 결산 때와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순세계잉여금이 과도하게 많이 남았다"며 "이는 기획홍보담당관실에서 재정 관리를 너무 보수적으로 하거나, 각 부서가 사업을 제대로 집행하지 않았다는 명백한 증거"라고 꼬집었다. 

이어 "민생 경제가 어려워 소상공인들은 대출 이자 갚기도 벅찬데, 시는 곳간에 수백억 원의 현금을 쌓아두고 이자 놀이만 하고 있는 꼴"이라며 "순세계잉여금이 많이 남았다는 건 재정이 튼튼한 게 아니라, 당해 연도에 시민에게 돌려줬어야 할 행정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았다는 직무 유기의 증거"라고 질타했다.

■ 행정 오류: "들어올 돈, 나갈 돈 구분도 못 해"
회계 처리의 전문성 부족도 도마 위에 올랐다. 박주리 시의원은 결산 검사 과정에서 발견된 회계 오류를 조목조목 따져 물었다. 

박 의원은 "위탁 사업비 반환금은 정해진 세입 몫(위탁비 반환 수입)으로 잡아야 하는데 엉뚱하게 ‘그외수입’으로 뭉뚱그려 처리한 사례가 전 부서에서 발견됐다"며 "이는 단순한 실수가 아니라 과천시 공직 사회의 회계 전문성 부족을 드러내는 단면"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런 식의 주먹구구식 회계 처리는 예산의 투명성을 저해하고, 결산 분석을 어렵게 만든다"며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강력히 촉구했다.

자료=과천시

■ 2025년 5434억 예산, '집행의 속도'가 곧 '복지의 속도'
2024년 결산이 보여준 시의 자화상은 '돈은 많은데 쓸 줄 모르는 부자'로 요약된다. 지식정보타운 개발 이익금과 레저세로 곳간은 채웠지만, 정작 그 돈을 도로, 체육관, 주차장 등 시민이 필요한 곳에 적시에 공급하는 재정의 혈관은 막혀 있다.

시는 2025년 본예산을 전년 대비 9.5% 늘린 5434억원으로 편성했다. 역대 최대 규모다. 시는 지식정보타운 기반시설 확충에 366억원을 배정하며 뒤늦게 속도를 내고 있다.

한 지방재정 전문가는 "과천시 재정의 핵심 과제는 더 이상 규모의 확장이 아니라 집행의 효율성"이라며 "단순히 예산을 늘리는 것에 그치지 말고 ▲대형 투자사업에 대한 사전 타당성 검토 강화 ▲이월액 및 불용액 최소화를 위한 상시 모니터링 시스템 구축 ▲순세계잉여금의 적극적인 재투자가 이루어져야만 '부자 도시'의 혜택이 시민들의 삶 속으로 스며들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 출처
• 시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회의록
• 결산서 첨부서류
• 시정질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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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수 기자

기업, 지자체 소식과 예산 결산 등 재무상태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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