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요 석유화학업체들의 작년 4분기 잠정실적 발표가 마무리됐다. 부진한 시황이 이어지면서 전년 대비 실적이 저하되거나 영업 적자가 지속된 모습이다.
15일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LG화학, 롯데케미칼, SKC, 금호석유화학, 여천NCC, HD현대케미칼 등 석유화학 회사들은 작년 4분기 합산 -6815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3분기 –462억원보다 적자 폭이 대폭 확대됐다.
작년 연간 합산 영업이익은 -2825억원으로 전년 대비 적자 전환했으며 2022년 이후 수익성이 지속 떨어지고 있다.
장기간 부진이 지속되고 있는 올레핀 계열뿐만 아니라 방향족, 비화학(이차전지) 부문까지 전반적인 이익창출력 약세가 나타났다. 특히 에틸렌, 프로필렌 등 올레핀 계열은 2022년 하반기부터 손익분기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이에 범용 올레핀 위주의 롯데케미칼, 여천NCC 등은 2022~24년 3개 연속 영업적자를 기록하였다. 방향족은 기존 방향족 수급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던 휘발유 블렌딩용 수요 등 전방 수요가 약화하면서 작년 하반기 들어 주요 제품 스프레드가 축소됐다.
이에 정유 및 방향족 부문 실적을 통해 2023년까지 영업흑자를 유지하던 HD현대케미칼은 주력 제품인 MX 마진이 감소하면서 작년 한해 -1502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이차전지 부문의 경우, 2023년부터 전기차 수요가 둔화하면서 이익창출력이 낮아졌다. 이차전지 소재 업체들이 재고평가손실 계상으로 인해 2023년 이후 수익성이 하락한 반면, 셀 업체들은 AMPC(미국 IRA 세액공제) 수혜 효과로 2023년까지 양호한 실적을 유지했으나, 작년 들어 전방 수요 약세, 판가 하락 등이 가중되면서 연간 기준 영업적자가 발생했다.
특히 LG화학은 LG에너지솔루션(LG화학 연결 매출의 약 50%)의 수익성 저하로 인해 전년 대비 이익 창출 규모가 감소했으며 SKC 또한 동박 및 화학 부문(SKPIC글로벌)의 실적 부진이 지속되고 있다.
실적 개선 불투명
극심한 공급과잉이 단시일 내에 완화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돼 실적 개선은 당분간 힘들 전망이다. 합성고무 등 일부 스페셜티 제품을 제외한 범용 석유화학의 전반적인 수급 환경이 저하된 상황으로, 이는 최근 수년간 이루어진 중국의 대규모 CAPA 증설 영향이 크다.
중국은 2020~24년 올레핀 CAPA를 5600만톤가량 확대했으며, 2027년까지도 중국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 생산능력 확장이 계획돼 당분간 화학시장 내 공급과잉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또한, 유럽, 동북아 지역 내 일부 석유화학 설비의 원가경쟁력이 약화하면서 국내외 설비 폐쇄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효성화학의 특수가스 사업부 매각, 롯데케미칼의 해외 자회사 지분 유동화, LG화학의 SM 생산 중단 등 국내 석유화학업체들은 사업구조 개편 강도를 점차 높이고 있으며 정부 또한 작년 12월 ‘석유화학산업 경쟁력 제고 방안’을 발표하며 자율적인 구조조정을 촉진하려는 의지를 표명했다.

신용도 하락 압력···구조조정·재무리스크 털어내야
각사는 극심한 불황에 화학설비 매각과 같은 큰 폭의 구조조정은 아직 가시화되지 않고 있다. 다만 손실이 장기간 누적되면서 정부와 기업, 기업과 기업 간 논의가 확대되면서 효율적인 사업 재편이 본격화될 여지는 있다. 이에 구조조정을 통해 얼마나 빠르게고 충분하게 적자폭을 축소하고, 자금을 확보하는가가 각사의 신용도에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특히 재무리스크 통제가 필수적이다. 최근 석유화학업체들이 과도한 재무부담애 신규 투자를 축소하고 채산성이 낮은 자산을 매각하는 등 자금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하지만 부진한 부진한 업황에 유의미한 수준의 재무안정성 개선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한신평은 “자산 매각 또는 주주사로부터의 유상증자 등을 통한 재무여력 확보 수준에 따라 업체별 신용등급 하향 압력 또는 방어 여력이 차별화될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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