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결신문=백도현 기자] 한국 철강사의 실적을 가르는 것은 중국산 저가 수입과 미국발 고율 관세 등 글로벌 변수 못지 않은 국내 전방산업의 온도차다. 건설·부동산 경기 침체로 봉형강 수요는 얼어붙은 반면, 조선·자동차향 판재류는 비교적 선방하고 있어서다. 이에 한국 철강사 전략은 선별 감산·고부가 전환·탈탄소 투자로 이동하고 있다.
■ 건설·부동산 부진에 봉형강 '직격탄'⸱⸱⸱조선·자동차향 판재류는 견조
8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올해 국내 철강산업은 전방산업별 편차가 뚜렷할 것으로 예상된다. 건설 부문은 레고랜드 사태 이후 부동산PF 후폭풍, 공사비 급등에 따른 분양·착공 감소, 금융당국의 대출 규제 등으로 위축 국면이 이어지고 있다. 반면 조선·자동차향 수요는 수주잔고와 글로벌 판매 호조에 힘입어 비교적 양호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건설 신규 착공과 연동되는 봉형강(철근·형강) 가격은 판재류(열연·후판)에 비해 낙폭이 더 크다. 국내 철강재 가격 전반이 약세지만, 건설용 봉형강은 발주 위축이 가장 먼저 반영된 결과다.
국내 시장 구조를 보면 중국산 저가 수입이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작년 전체 후판 수입은 182만 톤으로 전년 대비 8.1% 줄었지만, 이 가운데 중국산 후판 수입은 119만 톤으로 1년 새 4.5% 늘어 비중이 56.6%에서 64.3%로 7.7%p 뛰었으며 중국발 철강 수입량의 14%를 차지한다. 이에 후판 등 일부 품목은 중국산이 사실상 가격 기준이 되며 국내 업체들의 수익성을 악화시켰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철강사는 가격 인하 경쟁 대신, 일부 강종의 생산을 줄여 공급을 관리하는 전략으로 선회하고 있다. 포스코홀딩스는 작년 포항 1제강공장과 1선재공장 폐쇄를 결정했고, 현대제철도 일부 공장 가동을 축소하는 방식으로 공급 조절에 나섰다. 중국·일본산 수입재와 정면 경쟁하기보다는 국내 수급 조절과 고부가 제품 비중 확대에 초점을 맞추는 모습이다.
■ 반덤핑·관세 대응과 탈탄소·고부가 전략
수익성 방어를 위해서는 중국산 저가 물량을 막아낼 최소한의 장치도 필요하다. 현대제철이 작년 중국산 후판과 중국·일본산 열연강판에 대해 연속으로 반덤핑 제소에 나선 것도 이런 맥락이다. 여기에 올 상반기에는 후판에 대한 최종 판정과 열연강판 예비 판정이 순차적으로 예정됐다.
동시에 포스코홀딩스와 현대제철은 탈탄소·고부가 전략을 내세우며 중장기 체질 개선을 추진 중이다.
포스코홀딩스는 2050년 탄소중립을 선언하고 기존 고로 중심 체제에서 수소환원제철(HyREX)·전기로 확대를 통해 저탄소 생산 구조로 전환하겠다는 계획을 제시했다. 현대제철 역시 '하이큐브' 프로젝트를 통해 대형 전기로·수소환원제철 도입을 병행하며 2030년까지 탄소배출 12% 감축을 목표로 한다.
탈탄소 투자는 단기적으로는 막대한 설비 투자 부담이지만, 미국 CCA·EU CBAM 등 규제 환경을 감안하면 규제 대응 비용이자 동시에 고부가·저탄소 제품으로 진입하기 위한 최소 비용이다. 고탄소 공정보다 탄소배출량이 낮은 전기로·수소환원제철 공법을 확보한 기업은 향후 탄소비용을 제품 가격에 전가할 수 있는 여지가 커지기 때문이다.
다만 미국의 고율 관세가 장기화되고, CBAM·CCA 같은 규제가 본격화될 경우 미국과 EU 수출 비중이 높은 제품군은 수익 방어가 쉽지 않을 수 있다. 특히 국내 건설 경기의 장기 침체가 봉형강 수요를 계속 위축시킬 가능성도 있다.
업계에서는 "올해 철강 업종은 중국 공급 과잉 완화와 국내 반덤핑 제소, 전방산업별 온도 차가 뒤섞인 복합 국면"이라며 "조선·자동차용 판재류와 탈탄소·이차전지 소재 등 신사업을 병행하는 기업이 상대적으로 유리할 것"이라고 분석한다.
철강업계 한 관계자는 "트럼프 2기 고율 관세와 CBAM·CCA는 한국 철강업계에 분명한 부담이지만, 결과적으로는 고부가·저탄소 체제로 갈 수밖에 없게 만드는 구조조정 촉매제가 될 것"이라며 "이 과정에서 비용을 감당할 여력이 없는 기업은 시장에서 자연스럽게 밀려나고 탈탄소·고부가 전략을 선제적으로 추진한 소수 기업만이 살아남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 간단 요약
• 국내 철강업계, 건설·부동산 경기 침체로 봉형강 수요 급감, 조선·자동차향 판재류 선방 '온도차'
• 포스코홀딩스·현대제철, 수소환원제철·전기로 확대 등 탈탄소 투자와 고부가 제품 전략으로 대응
• 고부가·저탄소 체제 전환 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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